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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자작시

동화 날개 모양의 철편

작성자대구 수성구 정연희|작성시간26.06.21|조회수11 목록 댓글 0


​📖 날개 모양의 철편 (The Winged Iron)

​한낮의 들판은 시끄러운 축제의 소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눈길을 겹쳐 흐르고 악수를 나누며 화려한 문장들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뜬구름 같은 말들은 들판의 가파른 공기 중으로 이내 흩어져 버릴 뿐이었습니다.

​그 시끄러운 소음의 한가운데, 소년의 손에 쥐인 낡고 단단한 호미가 있었습니다. 호미는 축제의 소리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직 어두운 토양, 그 침묵의 세계만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요. 호미의 검은 쇠날은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대지를 향한 뜨거운 열망이 숨 쉬고 있었습니다.

​"내 각도는 오직 하나야."
호미가 단단한 몸을 웅크리며 속삭였습니다.
"수직으로, 가장 정직하게 내리꽂히는 것."
​바퀴들이 서둘러 길을 돌려 떠나고, 한낮의 열기가 식어갈 무렵 마침내 들판에 고요가 찾아왔습니다. 호미는 기어이 도달한 고랑 위에서 자신의 온 존재를 아래로 던졌습니다.

​슝― 챙!

​날카로운 쇠붙이가 수직으로 땅을 파고들었습니다. 겉포장된 세상의 소음들을 단칼에 베어내고, 가장 낮은 음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것입니다. 그곳에는 오랜 시간 얼어붙어 얽히고설킨 거칠고 질긴 흙매듭들이 있었습니다. 서서히 조여오는 검은 뿌리의 악력이 쇠붙이의 온몸을 팽팽하게 압박해 왔습니다.

​"지독하게 엉킨 매듭을 이제는 놓아줄 시간이야."
​날개 모양을 닮은 호미의 철편이 그 질긴 악력의 중심을 향해 파고들어, 뚝, 뚝! 단단하게 굳어 있던 매듭을 끊어내었습니다. 서로를 겉돌며 마찰하던 거친 모래알들의 서먹한 서걱거림이 마침내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호미가 지나간 자리마다 깊고 정직한 구덩이가 비워졌습니다. 그 비워진 구덩이는 서늘한 빈자리가 아니었습니다. 호미는 그곳에 세상의 가짜 속도 대신, 내일의 첫 새벽을 깨울 가장 정직하고 맑은 바람의 결을 차곡차곡 채워 넣었습니다.

​축제가 끝난 빈 들판, 날개 모양의 쇠붙이는 홀로 조용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다음 새벽, 대지 위로 돋아날 가장 눈부신 생명의 숨결을 품은 채로 말입니다.



​📖 날개 모양의 철편 (The Winged Iron)

​한낮의 들판 위로
뜬구름 닮은 가파른 소음들이
공중으로 흩어질 때,
​소년의 손에 쥐인 검은 쇠날은
화려한 축제 대신
어두운 토양의 침묵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내 각도는 오직 하나,
수직으로 가장 정직하게 내리꽂히는 것
​열기가 식고 바퀴들이 돌아선 고요의 시간
호미는 고랑 위에서
자신의 온 무게를 아래로 던진다

​슝― 챙!
​단칼에 베어지는 지상의 소음들
서늘한 음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면
얼어붙은 채 얽혀 있던
질긴 흙매듭들이 온몸을 조여온다

​악력의 중심을 향해 파고드는 날카로운 철편,
뚝, 뚝!
마찰하던 모래알들의 서먹한 서걱거림이
사방으로 바스러져 흩어진다

​가짜의 속도가 떠나간 자리마다
깊고 정직하게 비워지는 구덩이
​그 서늘한 빈자리 속으로
내일의 첫 새벽을 깨울
맑은 바람의 결이 차곡차곡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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