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한국의 지모신
한국에서는 대지 자체가 지모신으로 숭배하는 신화는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대지를 어머니로 생각한 지모신 신화의 흔적은 있다.
영남대 김화경 교수는 그 흔적을 ‘혈거신앙’에서 찾았다. 혈거란 땅이 우묵하게 파진 것으로서, 동굴이나, 우물, 구덩이 등등이다. 혈거신앙이란 굴 속에 머물렀다고 생각하는 여신을 숭배하는 것을 말한다. 굴 속에서 일정기간을 금기를 지키면서 머물러서 웅녀가 되어 우리의 조상 단군을 낳았다는 신화가 대표적이다. 또 혈거에서 인간이 태어났다는 신화도 해당된다.(제주도 삼성혈) 박혁거세의 부인 알영는 우물에서 태어났다. 우물은 땅 속을 깊이 파인 곳으로 혈거의 하나이다.
고대인은 땅 속으로 우묵하게 파인 곳을 여인의 자궁으로 생각하였다. 고대인의 사유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신앙형태는 지금도 민속신앙으로 남아 있다.
한국만의 특징이라면 이와 같은 혈거신화가 왕권과 연결되는 것이다. 한국 이외의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을 두고 한국의 토착 농경민이 북방의 유목민에게 정복 당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왕권을 세웠다고 해석한다.
좀 더 살펴보겠지만 한국에서 여신 숭배 흔적은 아주 많다. 지모신앙의 형태로 설문대할망, 마고할미 신화는 세상이 창조될 때 여신의 역할을 아주 강하게 주장하는 형태이다.
여신신앙은 탄생과 연관지어서 숭배하는 경우가 많다. 신화에서 직접적으로 땅을 지배하는 모신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탄생 이야기로 전승되는 경우는 아주 많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