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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작성자최명애|작성시간26.06.22|조회수51 목록 댓글 1

파랑새

최명애

병원에서 새해를 맞이한다. 해가 떠오르는 산 정상을 바라보며 두 손을 합장하고 기다리고 있다. 보호자들은 해돋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좋은 기운을 받고자 기도 염원을 모으고 있다.

 6동 8층 파랑새! 파랑새! 방송이 울린다. 간호사와 의료진들이 복도 끝 병실 쪽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보호자들도 복도로 나와 술렁이고 있다. 암호명 ‘파랑새’는 위급 환자 발생을 알리는 블루코드였다. 이별의 슬픔과 생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인연들이 모여 있는 병원은 이승에서 겪어야 하는 심판대 아닐까. 하루에 파랑새를 외치는 소리가 세 번이나 울렸다. 새가 되어 하늘로 오르는 파랑새는 이제 병마의 고통에서 해방되었으리라.

 엄마가 다시 열이 오르며 헛소리까지 한다. 눈을 감은 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옹알이를 계속하고 있다. 꿈꾸는가 싶어 물어보면 엉뚱한 말을 한다. 낮 동안에는 요양보호사가 엄마를 보살피고 나는 밤에 돌봐드린다. 물수건을 이마에 올리고, 몸을 닦아주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아침에 교대하고 집에 돌아오면 내 몸은 파김치가 된다.

 할 일이 태산 같지만, 손에 잡히지 않고 시간만 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후다닥 정리를 해놓고 나면 또 병원에 와야 한다. 생활 리듬이 깨지고 활력을 잃는다. 매일 규칙적으로 하던 취미 활동도 할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걷기 운동, 음악 틀어놓고 하모니카 불기, 봉사활동 참여 등, 집에서 마음대로 하던 일도 병원이란 곳에서는 불가능하다. 자식들이 나 말고도 있지만 간호할 사람이 없어서다.

 하루하루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오늘 밤은 무사히 잘 지나가기를 바란다. 수면제의 힘을 빌려 코를 골며 잠든 엄마의 앙상한 손가락을 보니 마음이 아려온다. 엄마는 젊은 시절에 식당을 했다. 요즘처럼 교통이 편한 시절도 아니었으니 오로지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벌어야 했다. 양손에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면서 온몸이 녹초가 되었을 텐데 오로지 자식을 향한 애착과 애정으로 버티어 오셨다.

 강한 생활력 덕분에 형편은 좋아졌지만, 엄마 자신을 위한 삶은 없었다. 집, 시장, 식당을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그렇게 살았다. 친구를 만나는 일도, 취미를 배울 여유도 없었고, 여행이나 구경을 갈 상황도 아니었다. 주어진 환경을 숙명처럼 여기며 살아오신 엄마의 가없는 사랑을 떠올리며 목젖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엄마는 일주일이 지나도 열은 잡히지 않고 점점 힘든 모습이다. 걷기도 힘들어져서 소변줄도 달았다. 병원에 와서 점점 좋아지던 모습이 이제는 지난 일이 되었다. 노인들의 몸은 한군데가 나빠지면 합병증이 생겨서 점점 회복하기 힘이 든다. 몸 상태는 생각지 않고 열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의사를 원망하며 보내는 날이 계속되자 예민해진다. 주치의는 최선을 다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모르니 pet ct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연세가 있으니 더 이상 수술이나 시술 등을 할 수 없고 다음 주가 고비라고 했다. 비보험이라 고비용이 들지만, 자식 된 도리로 동의했다.  

 입원한 지 10여 일쯤 지나자, 상황이 매우 안 좋아졌다. 며칠째 식사도 못 하고 힘없이 누워있기만 하니 안타깝다. 해열제와 항생제를 계속 일정한 시간에 투여한다. 항생제 때문인지 엄마는 눈을 감은 채로 식사까지 거부한다. 팔과 다리는 가늘어지고 수분이 다 빠진 피부가 쪼글쪼글하다. 손과 발도 차갑다. 몸은 축 늘어져 있지만 정신은 아주 맑다.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회귀본능을 짐작으로 알아차리는지, 몸이 뜨끈뜨끈하면서도 염주를 꼭 쥔다. 도솔천에 암자 하나 지어 자식들의 부귀영화와 건강을 빌면서 부처님 품에 귀의하시려는 염원일까.

 빈혈이 심해서 수혈하고 영양제를 맞고 나니 생기가 조금 돈다. 연세가 높아서 소생할 기미는 없지만, 가시는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고 생각하니 밀려오는 슬픔을 가눌 길이 없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이승과의 이별을 막고 있는 모양이다. 자식들과 맺은 단단한 끈을 한마디씩 풀어내고 애틋한 정을 끊어내야 하는 과정은 엄마의 욕심인가.

 주변에서는 퇴원하고 집으로 가면 그다음 어떻게 할 거냐고 한마디씩 거든다. 요양시설로 가야 보호를 더 받을 수 있고 자식들도 힘이 덜 들 것이란다. 자식은 마지막에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그동안 자식 노릇을 한다고 했지만, 마지막 선택은 후회와 자책이 따른다.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들 한 번이라도 더 보고 편하게 가셨으면 좋겠다. 부모와 자식이 마지막에 한번은 겪어야 할 마음의 준비를 생각하며 엄마를 가만히 불러 본다.

 내 마음은 고비사막이다. 바람이 불고 모래 먼지가 자꾸ㄷ 눈에 들어온다. 머지않아 파랑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실 엄마의 침상을 지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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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푸른숲 | 작성시간 08:37 new "파랑새" 누구나 가는 길이지만 부모를 보내는 자식의 마음은 미어집니다. 마지막 효도의 길입니다. 최선을 다 하시는 명애 선생님께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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