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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함께> 2026년 여름호/푸른 터널 외 1편/지정애

작성자지정애|작성시간26.06.13|조회수19 목록 댓글 0

푸른 터널

지정애

 

밤의 긴 팔

수평선 모가지를 감고 있다

바다가 어딘가에 있다는 것은 풍문,

어둠은 막힌 골목의 괴한처럼 버티고

출구는 손짓한다, 가시 그물을 흔들며

마른 풀은 무기수의 잠에 빠져있다, 창문 아래

햇빛은 지붕에서 오랏줄처럼 내려온다, 툭 툭

끊어주는 어둠은 두 번째 피부, 풀은

바람을 닮아 닳는다

그물 속으로

먼지 속으로

아무도 잡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한다

먼지는 한 번씩 번쩍이며

오래 벼린 칼을 던져준다

흰 뼈가 녹아 흐르는 밤

잎사귀는 남은 숨결로 바다에 닿는다

 

 

 

무릎을 켜면 종이 울린다

 

 

그해 가을한 무릎이 왔다

 

흰 벽의 사방연속무늬와 함께 남겨진

여자는 무늬 속으로 들어간다

 

차가운 건 몸에 좋지 않아

 

무릎을 접고 방석을 내밀어준 사람

방 밖으로 나간 뒤

 

다섯 마디 눈송이 울린다

 

어스름 후암동 교회 종소리처럼

 

누군가 푸른 공기를 밟고

무릎을 켜는 소리

 

무릎을 접는다는 건 누군가의 눈송이가 된다는 것

 

무릎 속에서 빛의 손을 찾으려고

기차 타고 네온사인 속으로 뛰어든 여자는

무릎 밖에서 서성이고

떠돈다

 

저 검은 언덕과 하늘 너머

파도에 던져버린 뒷모습

철썩철썩

해변의 눈송이 속에서

 

여자는 모포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무릎을

켠다

 

녹슨 종

겨울 물결의 목울대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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