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습한 바람으로 떠돌다 숲을 만나 몸을 풀어
비 되어 내렸네 이끼 낀 산길 돌 틈을 흐르다
사람의 마을 어깨를 걸고 노을로 붉었네.
나 그렇게 흘러가다 큰 강을 만나 굵은 물살로도 흐르고
흘러서 마침내 바다로 가서 바다가 되었네
하늘과 어우러져 경계 없었네
어디서 '네 이놈' 하는 소리에 잠 깨어보니
큰스님의 죽비 소리 산아래 마을에서 습한 바람
불어 오는지 갈잎에 비 듯는 소리 풍경소리에 섞이네
나 지친 바람으로 떠돌다 선방에 들어 맑은 차를
끓이고 있었네 푸른 산허리 산길을 따라서 소를
찾는 꿈 발자국 따라 산길도 깊었네 나 그렇게 소를
찾아 헤매이다 소 발자국 잃고 울며 가는데 마침내
산 어두워져 길 마저 잃었네 하늘도 땅도 없이
어둠뿐이네 어디서 '네 이놈' 하는 소리에 잠
깨어보니 큰스님의 죽비 소리 코끝을 간질이던
차 향기 아직 남아 있고
장자의 나비 날개 죽비 바람에 흔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