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리스트 수비복식조, 강릉세계마스터즈 3전 전승 본선행
▲ 전설의 깎신들이 다시 만났다. 김경아-박미영 조.
세계 무대를 함께 누비던 한국 여자탁구 대표 수비 복식조가 다시 뭉쳤다.
김경아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코치와 박미영 씨가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 여자 45~49세부 복식 예선을 3전 전승으로 통과하며 본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 호흡만은 전성기 시절 그대로였다.
두 사람은 8일 저녁 치러진 그룹 예선에서 독일, 홍콩, 호주-핀란드 연합조를 모두 3대 0으로 꺾었다. 오랜 공백이 무색할 만큼 안정적인 수비와 노련한 경기 운영은 여전했다.
▲ 안정적인 수비와 노련한 경기 운영은 여전했다.
김경아 코치와 박미영 씨는 한국 여자탁구 역사에 굵은 발자취를 남긴 복식 파트너다. 두 사람은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단체전 동메달을 함께 일궜고, 2007년 자그레브, 2009년 요코하마, 2011년 로테르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복식에서 3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했다. ITTF 프로투어에서도 여러 차례 정상에 오르며 최강 중국 선수들과 맞섰던 한국 여자탁구 최고의 수비 복식조였다.
▲ 경기 후 상대 선수들과 인사하는 김경아-박미영 조.
그런 두 사람이 다시 같은 코트에 선 것은 강릉에서 열린 세계마스터즈였기에 가능했다.
김경아 코치는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지도자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고, 박미영 씨는 생활체육 현장에서 동호인들과 호흡하며 라켓을 놓지 않았다.
▲ 세계무대를 함께 누볐다. 사진은 2007년 자그레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동메달 수상 직후.
김경아 코치는 “처음에는 한국에서 이런 대회가 열리니까 미영이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둘이 같은 연령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올해가 딱 맞았다. 내가 마흔아홉, 미영이가 마흔다섯! 지금이 아니면 같이 나가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미영 씨 역시 특별한 선택을 했다.
당초 생활체육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던 그는 옛 파트너와 다시 호흡을 맞추기 위해 대표 자격을 내려놓았다. 박미영 씨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고 거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언니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는데, 다시 같이 하니까 옛날 생각도 많이 난다”고 말했다.
▲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 3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9년 요코하마 대회 때의 모습.
준비 시간은 충분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대회를 앞두고 함께 연습한 것은 단 두 차례뿐이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쌓아온 호흡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김경아 코치는 “처음에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즐기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연습을 하니까 욕심이 나더라”며 웃었다. 박미영 씨도 “처음에는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지만, 하면 할수록 감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 2011년 로테르담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경기모습이다.
두 사람에게 ‘복식 파트너’는 단순한 경기 동료 이상의 의미다. 현역 시절 김경아 코치와 박미영 씨는 10년 넘게 국제무대를 함께 누볐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같은 방에서 생활하며 승리와 패배, 기쁨과 아쉬움을 공유했다.
김경아 코치는 “1년에 7~8개월은 미영이와 같이 있었다. 가족보다 더 자주 보면서 좋은 순간도 힘든 순간도 모두 함께했다. 정말 끈끈한 관계였다”고 돌아봤다.
▲ 올림픽에서도 맹활약했다. 2008년 베이징에서 동메달, 사진은 2012년 런던올림픽 때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김경아 코치는 “그때는 정말 욕심이 많았다. 항상 이기고 싶었고 미영이에게 부담도 많이 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는데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박미영 씨 역시 “언니도 조금 더 편하게 했으면 충분히 더 즐기면서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결국 마스터즈 무대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조금은 넉넉해진 마음으로 탁구를 마주하고 있다.
▲ 이제는 부담감보다 여유가 넘치는 두 사람이다.
하지만 승부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경쟁했던 두 사람에게 코트 위에서의 최선은 여전히 당연한 자세다. 김경아 코치는 “이기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다만 예전처럼 치열한 부담감은 아니고 지금은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복식뿐 아니라 여자 45~49세부 단식에도 나란히 출전하고 있다. 특히 대진표상 서로 반대편에 자리해 나란히 승리를 이어간다면 결승 무대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다.
▲ 오랜만의 호흡만큼이나 애틋한 두 사람이다.
결승에서 서로 상대하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 김경아 코치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죠”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런 대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대회 취지에도 맞다”고 강조했다. 추억을 위해 다시 잡은 라켓이지만, 코트 위의 김경아 코치와 박미영 씨는 여전히 승부사다.
▲ 전설의 깎신들! 인기는 여전했다. 팬들의 사인 요청도 끊이지 않았다.
▲ 전설의 깎신들! 인기는 여전했다. 팬들의 사인 요청도 끊이지 않았다.
한때 세계 최강자들과 맞서며 한국 팬들을 열광시켰던 ‘전설의 수비조’는 9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0일부터 시작되는 여자 45~49세부 복식 본선 토너먼트에 나선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여자탁구 수비의 자존심을 지켜왔던 두 사람이 세월을 넘어 다시 만들어갈 호흡에도 계속해서 각별한 관심이 모일 것이다.
그것이 또한 엘리트 시절의 치열했던 메달 경쟁이 아닌 마스터즈 무대에서의 도전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마음도 한층 여유롭다(월간탁구/더핑퐁=취재_한인수 | 사진_월간탁구DB/김민준/송주현).
출처:더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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