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신, 헤카테
헤카테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나오는 그리스 여신이다. 헤카테는 티탄족에서 태어났다. 제우스는 티탄족을 물리치고 권력을 잡은 후에도 헤카테에게는 신의 권능을 누릴 수 있는 특혜를 베풀었다. 헤카테는 출신 성분 탓인지 원시신의 특성을 많이 지닌다. 데메테르를 앞세워 지하세계도 다녀오고, 달과 사냥의 신이며 처녀신인 아르테미스와 닮은 점도 많다.
헤카테는 마술사(샤먼 내지 마녀)의 수호신이고, 저승의 여왕이며, 한밤에 햇볼을 들고 지옥의 개를 거느린 체 십자로에 나타나는 두려운 신이다. 족보로 따진다면 올림픽 신족보다 더 이전의 신이다. 헤카테가 고대 신이다 보니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헤시오도스는 신의 권능으로서는 제우스의 바로 다음이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어두운 부분이라는 마법은 헤카테에게 떠 넘겼다. 사실 헤카테의 계보에는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 헤카테의 기능에 따라서(다양하다.) 신의 족보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고대 신일수록 권능도 다양하고, 변신도 잘 한다.
종교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보면(엘리아데에 의하면) 별다른 특징이 없는 속세의 어떤 일에 성스러운 의미를 부여하면 종교화가 일어난다. 성화라고 한다. 신의 권위도 성화의 과정에서 만들어 진다. 예전에 세갈래 길(또는 교차로)에서 의례를 올리면서 헤카테를 모셔왔다. 헤카테는 교차로에서 권능을 가지는 신이 된다. 이처럼 성과 속으로 나누는데 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지방을 넘어서는데 의미를 부여한다. 의례를 올릴 때에 횃불을 켜는 것도 정화의 의미를 가진다. 이처럼 문이나 횃불이 성화의 역할을 한다.
죽음의 여신인 헤카테는 개떼와 암말의 무리를 거느리고 다녔다. 개와 말은 인간의 사후 세계에 그들의 영혼을 인도하여 저승으로 데려가는 역할을 한다. 말은 주인에게 복종하기 때문에 운명에 순종하는 사징으로 삼는다. 그리스 신화에 말의 상징성으로 나타난 것이 켄타우로스(상반신은 사람이과 하반신은 말이다.) 실레우스(때때로 말의 다리와 꼬리를 가지고 털이 더부룩한 뚱뚱한 대머리 영감이다. 사티로스의 우두머리이다.)가 말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헤카테 축제 때 사원으로 가는 여사제가 ‘열쇠’를 쥐고 간다. 열쇠는 열고, 닫는 역할을 하는 두구로서 소유주는 전권을 행사한다. 열쇠는 남성 성기의 열 수 (열고 닫음이라는) 있는 힘, 신화적 힘이 담겨있다. 이것은 고대 모신 신화의 모습을 강하게 암시한다. 헤카테는 그리스 신화에서 이미 사라진 모신신화의 모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집트 신화에서도 모신인 네트(Neth)도 죽음과 탄생에 관여하는 생식의 도구로 열쇠를 사용하였다.
모든 종족은 여성의 성을 성스럽게 생각했다. 여성의 성이 ‘풍요와 다산’과 관련을 맺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원시적인 신앙이다.
제우스가 지배하는 그리스의 신화세계는 모계 사회가 아니다. 부계 사회가 확립되어 있다. 헤카테 여신이 민간에서 신앙되고 있다는 것은, 부계 사회화가 일어났더라도 밑바닥에는 모계사회의 모습이 남아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하여 그리스에서 모계사회의 모습도 풍성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아니다.
고대신앙에서 지모신은 인간에게 어득만 주는 것이 아니다. 무자비할 정도로 해꼬지도 한다. 고대 지모신의 특성을, 양면성을 지닌 특성을 헤카테는 그대로 지니고 있다.
헤카테는 태양의 반대 역할을 하는 달을 상징한다. 달과 관련이 있는 여러 기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저승신화도 그 뿌리를 직계 할머니인 가이아에서 찾을 수 있다. 가이아의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가이어에서 이어지는 계보적 역할이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그리스 신화에서 고대 여신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여신이 헤카테이다. 처녀로서 잔인한 면모도 지닌 아르테미스의 피에도 헤가테의 피가 섞여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