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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 미혜에게 변상순 ( 미술치료 자원봉사)

작성자소화|작성시간09.05.27|조회수17 목록 댓글 0

퀭~한 두 눈, 그리고 '툭' 건드리면 금방 '픽'하고 쓰러질 듯 삐뚜름히 서있는 야윈 여자아이. 그런 모습의 아이가 도화지 한 켠에 조그맣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네, 그것이 미혜와의 첫 만남에서 "안녕하세요. 저는 미혜인데요 제 모습은 이래요."하며 침묵 중에 저에게 알려 준 자기 소개랍니다. 예쁘장한, 그러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늘진 얼굴, 선생님 말이 무슨 뜻일까 이해가 안 되는 듯 난감해하던 표정. 한참을 기다려야 들을 수 있었던 대답들, 그리고 한 동작을 취하기까지 주저, 주저... 망설... 망설이던 모습.

 

제가 둥근나라와 인연을 맺게 된 작년 11월. 그 때 저는 미술치료를 공부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과 실습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기에도 바쁘고 몇 달 전부터 자폐아 한 명을 대상으로 임상실습을 하고 있던 아주 완전 햇병아리였죠. 그런 저에게 미혜가 보여준 첫 그림은 '과연 내가...?' 하는 생각에 자신감을 앗아 갔고, 또 시작하기 전에 자두 이모님을 만나 미혜의 가족사항과 성장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초기 매 회기마다 보여지는 '혼자, 낙엽, 바람' 등등의 쓸쓸한 이미지, 그리고 마치 얼굴을 가리운 너울처럼 늘어뜨린 앞머리가 빗장 채운 마음의 문처럼 느껴져 내가 너무 의욕이 앞서 능력에 맞지 않는 섣부른 결정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를 갖게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를 둥근나라에 소개시켜 주신 심리치료실 선생님이 잘 할 수 있을 거라 격려해주시며 정성과 진심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것은 아무도 없다고 하신 말씀을 떠올리며 힘을 얻었지요. 그래, 미혜 마음의 고통을 진심으로 함께 하고, 침묵 속에서의 말까지 귀 기울여 주며 나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마음을 편하게 해 주자. 둥근나라에 가기 2~3일 전에는 어떤 작업을 해야 좋을까? 하는 생각과 계획을 짜며 아이들의 마음이 되어 보려고 사실... 저, 많이 노력했답니다*^^*

 

제가 목표 삼았던 30회가 가까워지고 있는 요줌, 그 동안 연주와 영진이는 작업을 하면서 말로, 행동으로 많이 표출해 내며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미혜는 자신의 억압되고 위축된 마음을 쉽게 풀어 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저에 비해 밝아진 표정과 대답과 행동에 있어서 빠른 반을을 보이며 조금씩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미혜는 시간이 좀 걸리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기에 서두르지는 않지만 몇 회기 전부터 철옹성같던 미혜 마음의 벽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 듯한 징조를 제가 느끼기 시작했답니다.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지만 물론 저 역시 서두리지 않을 겁니다. 미혜가 마음 깊이 자리잡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 있게 문을 활짝 열며 미소 지을 그날을... 그날까지 저는 미혜의 선생님도 치료사도 아닌 그저 곁에서 함께 하는 동행자로서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미혜가 상큼발랄한 소녀거 되고 숙녀가 되고 ...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미혜같이 예쁜 아이의 엄마가 되기를... 그러니 미혜야 아자.. 아자... 아자...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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