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소탕 작전.

작성자수선화2|작성시간26.06.09|조회수29 목록 댓글 0

 

 

 봄 배추를 솎으려고 텃 밭으로 갔다. 며칠 사이 쑥쑥 자란 봄배추가 예쁘고 탐스러웠다. 가까이 가서보니 봄배추가 싱싱하고 예쁘게 자랐는데 배추 잎들이 숭숭 구멍이 뚫렸으며 곰보 자국이 많았다. 무관심한 사이 벌레가 생겼나? 이상하여 배춧잎을 들여다 보았다. 벌레는 보이지 않는데 거무스름한 달팽이가 여기저기 진을 치며 얼씨구나 좋다 주인없으니 마음놓고 유유적적 배추잎에 앉아 곰보 자국을 냈다. 얄미운 달팽이를 한 마리 두 마리 조심스레 잡다가 너무 많아 물바가지에 담았다. 단단하지도 않는 껍질 속에 몸을 움추리며 쏘옥 들어가는 달팽이의 몸을 보니 불쌍하기도 했다. 손을 가까이 가서 손가락으로 몸을 건드리면 길게 뻗은 더듬이와 긴 목이 힘없는 껍질 속으로 쏘옥 들어갔다. 생명이 있어 꿈틀거리며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배추를 먹으려면 사정없이 달팽이를 잡아야 한다. 한참을 잡아 물바가지에 담은 한 줌 되는 달팽이를 차마 죽이지 못해 햇빛 드는 잔디밭 푸른 풀밭에 던져 버렸다. 징그럽기도 하고 햇빛에 놓아두면 자연 사망이 될 것 같은 짧은 생각에 그냥 잔디 밭에 던졌다.

한참동안 텃밭 손질을 정신없이 하다가 던져진 달팽이를 보았다. 햇빛이 따가운지 목을 길게 쭉 빼 들고 더듬이를 길게 뻗고 주인에게 들킬까봐 죽을 힘 다해 바둥거리며 기어나가고 있었다. 어디를 가려는 걸까? 방향은 알고 있는가? 아무리 살펴보아도 눈도 입도 코도 보이질 않고 더듬이만 길게 내리 뻗고 긴 목으로 움찔거린다. 누가 오라 하지 않아도 하염없이 기고 또 기어 나름대로 줄 행랑을 치지만 얼마를 갈 수 있을까? 불쌍했다. 그러고 보니 달팽이를 한참 키우던 갓 쉰이 된 딸이 생각났다.

어느 날 울산 딸 집을 방문했는데 곤충 채집통 같은 예쁜 상자가 눈에 띄었다. 뭐냐고 물어보니 달팽이 한마리를 키운다고 한다. 참 이상했다. ? 달팽이를 키우냐고 했더니 시장가서 단 배추를 사왔는데 다듬다 보니 달팽이가 나와서 차마 버리지도 죽이지도 못하고 불쌍해서 배추잎을 넣어주면서 키운다고 했다. 참으로 생명이 꿈틀거리는 모습에서 어찌 할 수 없어 한 동안 키우는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나도 꿈틀거리는 달팽이를 보니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차마 내 손으로 죽일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서너줄 되는 배추밭의 배추잎을 갉아 먹게는 할 수 없어 잡기는 했지만 난감했다. 궁여지책으로 햇빛드는 잔디밭으로 던졌는데 모두 살아야만 하는지 긴 목을 받쳐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더듬이로 방향을 잡는 것 같았다.

잔디 밭 푸른 풀밭이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지나간 자리마다 묻어나는 희고 끈끈한 자국들, 자세히 보니 꿈틀거리는 몸으로 집 한채를 등에 짊어지고 어디를 찾고 있는 것일까? 자기가 살고 있었던 배추밭으로 가려나보다. 아니, 안돼! 거길 가면 또 쫓겨나야하기에 그냥 잔디밭은 어떨까? 안심하고 푸른 풀밭에서 놀면 될텐데 사람이 먹는 배추잎을 갉아 먹으려고 하는지 죽음을 무릅쓰는 모습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 화장품에 달팽이 크림이 주름을 없애주며 피부에 좋다는 광고를 본 적 있다. 이 참에 텃밭의 달팽이를 부지런히 잡아 화장품 회사에 납품을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쓴 웃음이 나왔다.

 

달팽이는 언제나 긴 목을 치켜들고 더듬이를 앞세우며 먹을 것을 찾아 길을 떠난다. 달팽이는 무거운 집 등에 짊어지고 육체의 고통이 고달파도 주어진 현실 앞에 풀벌레처럼 울지도 않으며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그저 달팽이만의 길을 묵묵히 버티며 살아가는 모습이 신통키만 하다.

고통의 순간을 참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현실이 달팽이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말없는 걸음마다, 지나간 흔적마다 묻어나는 희고 끈끈한 자국들, 자기네 끼리만 통하는 언어 속에서 쉼없이 살아야 한다는 일념속에서 떠들지 않고 그저 조용히 낮은 자세로 가야할 곳 찾아가는 달팽이의 모습에서 우리 인간들도 끈끈한 정으로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건실하게 살아가야한다. 달팽이는 아무 말도 울음도 내지르지 못하고 뜨거운 햇빛아래 무거운 집 등에 지고 살아 갈 수 있을까? 아직 텃밭의 배추는 자라야 하고 달팽이 소탕작전에 손이 멈칫, 차라리 공생하며 살아야 하는가 본다. 봄볕이 따갑다. 잔디밭 이름 모를 풀잎에 자리 한 달팽이가 대견스럽다. 가늘고 긴 목에서 튀어 나온 더듬이가 방향을 가리키는 네비게이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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