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로 뜨거운 문틀마다 옛 자취를 지우는 붓질
바닥을 거칠게 쓸어내는 빗자루 소리 요란하다
한때 완강했던 유리창의 그늘은
유리에 새겨진 글자들과 함께 희미해지고
밀어내고 싶었던 얼룩들은
바람의 결 속으로 하얗게 바래어 가는데
지우려는 손길마저 새로운 붓 자국을 또 남길 테지만
어느 모퉁이는 다시 화려한 화환을 내걸고
소리 없이 셔터를 내리는 어두운 틈새에선
누군가 멈추어 선 하중을 무겁게 삼키고 있다
두껍게 쌓인 페인트의 나이테 위에
다시 흰 도료가 덮이는 무한한 반복 속에
그 거리의 주파수를 바라보던 우리의 지문도 천천히 흐려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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