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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구구닷컴] 꼬마 숙녀 하정이 아토피 피부염 치료한 날

작성자딸기이모|작성시간09.09.24|조회수281 목록 댓글 0

“오늘은 아토피 피부염 치료하는 날. 치료 잘 참는다고 칭찬받았어요!”

제 이름은 임하정. 나이는 4살이구요 치마를 좋아하는 꼬마숙녀랍니다. 전 오늘 예쁘게 단장했어요. 청자켓, 청치마를 맞춰 입고 꽃분홍색 두건도 쓰고, 소공녀 머리모양이 달린 머리띠도 했어요. ‘둥근나라’ 그룹홈 이모랑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거든요. 전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데 요즘 따라 다리가 더 많이 간지러웠어요. 가렵다고 긁으니 계속 진물이 나는 거예요. 따갑고 쓰리고...근데 또다시 가렵고. 오늘 그걸 치료하러 간대요. 참, 박수홍 아저씨도 오신다고 했어요. 잘 생긴 개그맨 아저씨 말이에요. 신나요, 히히!

전 치료하는 게 무섭지 않았어요. 오히려 의사선생님이랑 박수홍 아저씨가 걱정하시더라구요. 이복기 선생님은 “조금 따가울 수 있어”라고 하셨지만 전 간지럽기만 하던걸요. 키득거리고 웃었더니 선생님과 박수홍 아저씨가 칭찬해주셨어요. “와, 우리 하정이 잘 참는다!” ‘플라즈마’라는 이온레이저 기구래요. 거기서 헬륨가스가 나와 제 환부의 염증을 가라앉힌다네요. 근데 그 기구는 작동 중 방귀소리가 나요. 모양도 총같이 생겼구요. 그래서 박수홍 아저씨와 전 그걸 ‘방귀총’이라고 이름 붙였죠. 어떤 언니가 아프지 않냐 묻길래 씩씩하게 답해줬답니다. “재밌어요!“라구요. 치료가 끝나고 전 괜히 신이 나 침대 위에서 방방 뛰었답니다. 내친 김에 박수홍 아저씨랑 하이파이브도 했어요.

“너희들이 과자 먹으면 하정이도 먹고 싶으니까 우리 다 같이 먹지 말자.”

저에겐 이모가 몇 분 계세요. 박경자 이모, 김서진 이모 등...어른들은 우리 이모를 사회복지사와 아동복지사라고 불러요. 저한텐 떨어져 있는 엄마 대신이죠. 저는 작은 주공아파트에서 다른 친구들 5명과 함께 생활한답니다. ‘그룹홈’이라는 시스템인데요, 대안가족공동체를 지향하는 복지 기관이에요. 전 아토피가 심해서 과자를 먹으면 안 되요. 이모는 다른 언니ㆍ동생들에게도 “너희들이 과자 먹으면 하정이도 먹고 싶으니까 우리 다 같이 먹지 말자.”고 말씀하시죠. 그럼 다들 고맙게도 잘 따라줘요. 이모는 대신 과일을 많이 주신답니다.

 

엄마 생각 안나냐구요? 엄마 1주일에 한 번씩은 만나는걸요. 엄마는 두 가지 약속을 하셨어요. 절 반드시 다시 데려가겠다는 것, 정기적으로 저와 만난다는 것. 그래야만 절 여기 맡기실 수 있대요. 그 약속을 하며 엄마는 다시 살아야겠단 의지를 다지게 됐대요. 저도 엄마와 떨어져 산다는 마음이 안 들어 좋구요.

“엄마는 아직도 찜질방에서 생활하세요”

우리 엄만 제가 30개월 됐을 때 저를 안고 구청에 찾아가셨어요. 당시 우울증 증세까지 겹쳐 온전히 저를 보살피기가 힘들다고 구조요청을 하신 거예요. 그래서 이리로 오게 됐어요. 당시 전 30개월 아이였는데 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해요. 발달퇴행으로 기저귀도 차고 있었고요.

그 전까지 조금 힘들었거든요. 제가 태어난 지 24개월 됐을 때 아빠가 가출하셨어요. 엄마는 봉제하청업체에서 일하셨고 아빠도 노동일을 하셨지만 이상하게 카드빚은 늘어만 갔대요. 그러다가 아빠가 없어졌어요. 빚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집을 나가신 거죠.

그 후 엄마와 전 생활비도 없었고 빚쟁이들은 집으로 찾아와 엄마를 괴롭혔어요. 그래서 집을 팔고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했답니다. 엄마 친구 집에 며칠, 외삼촌 집에 일주일, 그리고 엄마가 자주 가시던 절에서 한 달...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6개월을 버티다가 결국 찜질방에서 살게 됐어요. 하루 4천원인 찜질방에서 엄마는 저와 함께 먹고 자고 했대요. 처음엔 찜질방이 좋았는데...요즘 가보면 솔직히 별로예요. 바닥도 딱딱하고 습기도 많아서 힘들거든요.

엄마는 저를 여기 맡기신 후 요즘은 다시 봉제하청업체에 나가신답니다. 빨리 방 보증금을 마련해 저를 데려가고 싶대요. 그런데 하청업체가 자주 부도가 나요. 그러면 엄마는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일자리도 없어지죠. 그렇게 수입이 일정치 않다보니 평균 수입이 30-40만원이래요. 그래서 저축하기가 힘든가 봐요. 아직 찜질방에서 주무시고 매일 똑같은 잠바만 입으시는데두요.

얼마 전 엄만 힘들게 100만원을 모으셨다고 좋아하셨어요. 그런데 엄마는 신용불량자라 통장을 만들 수 없었나 봐요. 수표를 가지고 다니는 게 위험하다고 우리 이모가 이모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드렸대요. 엄마는 보증금 500만원을 모아서 반지하가 아닌 지상 방에서 절 키우는 게 목표라고 해요.

“하정이 예쁜 얼굴은 아토피가 심하지 않아 다행이네요.”

이제 치료가 끝나고 진료실로 갔어요. 오늘 절 치료해준 연세엘레핀 클리닉엔 의사 선생님이 두 분이에요. 아까는 이복기 선생님이 절 치료해주셨는데, 이번엔 오동희 선생님이 진료실에 앉아계셨어요. 선생님은 “아토피가 하정이 얼굴엔 심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주의 사항 몇 가지를 알려주셨답니다.

첫째, 너무 자주 씻지 말 것. (이런...전 깨끗한 숙녀라 자주 씻는 편인데 큰일이네요^^) 피부의 미세한 부분에 물기가 고이면 더 악화되기 때문에 자주 씻는 건 안 된다고 해요. 탕 목욕도 금지. 둘째, 목욕 후에도 수건으로 닦지 말고 자연 건조시켜야 한대요. 1분이면 물기는 날아가니까요. 그리고 물기가 약간 남았을 때 보습제 발라주는 것도 잊지 말래요. 셋째, 동물성 단백질을 멀리하고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것. 그리고 화학조미료 들어간 음식 피하고 유기농 제품 먹을 것.

선생님들은 연고를 처방해주시며 제가 완치될 때까지 무료로 치료해주시고 관리해주겠다고 약속하셨어요. 하지만 생활습관과 식이요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하셨답니다. 또, 잘 낫지 않는 병이라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아토피 피부염은 청소년기에 75%는 없어지고, 심할 때일수록 관리를 잘해주면 오히려 만성염증화를 막아 쉽게 치료될 수 있다고 안심시켜 주셨어요.

박수홍 아저씨와 의사선생님들, 예쁜 간호사 언니들, 저 데리고 왔다 갔다 하신 우리 이모랑 내가 살고있는 그룹홈‘둥근 나라’에서 같이 온 언니오빠들. 오늘 저한테 관심 가져주시고 치료해주셔서 참 감사해요. 전 오늘 즐거운 나들이를 한 기분이랍니다. 깨끗하고 좋은 향기나는 병원 구경과 치료 재밌었어요. 앞으로도 병원은 무서워하지 않을 것 같아요.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2006.11.16 꼬마 숙녀 하정 올림.

강나연기자,cafecafe1@hanmail.net(구굿닷컴)
200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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