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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맛

작성자서영화 (멍석)|작성시간26.06.23|조회수13 목록 댓글 0

 

 

                                                         빵 맛

 

                                                                                                                                     서영화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는 빵집이 네 곳 있다. 심심할 때면 진열된 빵과 빵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곤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처음 만나는 빵집은 지하철역 안에 있다.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부근에 자리한 다섯 평 남짓한 가게다. 브랜드 빵집과 비슷한 빵을 팔지만, 가격은 절반 정도다. 나는 가격이 저렴하여 늘 두어 개씩 사곤 한다. 다른 곳보다 손님이 뜸하고 이윤도 적을 것 같아, 카드 대신 지폐를 내민다. 어떨 때는 천 원짜리 카스텔라 한 개를 들고 나오면서도 괜히 마음이 쓰인다.

  지하철역을 벗어나면 규모도 크고 화려한 조명의 브랜드 빵집이 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 덕분인지 젊은이와 아이들로 늘 북적인다. 대여섯 개의 탁자가 모자라 바깥에 두 개 더 놓았는데도 자리가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손님들은 지하철역 근처 쉼터에 앉아 빵을 먹는다. 가끔 이 집 문턱을 넘으면 여점원들이 일제히 청아한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 하며 반긴다. 빵 몇 개를 사더라도 맛있게 드세요, 안녕히 가세요!” 하며 미소를 잊지 않는다.

  지하철역에서 백여 보쯤 걸어가면 쌀 빵집이 있다. 가게에서 풍기는 구수한 냄새가 나의 발길을 붙잡는다. 출근길에 보면 젊은 부부가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빵을 굽는다. 쌀로 만든 빵은 밀가루 빵과 식감이 다르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쌀을 재료로 하다 보니 종류는 많지 않고 가격도 조금 비싼 편이다. 오천 원짜리 식빵 하나를 사고 나오려는데 주인장이 다른 빵 한 조각을 포크에 찍어 맛보라며 건넨다. 공짜로 얻어먹으니, 기분이 좋아져 앵무새처럼 맛있다는 말을 서너 번이나 반복한다. 역시 공짜는 달콤하다.

  집 가까이 가면 손수레를 개조한 붕어빵 가게가 있다. 지붕이 빨간색이라서 멀리서도 눈에 띈다. 가까이 가 보니 수레바퀴마저 빨갛다. 나는 이 앙증맞은 가게를 빨간 지붕이라는 이름 붙여주었다. ‘빨간 지붕은 초겨울까지만 해도 천 원에 세 마리를 주더니 한 달쯤 지나자 두 마리만 준다. 밀가루값이 올라 미안하다며 쑥스러워하는 아주머니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지천명을 넘긴 인상 좋은 아주머니는 붕어빵을 바삭하게 구워 낸다. 손수레 앞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빵이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행복이 담겨있다. 빵 봉투를 들고 가는 사람을 보면 나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손님이 많아 빵틀은 딸가닥거리며 쉴 틈이 없다. 나도 지폐 한 장을 쥐고 꼬마들 뒤에 선다. 꼬마들은 붕어빵 보며 붕어처럼 생글거린다.

아주머니는 아무리 바빠도 허술하게 굽지 않는다. 빵 굽는 모습이 도인을 연상케 한다.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점심을 거르는듯헸다. 그래도 손님들이 자꾸 모여드니 얼굴에는 봄날 같은 화색이 돈다.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빵을 만들어 먹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다 드신 막걸리 주전자 밑에 고인 뻑뻑한 액체를 냄비에 담으셨다. 거기에 밀가루와 물을 섞어 아랫목에 놓고 홑청을 덮어 두었다. 이튿날 밀가루 반죽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부풀어 올랐다. 어머니는 그 반죽을 손바닥 위에 올려 편평하게 펴 설탕 한 숟갈 넣고 찜통에 찌셨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면 잘 익은 빵 냄새가 콧등을 간질였다. 그 시절에는 찐빵만큼 좋은 주전부리가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에 먹던 옥수수빵도 생각난다. 미국에서 지원받은 옥수숫가루로 구내식당에서 만든 빵이었다. 입자가 굵은 옥수숫가루로 만든 빵은 모양이 투박해도 달고 구수했다. 점심 대신 먹는 아이들도 있었고, 책가방에 넣어 집으로 가져가는 아이도 있었다.

  요즘도 가끔 그 맛이 그리워 빵집을 기웃거린다. 하지만 옥수수빵이라고 적힌 빵을 먹어도 예전과 맛은 다르다. 옥수수 함량이 적은 데다 입자가 너무 곱고 쫀득해 담백하지 않다. 옥수수빵 특유의 술밥처럼 꼬들꼬들하게 씹히던 그 맛이 그립다.

  오늘도 지하철역에 내리면 헛헛한 배를 쓰다듬으며 무슨 빵을 먹을지 고민한다. 지하철역의 카스텔라, 브랜드 빵집의 크림빵, 쌀 식빵, 그리고 빨간 지붕의 붕어빵까지. 나는 빵 맛보다 세상 살아가는 맛을 먼저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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