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교사가 되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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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늘 학기초에 하는 장래희망 조사. 장래희망을 쓰는 공간엔 당연하게도 ‘교사’를 적었지만, 이유를 묻는 질문을 보고는 망설였다. 여태 장래희망만 물었지 그 이유를 물은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도대체 난 왜 교사가 되려고 할까?" 어느 순간부터 내 꿈은 '교사'였다. 자동반사적으로 "넌 꿈이 뭐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교사."라고 기계적으로 대답해왔기 때문이다. 그 후로, 몇 일을 더 머리 쥐어짜내며 생각해본 결과. 어렸을 적 일이 떠올랐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하자마자 담임선생님께서 알림장에 숙제를 적어 주신적이 있다. 장래희망 써오기. 그 당시 나는 장래희망이라는 뜻을 잘 몰라서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께 여쭈었다. "엄마, 장래희망이 뭐야? 선생님이 장래희망 써오래." "그냥 교사라고 써서 가면 돼." 그날 이후, 2학년, 3학년 ... 6학년.. 중학교 모두 장래희망을 적게 될 기회가 있으면 고민 없이 '교사'라고 써왔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나는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난 교사가 되어야 해. 교사가 꿈이야. 교사가 될거야' 라는 생각만으로 살아온 것이다. (그때 어머니께서 나중에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만 해주셨어도 지금 다른 꿈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나는 미래의 자녀들에게 꿈의 폭을 좁혀서 생각하지 못하게 의견을 먼저 물어볼 것이다.) 알림장에 장래희망으로 '교사'라고 썼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교사'라는 직업에 반감을 가지지 않은 이유는, 어렸을 적 부터 동생과 동생친구를 잘 돌보곤 했는데, 그 당시 생각으로 이 아이들 보다 3년은 더 살았으니 무언가 가르쳐줄게 있다고 생각되었는지 학교놀이를 자주 하곤 했었다. 당연히 나의 역할은 선생님. 그 놀이가 재미있고 선생님 역할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린 마음에 거부감 없이 적어간 듯 하다.
그런 내가 진심으로 '교사'라는 직업을 가져야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역시 중학교 3학년 때였다. 그 무렵 나는 전교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었고, 학교에 신임 교사 한 분이 오셨다. 그 분은 오시자마자 선도부를 맡으셨고, 선도부였던 나는 학생부장 선생님의 지시대로 신임 선생님분께 학교규칙 및 학교분위기에 대해 설명해드리며 친분을 쌓았다. 나는 어렸을 적 부터, 생각이 많아 '애어른'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성적, 고등학교 진학문제, 장래희망, 집안일 등등으로 방황의 길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봐왔던 선생님분들은 나의 겉모습, 성적 등에만 관심을 보였지 고민에 대해서는 묻지도, 신경써주시지도 않았다. 그래서 였는지 그 때까지만 해도 '교사'='지식전달자'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편견을 이 선생님께서 깨주셨다. 개별면담시간에 걱정을 해주시며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습에 나는 크게 감동을 받게 되었고, 그 때 생각했다. '아, 나도 나중에 커서 이런 교사가 되고 싶다. 내가 받은 따뜻함을 내 제자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 때 나의 '교사'라는 꿈이, 그리고 그 꿈의 이유가 확고해 진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성적도 껑충 뛰었고, 고등학교 진학도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 은사님께 꾸준히 연락을 드리며 감사함을 표하고 있다. ^^
그렇게, 난 그때부터 내 은사님을 본받아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아닌 학생과 교감할 수 있고,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건네 줄 수 있는 차가운 머리, 따뜻한 가슴을 지닌 교사가 되고픈 꿈을 가지고 살고 있다. 이모, 고모, 엄마 같은 친근하기도 하지만, 때론 엄격하기도 한 그런 교사가 내 꿈이다.
나는 ‘교사’라는 직업이 학생을 ‘가르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도 하나의 인격체이고 그 학생들이 나보다 더 나은 점도 있을 텐데 일방적으로 가르친다는 말은 -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 그 학생의 인격을 존중해주지 않는 듯한 어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직접적인 지식을 알려주기보다는 스스로 학습하게끔 학생들을 유도하며 도와주는 보조자역할을 해주고 싶다.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내 미래의 제자들에게 길러주고 싶다. 그래서 난 교사가 될 것이고, 되어야만 한다.
물론 여러모로 ‘교사’라는 직업은 안정적이다. 여성에게는 가장 좋은 직업이다 등등 많은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나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러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매우 기쁘긴 하다. 이게 도대체 일석 몇 조인가. ^^ 하지만, 이는 나에게 부수적인 이유일 뿐 교사가 되려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아닌 것이다.
비록 처음부터 내 스스로가 선택한 꿈이 아니었지만, 적성에도 맞을 뿐더러, 이렇게 매력적인 직업을 꿈으로 삼게 된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마음 한구석으로는 어머니께 감사하기도 하다 ^^ 내가 교사라는 꿈을 안겨준 선생님, 영어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신 선생님. 등등 그 분들께 받은 것들을 내 제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아니 내 몫까지 더해서 물려주고 싶다. 교사, 특히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영어 교사의 꿈을 위해 가는 길은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내 미래의 제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많은 노력을 해야할 만큼 가치 있는 멋진 직업이기에, 힘을내어 더 열심히 해서 나의 야심찬(?) 꿈을 이루고 싶다!
P.S. 오랜만에 옛 생각에 잠겨서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진심이 닿기를 바라며…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