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책들

작성자sunbee(손 원)|작성시간21.12.10|조회수90 목록 댓글 1

                     먼지 쌓인 책들

                                           손 원

 

안방에는 옷장이 건너방에는 책장이 한 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누워서 휴식을 취하면 옷장과 책장은 자연히 눈에 들어온다. 책장과 옷장은 벽 한 쪽면을 온전히 차지할 만큼이어서 건물의 일부분처럼 느껴진다. 둘 다 내용물 보관 가구로 용도는 비슷하지만 외관은 사뭇 다르다. 옷장의 외관은 그 자체로 훌륭한 장식품이다. 화려하지  않은 단아한 조각이 옷장 문을 수놓고 있기때문이다. 반면에 책장 여닫이 문은 투명한 유리문이거나 아예 문이 없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이 둘의 차이라고나 할까?

 

옷장은 방안에 들여 놓기만 하면 외관에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책장은 그렇지 않다. 책장이 채워지지 않으면 이빨빠진 잇몸처럼 어색할 뿐더러 공허한 느낌마저 든다. 친구집 책장을 꽉 채운 장서가 부럽기도 하고 어쩐지 비교가 되기도 한다.

 

책장에 책을 채우기에 급급하다보면 장서와는 거리가 먼 경우도 있다. 이사하면서 책장을 정리했다. 오래도록 방치했던 먼지덮인 책 몇 박스를 버렸다. 책장에 다소 여유공간을 두어 장서를 넣고 싶었다. 남아 있는 책들도 대부분 읽지 않을 것이지만 책장을 더는 비울 수가 없어 그대로 두기로 했다. 대부분의 책들은 아동도서로 구입을 했거나 이웃이 준 것들이다. 그러고 보니 내 스스로 구입한 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나는 다독을 하기보다는 가급적 정독을 한다. 그래서 독서분량이 많지는 않은 편이다. 정독 위주기 때문에 뜸하게 책을 고른다. 흥행되고 있는 베스트셀러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흥미가 적다. 굳이 읽는다면 고전 정도다. 삼국지를 세번은 읽었으니 말이다. 가끔 책장 정리를 한다. 외관 상 깔끔하게 하려고 책들을 키순으로 줄세우기 하는 정도다. 뽀얀  먼지를 덮어 쓰고 있는 책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책은 지식과 교양의 보고다. 그러기에 애착을 가지고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을 하니 부끄럽기도 하다. 좋은 책을 내느라고 혼신을 다한 저자에게 빚진 느낌이다. 책을 통독하고 단 몇 줄이라도 독후감을 쓴 쪽지를 끼워두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

 

길가다 서점을 발견하면 서슴없이 들어가 책 한권 고르는 멋진 사람이  되어보도록 하자. 그 책을 다 읽고 끝 페이지에 독후감을 적은 메모지 한 장 끼워서 진열장에 넣어 두자. 감명 깊게 읽었다면 훗날 지인에게 선물 해 보고 싶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가장 보람 된 삶이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고 유익했으면 큰 보람이 될 것이다. 나의 저서에 대하여 아무도 관심이 없다면 얼마나 서글픈 일이 겠는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더라도 책장에 방치되어 두껍게 먼지가 쌓이다면 나와의 대화를 거절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저서를 끝까지 읽어 준 독자에 대한 배려의 이야기가 있다.

 

<운명을 바꾼 책 한권>

지금부터 약 90여년 전에 영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시골 소년이 런던의 어느 큰 교회를 찾아갔다. 소년은 집이 몹시 가난하여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게 되자 교회의 도서관에서 잔 심부름을 하며 그나마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려고 무작정 올라온 것이었다.

 

소년은 목사가 외출하고 없자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소년의 등뒤엔 수 많은 책들로 가득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에는 반짝 빛이 났다. 흥분한 소년은 책을 둘러보다가 한쪽 구석에 두껍게 먼지가 쌓인 책 한권을 발견했다. 볼품이 없는 그 책은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듯 했다. 소년은 먼지라도 털 생각으로 책을 꺼냈다가 차츰 그 내용에 빨려들게 되었다.

 

그 책은 페브리에의 [동물학]이란 책이었다. 소년은 선 채로 그 책을 열심히 읽었다. 마침내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 뒷장에 이런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곧 런던법원으로 가서 1136호의 서류를 가지십시오"

 

어리둥절한 소년은 곧장 법원으로 달려가 서류를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서류엔 소년에게 400만 달러의 유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소년은 눈을 비비며 다시금 꼼꼼히 서류를 읽어보았다.

 

"이것은 나의 유언장입니다. 당신은 나의 저서를 처음으로 읽어주신 분입니다. 나는 평생을 바쳐 동물학을 연구하고 책을 썼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만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도서관에 기증하고 나머지 책은 모두 불살랐습니다.

당신이 그 교회의 내 유일한 저서를 읽어주셨으니 내 전 재산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F.E. 페브리에-

 

그 사건은 당시 영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소년은"페브리에"의 뜻을 기려 영국 전역에 도서관을 세웠다. 그리고 좋은 책을 보급하는데 힘썼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평생을 보냈다.

책 한권이 소년에게 놀라운 운명과 행운과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2021. 12. 9.)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눈밭 (전호준) | 작성시간 21.12.10 글 쓰기 공부를 하고있다는 나 자신을 뒤돌아 봅니다. 중학교 다닐적만 해도 변변한 책상 하나 없이 공부하던 시절 어느 친구집 책장에 가득한 책을보며 부러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책을 좋아해 모으기만 했지 지금은 거의 읽지를 않으니,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읽지않는 책은 하나의 장식품에 불과합니다. 그도 먼지 쌓인 장식품.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글 잘 읽었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