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본당에서의 레지오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평신도들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비신자들 및 신앙을 포기하거나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생활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을 향한 공동체적 선교 열정을 다시 일깨우기 위해 각자의 본당에서 참다운 친교의 성장에 매우 힘써야 한다.”( 평신도 그리스도인 27)
레지오 마리애를 설립하게 되면 본당 안의 참된 공동체 정신이 크게 성장한다. 레지오를 통하여 평신도들은 본당 안에서 사제와 일치하여 사목적 활동에 동참하는 일에 익숙해진다. 정기적인 주 회합을 통하여 여러 가지 본당 활동을 조절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이점이 있다. 그런데 특히 강조하는 바는, 본당 활동에 참여하는 신자들을 레지오 단원으로 만들어 영적인 성장을 통해 본당이 성체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임을 알게 한다면, 이들은 이러한 본당 공동체의 건설을 위하여 지역 안의 모든 사람들을 보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찾아나서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본당에서 레지오 사도직을 수행하는 방법은 제37장 [ 활동의 예와 방법]에 설명되어 있다.
"사제들은 평신도 사도직을 자신들이 수행하는 사목 활동의 확고부동한 부분으로 여겨야 하며, 신자들은 이를 크리스천 생활의 의무로 여겨야 한다."(교황 비오 11세 / Pius XI)
6. 높은 이상과 진취적 행동의 견인차인 레지오
진리의 수호자인 교회가 몸을 사리고 틀에 박힌 모습만을 보인다면, 이로써 교회는 오히려 진리를 위태로운 상태로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그들의 순수하고 활동적인 이상을 순전히 세속적인 단체나 심지어 반종교적인 조직에서 찾으려는 습성에 물들게 되면 무서운 해악을 입게 되며,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이에 레지오는 조직의 사업 계획을 수행하는데 진취적인 노력과 희생 정신을 발휘하여 이상과 행동이라는 두 낱말이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쓰여지도록 힘써 도와야 한다.
그런데 이기주의로 가득 찬 요즘 세상에 레지오 단원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지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좋지 않다. 하찮은 활동에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응답하지만 대부분 곧 식어 버려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으나, 큰일을 하도록 부름받고 이에 응하는 사람은 비록 소수이지만 그들은 끝까지 견뎌내 그 정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점점 널리 알려지게 된다.
레지오의 쁘레시디움은 이러한 점에서 사제를 돕는 강력한 단체이며, 사제가 돌보아야 할 사람들, 즉 복음화하는 일에 쓸 힘센 도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회합에 참석하여 단원들을 지도하고 격려하며 영성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으로, 모든 물리적 제약을 초월하여, 단 한 번으로 여러 곳을 방문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그들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쁘레시디움을 지도하는 데서 얻는 효과만큼 사제의 열성이 확실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제가 레지오 단원들로 무장을 하게 되면 (단원들이 비록 막대기, 가죽 주머니, 돌팔매 끈, 자갈 따위의 볼품 없는 도구에 지나지 않을지는 모르나, 성모님이 그들을 하늘의 무기로 만드셨기에) 사제는 또 하나의 다윗이 되어, 죄악과 불신이라는 교만한 골리앗을 반드시 무찌를 수 있다는 확신을 지니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신앙을 확고히 하고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물질적 힘이 아니라 영신적인 힘이다. 위대한 사람만이 큰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라, 베들레헴 성지는 얼마나 작은 마을이었던가! 그런데도 온 세상을 굴복시켰다. 아티카(Attica)는 얼마나 초라한 고장이었던가! 그런데도 훌륭한 여러 현인들을 배출하지 않았는가! 모세, 엘리아, 다윗, 바오로, 아타나시오, 레오가 바로 그분들이다. 은총은 언제나 몇 안 되는 사람들의 공로로써 얻어진다. 이 몇 안되는 사람들의 날카로운 통찰력, 확고 부동한 신념, 굽힐 줄 모르는 의지력, 순교자의 피, 성인들의 기도, 영웅적인 행위, 집중적으로 쏟아내는 한마디 말이나 시선의 힘이 바로 하늘나라가 쓰는 도구인 것이다. 그러니 작은 이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여러분 가운데 계시는 하느님께서는 전능하신 분이시고, 여러분을 위하여 큰일을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뉴만 추기경 Cardinal Newman : 가톨릭 신자의 현 위치 )
7. 단원 양성을 위한 도제 제도
사도 양성을 거론할 때면 일반적으로 강의를 듣고 교재를 공부하는 정도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레지오는 활동이 따르지 않는 사도 양성이란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 실제로, 활동을 떠나서 사도직을 논하는 것은 그 의도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논의할 때에는 먼저 활동의 어려움을 설명해 주고, 어려운만큼 높은 정신력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알게 하며, 동시에 수준 높은 활동이 어떠한것인지를 제시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 입단한 단원들에게 활동을 소개할 때, 실제 모범을 보여 줌으로써 그들의 능력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지는 않고 말로만 설명한다면, 그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갖게 하여 활동을 못하게 만들 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강의 제도는 이론이나 지식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배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대개 보잘것없는 일이나 개인접촉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일에 몸 바치기를 꺼려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상 평신도 사도직의 모든 일들이 대개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실질적인 활동에 달려 있기 때문에, 레지오는 이러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레지오가 단원 양성에 쓰는 방법은 도제제도(徒弟制度)이다. 이 제도는 어떤 직종이나 기능 분야에서도 예외 없이 쓰이는 이상적인 훈련 방식이라고 레지오는 주장한다. 지루한 강의 대신 스승이 제자에게 활동거리를 내놓고, 시범을 통하여 활동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고, 실제로 함께 해 나가면서 드러난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하여 설명해 준다. 제자는 스스로 그 활동을 계속해서 수행하는 가운데 고쳐 나가게 된다. 이러한 훈련을 통하여 유능한 단원을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단원들을 교육하기 위한 강의가 실시될 때에는 모든 강의는 활동 그 자체를 바탕으로 하여 진행되어야 하며, 강의 내용 한마디 한마디가 실제 활동과 연결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강의 제도는 결실을 맺지 못한다. 강의 내용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정규 학생들마저도 강의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실정 아닌가?
또다른 측면에서 볼 때, 강의 제도를 이용하여 신자들을 사도직 단체에 이끌어 들이고자 한다면, 가입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몇 안 될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특히 단순한 사람들은 비록 종교를 강의하는 곳이라 하더라도 교실 같은 장소로 돌아가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이 사도직 학습 제도가 널리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이다. 레지오는 이보다 더 간단하고 심리적인 방법을 이용한다. 그 방법은 단원들이 ‘우리가 하는 일에 참여하여 함께 일해 봅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강의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는 일에 참여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기들도 능히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어, 그 단체에 쉽게 가입하게 된다. 가입한 후 선배 단원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들으며 스스로 참여함으로써 가장 좋은 활동 방법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배우고 익혀, 얼마 가지 않아서 능숙한 솜씨를 발휘하게 된다.
"레지오는 가끔 그 단원들의 경험이 부족하던가 또는 단원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도록 강조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듣는다. 이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가) 레지오는 더 유능한 단원들이 공헌할 수 있도록 이들을 조직적으로 활용한다. (나) 레지오는 극단적으로 공부를 강조하지는 않으나, 단원들이 각자의 고유한 사도직에 알맞게 쓰이도록 힘쓴다. (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용한 목표는 레지오가 일반 신자들에게 ‘자, 어서 레지오에 들어와 당신의 재능을 조금만 보여 주시오. 그러면 우리는 그것을 성모님을 통하여 더욱 크게 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쓰이도록 가르쳐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레지오가 역량 있는 사람들의 단체일뿐만 아니라, 낮고 힘없는 사람들의 단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토마스 오프린 신부 / Fr.Thomas P. OFlynn, C.M. / 꼰칠리움 전 지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