| ■ 웹진 『시인광장』 2026년 6월호 신작시 |
탁발승
조가경 시인
바람 없는 날에도 찾아와
빈 바랑 내려놓던 억새는
오래 걸어온 다리를
새파란 다리로 긁고 있다
히비스커스 차를 마시는
클레오파트라를 상상하며
나그네의 콧노래는
또 억새를 흔들어놓고 떠날 테지만
마음 비운 지 오래된 초가집에는
모퉁이를 둥글게 어루만지던
어머니의 눈물이
새삼 아닌 밤 홍두깨처럼 그리울 뿐
자동차 시동 꺼지는 소리에도
꼬리 흔들며 달려오던 뒷집 복실이는
안보인지 몇 시간째인데
사과나무 자리에 사과나무는 사라지고 없어도
아슴푸레하게 떠오르는 주렁주렁 붉은 사과들
빈집이던 부추꽃은
언 흙을 툴툴 털고 일어서서
장독대 일대를 점령하고 있었지
찾아와 주길 기다리던 억새는
고민 많던 계절을 비켜
지금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가경 시인
경북 영양에서 출생. 2021년 《서정시학》 겨울호 신인상 수상하며 등단.
형상시학회. 대구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 회원
시집 『달리는 거울』 출간.
웹진 『시인광장』 2026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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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창작원 형상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