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터널
지정애
밤의 긴 팔
수평선 모가지를 감고 있다
바다가 어딘가에 있다는 것은 풍문,
어둠은 막힌 골목의 괴한처럼 버티고
출구는 손짓한다, 가시 그물을 흔들며
마른 풀은 무기수의 잠에 빠져있다, 창문 아래
햇빛은 지붕에서 오랏줄처럼 내려온다, 툭 툭
끊어주는 어둠은 두 번째 피부, 풀은
바람을 닮아 닳는다
그물 속으로
먼지 속으로
아무도 잡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한다
먼지는 한 번씩 번쩍이며
오래 벼린 칼을 던져준다
흰 뼈가 녹아 흐르는 밤
잎사귀는 남은 숨결로 바다에 닿는다
무릎을 켜면 종이 울린다
그해 가을, 한 무릎이 왔다
흰 벽의 사방연속무늬와 함께 남겨진
여자는 무늬 속으로 들어간다
- 차가운 건 몸에 좋지 않아
무릎을 접고 방석을 내밀어준 사람
방 밖으로 나간 뒤
다섯 마디 눈송이 울린다
어스름 후암동 교회 종소리처럼
누군가 푸른 공기를 밟고
무릎을 켜는 소리
무릎을 접는다는 건 누군가의 눈송이가 된다는 것
무릎 속에서 빛의 손을 찾으려고
기차 타고 네온사인 속으로 뛰어든 여자는
무릎 밖에서 서성이고
떠돈다
저 검은 언덕과 하늘 너머
파도에 던져버린 뒷모습
철썩철썩
해변의 눈송이 속에서
여자는 모포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무릎을
켠다
녹슨 종
겨울 물결의 목울대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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