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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사랑을 선물 받았다.

작성자김대희|작성시간26.06.13|조회수68 목록 댓글 4

그날, 나는 사랑을 선물 받았다.

 

 

김대희

 

 “할머니, 할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휴대폰 화면 속에서 손자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짧은 한마디가  이상하게도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렀다. 손자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조부모와 함께 하는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만 해도 그저 손자의 재롱을 보는 즐거운 하루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은 내 예상보다 훨씬 깊고 따듯한 추억으로 남았다.

 

 행사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먼저 반겨주었다. 알록달록 풍선으로 꾸며진 강당은 손주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설렘으로 가득했다.

무대 위에는 작은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아이들은 저마다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얼굴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손자가 무대 위에 올랐다.

평소 집에서는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곧잘 추던 아이였다. 그런데 객석에 앉아 있는 우리를 발견한 순간 아이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던 작은 손이 멈추고, 입은 살짝 벌어진 채 그대로 서 있었다. 노래를 시작해야 하는데 눈동자는 한곳에 멈춰 있었다.

 

 순간 내 가슴도 덩달아 조여 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오래전 잊고 지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나 역시 처음 무대에 섰던 날이 있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시선에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준비했던 대사조차 떠오르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 그때 느꼈던 두려움과 떨림이 세월을 건너 손자의 얼굴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손자를 향해 손을 흔들지 않았다. 그저괜찮아라고 말하듯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잠시후 손자의 시선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굳어 있던 표정이 풀리고 작은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조그맣게 입을 열고 노래를 시작했다. 손자는 끝까지 메인에 선 자기 자리를 잘 지키면서 무대 행사를 마쳤고, 마지막 인사까지 해냈다.

 

 그 짧은 순간이 내게는 참 길게 느껴졌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얼마나 큰 용기를 냈을까.

 

  행사는 계속 이어졌다. 대형 화면에는 손주들이 조부모에게 전하는 영상편지가 흘러나왔다.“사랑해요라는 서툰 목소리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고, 어느새 눈가를 훔치는 이들도 보였다.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 주고, 정성껏 쓴 편지를 읽어 주었다. 삐뚤빼뚤한 글씨였지만 그 안에는 사랑과 진심이 담겨 있었다.

 

  “건강하세요.” “오래오래 함께 있어주세요.” “사랑해요.”짧은 말들이었지만 그 어떤 화려한 문장보다 따뜻하게 가슴에 스며들었다.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자의 목소리가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한다. 하지만 아이들 역시 우리를 바라보며 사랑을 배우고 있었다는 것을.

 

  세월은 빠르게 흐른다. 손자는 앞으로 더 자라날 것이고, 언젠가는 오늘 일을 희미하게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무대 위에서 떨리던 작은 입술.

객석을 찾던 맑은 눈빛.

그리고 화면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건네던 한마디.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

 

 그날 나는 손자의 재롱을 보러 간 것이 아니었다.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확인하고, 사랑을 선물 받고 돌아왔다.

 

 그래서 그날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서 가장 따뜻한 하루로 남아 있다.

 

2026.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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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황보0락 | 작성시간 26.06.13 손자의 재롱을 보러 가서 사랑을 배우고, 확인하고, 선물 받고 돌아오신 것이 부럽네요. 손자들의 사랑이 철철 넘치는 것 같아요.
  • 작성자푸른숲 | 작성시간 26.06.13 자식은 두불 자식이 더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말이 있습니다. 손주들이 귀엽지요. 책임이 조금 멀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 작성자박춘희 | 작성시간 26.06.14 손주와의 교감, 사랑을 주고받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 작성자양홍철 | 작성시간 26.06.14 "그날, 나는 사랑을 선물 받았다."
    제목을 잘 정하신 것 같습니다. 제목이 전체 서사를 잘 집약했고 흔들림 없이 내용을 이끌어 간 것 같습니다.
    화이팅 입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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