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과 여개, 그리고 평만지장도-------------------------------------------------
공명은 익주를 평정하고 난 후, 곧 대군을 거느리고 영창으로 진군하였다. 영창태수 왕항은 원래 공명에게 호감을 가진 터라 성문을 열고 공명을 반기며 “승상께서 누지까지 친림해 주셔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태수의 마중이 너무 고맙소.” 공명은 왕항의 손을 붙잡고 영접해 준 것에 대해 진정으로 고마워하였다. 공명과 왕항은 주안상을 펼쳐두고 몇 잔을 오고가며 “영창고을은 성이 튼튼하고 백성들이 윤택해 보이는구려. 이는 단연컨데 태수의 선정과 좋은 신하가 많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소? 태수께서 추천할만한 현사가 누가 있겠소?” “승상께서 바로 보셨습니다. 이 고을에는 현사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뛰어난 분은 여개라 할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을 한번 보고싶소.” “불러 뵙게 하겠습니다.” 태수 왕항이 재빨리 사람을 시켜 여개를 불러오게 하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여개가 공명과 왕항 앞으로 들어와 머리를 조아리며 “여개가 승상을 뵙습니다.” “양이 남만을 평정코자 공의 높은 지견을 듣고자 하오. 어디 한번 들어 봅시다.” “소생의 우견을 말씀드리기보다 승상께서는 이 지도를 보아 주십시오.” 여개는 공명의 말에 준비했다는 듯 품안에서 한 장의 지도를 꺼내어 공명에게 바치며 그리 말했다.
공명은 받아 든 지도를 자세히 훑어보며 “허어. 이렇게 준비를 하였다니...? 이게 무슨 지도요?” “이것은 평만지장도라고 소생이 지칭하여 부른 지도입니다. 남방 사람들은 본시 무지한데 만용과 자부심이 강하여 귀화시키기 어렵습니다. 무력으로 굴복시켰다할지라도 세월이 지나면 다시 배반하는 것이 저들의 버릇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들을 진심으로 귀화시킬 방법이 무엇이겠소?” “소생은 일찍이 그 방법을 찾고자 저들의 생활풍습과 무기전법을 자세히 조사하여 이 지도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승상께서 이 지도 속의 내용을 잘 파악하시면 좋은 방책이 떠오를 것입니다.” “어허. 귀재로다. 사재를 털어 이 귀한 자료를 만들어 두었다니...! 참으로 진기한 보물을 얻은 것 같소이다.” 공명은 크게 감탄하며 여개를 평만행정교수로 삼고 향도관의 벼슬을 겸하게 했다.
남만은 비밀에 둘러싸인 곳이었다. 아직은 세상에 드러나기를 꺼려하는 땅이었다. 남만인들이 미개한 그대로 살고 있는 땅이었다. 여개는 그런 남만땅에 개인 재산을 투입하여 평만지장도라는 이름으로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준비해두고 기다리다 아무런 사심없이 공명에게 내어 주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준비가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열악한 행군과 마속의 조언-------------------------------------------------
공명은 여개로부터 받은 평만지장도로 남만에 대해 자세한 지식을 얻자 곧 대군을 휘동하여 남만으로 향했다. 수많은 군사와 차마가 날마다 백여리 씩 행군하였다. 계속하여 남쪽으로 전진할 수록 날씨는 더욱 무더워졌으며 풍토병과 독충의 기세가 드높았다. 기후와 환경이 틀려 질병이 곳곳에서 발생하자 공명은 ‘모든 부대원은 개인위생에 만전을 기하라!’ 하고 개인위생을 강조했다. 적군보다 풍토병과 독충이 더욱 무서운 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명의 부대는 '남으로 전진한다. 십자성이 빛나는 남쪽으로 전진한다.’ 하고 구호를 붙이며 쉬지 않고 남하를 계속하였다. 더욱 더 험하고 어려운 고된행군이 계속되었지만 꿋꿋하게 행군을 계속 하였다.
그런 고된 행군이 천리정도 되었을 때 후주가 보낸 천사가 당도하였다. “뭐야, 천사가 왔다고...!” 공명이 의관을 정제하고 영접을 나가니 마속이었다. 평소 공명과 마속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헌데 마속이 흰 상복을 입고 있었다. 공명이 놀라며 “공은 어인일로 상복을 입으셨소?” “군중에 상복을 입고 온 것을 용서하십시오. 신이 어명을 받고 떠나기 직전에 가형 마량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시오? 마음이 무겁겠구려! 그래 무슨 어명을 받들고 오셨소?” “신이 받은 어명은 다름이 아니라 남만벽지를 원정하신 승상과 장병을 위문하라는 어명입니다. 천자께서는 많은 술과 고기를 보내시면서 승상과 장병을 위로하라 하셨습니다.” “아아!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공명은 황제가 내리신 위문품에 세 번을 절하고 받았다.
위문품은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데 충분했다. 장병들은 먹고 마시면서 황은에 감사하고 오랜만에 쉬며 즐겼다. 공명도 마속과 함께 술잔을 나누며 남만정벌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참으로 승상의 국가를 위한 애국심에 존경을 보냅니다.” “그런 말 말고 남만평정에 대한 마공의 고견을 들려주오.” “제가 감히 승상께 드릴 의견이 있겠습니까마는, 남만은 워낙 무지한 곳이라 훗날까지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됩니다.”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니 그게 무슨 뜻이오?” “고래로부터 남만은 힘에 눌리면 그때는 죽어 지내지만 돌아서면 다시 배반하는 습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습관 때문에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오?” “버려 둘 일은 아니지요. 그러나 승상께서 하시면 반드시 성공하실 것입니다.” 마속은 공명에게 덕담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공명은 남만정벌의 무모함이 남다르다는 것을 거론하며 “난들 신통한 방법이 따로 있겠소? 저들을 진심으로 덕화시키려면 어떤 방책이 필요할까요?” “제가 알기로는 용병법에 마음을 얻은 것을 으뜸으로 치고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을 하책이라 했습니다. 바라건데 승상께서는 무력이 아닌 덕을 베풀어 심복케 하십시오.” “과연 마공의 말이 맞은 말이오. 나도 그 방법을 써서 저들의 마음을 얻으려 하오.” 공명은 마속의 지혜를 높이 평가하고 당장 참군을 삼아 함께 행동하게 했다.
다음날부터 다시 행군이 시작되었다. 50만 대군이 무더위와 싸우면서 풍토병을 견디며 적진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었다. 남만은 중원에서 워낙 먼 곳이라 더위와 병도 문제지만 군수물자의 공급도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남만을 정벌하러 진군하는데, 만약 이 전쟁이 실패로 끝난다면 촉한은 동오나 위나라의 먹이 감이 되고 말 것이다. ‘아아! 남만정벌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공명의 가슴을 짓누르는 중압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무겁고 큰 것이었다. 공명은 선주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눈물을 흘리며 반드시 남만정벌을 승리하고야 말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날이 갈수록 공명의 고심은 깊어만 갔다. 남만을 왕화 시키겠다는 열망 때문에 그랬다. ‘마음을 공격해서 반드시 승복을 받을거다. 남만인에게 의리와 정의 그리고 충성이 무엇인지를 심어 줄 거다.’ 공명은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전군을 지휘하며 남으로 내려갔다. 드디어 남만땅에 당도했다.
공명의 침략에 맹획이 금환삼결, 동도나, 아회남을 부르다------------------------------
그무렵 남만의 절대지존 맹획왕은 촉국의 침략을 두고 길이길이 날뛰면서 씩씩거리며 “거 희멀건 공명이란 놈이 반간계로 옹개와 주포를 죽였다고? 옹졸한 놈! 사내놈이 할 짓이 없어 속임수를 써? 즉시 삼동 원수들을 다 모이라 해라!” 이에 맹획의 사자가 세 원수에게 맹획의 명을 하달하여, 삼동 원수들이 즉각 달려와 맹획앞에 섰다. 제 일동은 금환삼결원수요, 제 이동은 동도나원수, 제 삼동은 아회남원수다.
맹획은 위엄을 드러내며 세 원수를 향해 “공명이 대군을 이끌고 우리나라를 쳐들어 왔다. 우리가 이를 막기 위해 군사를 3로로 나누어 이놈들고 대적해야 겠다. 이 싸움에 승리한 자는 동주로 봉할 것이니, 최선을 다해 힘껏 싸워라!” 맹획은 그리 말하고 금환삼결을 중군으로 동도나를 좌군으로 아회남을 우군으로 삼아 각각 5만군을 주어 공명에 맞아 싸우게 했다.
공명은 맹획이 3로로 자신에게 맞선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대비하며 “왕평은 좌군 마충은 우군이 되라! 나는 자룡과 위연을 중군으로 삼고 가리라.” 하고 명을 내렸다. 그러자 자룡과 위연의 얼굴에 불만의 기색이 역력하였다. 좌우 양군은 선봉이고 중군은 후군이기 때문이다. 공명은 이런 자룡과 위연을 달래며 “나는 조·위 두 장군이 선봉을 차지하지 못하여 불만인 것을 안다. 허나 이 싸움은 일반 중원의 싸움과 틀리다. 왕평과 마충이 이곳 지리에 밝기 때문에 선봉을 맡겼다. 또한 두 장수는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하여 최대한 실수를 줄이려 한다. 조·위 두 장군은 그리 알고 마음을 비우라.” 하고 다독여 주었다.
그러나 자룡은 공명의 말에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듯 공명의 막사에서 물러난 후 위연을 바라보며 “위장군! 우리가 지리를 몰라 못쓴다 하였소. 이런 망신이 어디 있단 말이오.” “조장군의 말이 맞아요. 우리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요.” 자룡과 위연이 이리 불평을 터트리고 있을 때 일선에서 격전이 벌어졌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위연이 그 정보를 접하고 자룡을 바러보며 “우리가 만병을 몇놈 잡아서 이놈들을 향도로 활용하여 적을 무찔러 봅시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을 했소.” 둘은 배가 맞아 일선으로 나가서 날래게 남만 수색병들을 모두 포로로 사로잡았다. 깜짝할 사이에 해낸 일이다.
두 장수는 이들을 데려와 술과 안주를 내놓아 배불리 먹이고 달랜후에 적정을 물으니 “전방에는 금환삼결이 2만군을 산 어귀에 진을 쳤고, 좌에는 동도나 우에는 아회남이 각각 2만군으로 진을 치고 있습니다.” 하고 포로들이 말해 주었다. 자룡과 위연은 적정을 손바닥 보듯이 알게되자 각기 정병 5천을 거느리고 살금살금 쳐들어갔다. 그래서 적진이 가까워지자 자룡은 중군을 위연은 좌군을 치기로 합의했다.
이날 밤 2경에 두 장수가 군사를 거느리고 본진을 떠나 적진 앞에 이르니 밤은 더욱 깊어 4경이 되었다. 자룡은 출동을 준비하는 적진 중으로 달려가 적병을 보이는 대로 창칼로 쳐 죽였다. 이를 본 금환삼결이 달려와 자룡 앞을 막아섰다. 두 장수는 말도 건네지 않고 곧장 창칼로 화답했다. 그러나 금환삼결은 자룡과 10여합을 다투다가 창에 허리를 찔려 땅바닥에 떨어졌다. 자룡은 말 위에서 창을 한번 더 휘둘러 금환삼결의 목을 베어 버렸다.
이무렵 위연은 군사를 두 패로 나누어 한 패는 동도나 영채로 보내고 자신은 아회남의 영채를 향해 쳐들어갔다. 이렇게 두 패로 나누어 만병을 공격하니 만병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만병의 원수 아회남과 동도나는 목숨을 구하려고 말머리를 돌려 살길을 찾아 달아났다. 위연군은 이런 만병을 맹렬히 추격하였으나 이들은 주변에 익숙하고 위연군은 주변이 익숙하지 못하여 달아나는 놈들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새벽이 지나 날이 밝았을 때는 모든 만병들이 다 달아나고 보이지 아니했다.
자룡과 위연은 아쉽지만 군사를 접고 병사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난 후 대오를 정비하였다. 그때 공명이 일선으로 나와 자룡과 위연을 바라보며 “지난 밤 전공이 대단했을 거요? 적장을 몇이나 잡았소?” “저는 금환삼결의 수급을 가졌을 뿐 다 놓쳤습니다.” 자룡이 아쉬운 기색을 하고 말하자 공명이 호탕하게 웃으며 “하하하. 달아나는 적장은 모두 내가 잡아 놓았소.” “아니, 어떻게 승상께서 적장을 잡아 두었다 말하십니까? 어디 가서 확인해 봅시다.” 위연과 자룡이 놀라 의심을 하며 확인을 요구하였다. 두 장수를 보고 공명이 웃으며 말하길 “하하하. 내 말을 신용치 못하는구나. 자 어서 적장 포로를 여기 데려오너라!” 공명이 포로를 끌어오게 하자 동도나와 아회남 두 적장이 결박진 채로 끌려 나왔다.
자룡과 위연 등 모든 장수들이 동도나와 아회남을 바라보고 놀라워하며 “이 미꾸라지 같은 적장들을 승상께서 어떻게 잡아 오셨습니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소. 이는 여개의 지도가 세운 공이오. 나는 여개가 준 평면지장도를 보고 두 적장이 달아날 길을 길목이라 생각하고 그곳에 장의와 장익 두 장수를 매복시켜 힘들지 아니하고 적장을 잡았소.” “승상의 초인적인 지략에 감탄했습니다.” 공명이 어렵지 않게 동도나와 아회남을 잡아 군사앞에 세우자 모두들 크게 놀라워했다. 좌중의 모든 장수들이 혀를 내어 둘렀다.
맹획, 계략에 속아 잡히다---------------------------------------------------------
공명은 두 적장의 결박을 풀어주고 술과 안주를 내어 편하게 대접해 주었다. 그리고 적장과 병사들을 위로하고 돌려보내 주며 “내 너희들을 죽이지 않겠으니 고향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다시는 나쁜 마음을 먹지말고 정직하게 살아라!” 하고 타일렀다. 그리고 여러 장수들을 둘러보며 “여러분은 내 말을 잘 들어 두시오. 내일 맹획은 친히 대군을 거느리고 공격해 올 것이오. 이제부터 맹획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오.” 하고 힘주어 말 하였다.
한편 맹획은 삼동원수 모두 공명에게 붙잡혔다는 말에 크게 놀라며 “이제 내가 직접가서 원수를 갚으리라!” 하고 맹수처럼 사납게 외치며 대군을 거느리고 쳐들어왔다. 맹획군은 공명군에 뒤지지 않은 정예병으로, 제일 먼저 왕평이 군사를 이끌고 달려나갔다. 맹획과 왕평이 대치중에 왕평이 앞으로 나가 맹획을 향해 꾸짖으며 “네 이놈! 만왕 맹획아. 어서 나와 칼을 받아라!” “이놈이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놀리는구나. 나 맹획이 여기 있다.” 곧 바로 맹획이 소리치며 맹수처럼 튀어 나왔다. 그리고는 “이 놈아! 너희들에게는 공명이 촉한의 큰 인물이겠지만 내 눈에는 한 마리 표범에 불과하다. 더구나 너 같은 쥐새끼들은 나와 상대할 바가 아니다. 여봐라! 망아장아! 저 놈을 무찔러 버려라!” 그러자 망아장이 번개처럼 달려 나왔다.
이에 왕평이 튀어나와 망아장과 맞부딪쳤다. 그러나 망아장은 10여 합을 견디지 못하고 왕평의 칼에 쓰러지고 말았다. 맹획은 눈앞에서 아끼던 부하의 죽음을 목격하고는, 우레같은 고함을 지르며 왕평에게 달려 나왔다. 왕평은 3합을 겨루다가 거짓 패하며 달아났다. “이 쥐새끼야! 어디로 달아나느냐?” 맹획은 물, 불 안가릴 기세로 맹렬히 왕평의 뒤를 쫓았다. 왕평은 계획대로 산골짜기로 맹획을 유인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쫓고 쫓기다 산골에 이르자 미리 매복해 있던 관색의 군사가 갑자기 튀어나와 맹획의 앞을 가로 막았다. 또한 좌에서는 장의가 우에서는 장익이 협공을 하며 맹획을 압박하였다.
순식간에 기습을 당한 맹획은 크게 당황하여 앞· 뒤를 가리지 않고 미친듯이 공격을 하며 빈 공간을 노려 달아나는데, 하필 그 앞에서 북소리와 함께 산천을 뒤흔드는 함성이 일어났다. “우와! 맹획이 놈을 생포하라!” 이렇게 크게 고함지르며 앞을 가로막는 장수는 상산의 조자룡이다. 맹획은 크게 놀라 말머리를 급하게 돌려 금대산 초로를 택하여 달아났다. 촉군은 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쫓았다. 맹획은 다시 산비탈로 기어올랐다. 그러나 촉군은 그곳에서도 기다리고 있었다. 맹획은 이번에는 말을 버리고 바위에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천길 단애를 원숭이처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맹획은 왕중왕과 같이 단련된 몸으로 어렵사리 절벽을 기어올랐다.
그러나 바위 정상에는 공명의 지시로 위연이 지키고 있었다. 위연은 죽기 살기로 바위 정상에 올라온 맹획을 밧줄로 칭칭감아 묶어버렸다. 그리하여 맹획은 어이없게도 위연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이놈아! 내가 누군 줄 알고 함부로 다루느냐? 남의 나라를 함부로 쳐들어 온 도적놈아!” 맹획은 결박을 당하면서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고함을 지르며 발버둥 쳤다. 그러나 맹획이 거칠게 나올수록 위연은 더욱 더 밧줄을 강하게 얽어매었다. 그리고 맹획을 수레에 실어 공명을 뵈려 본진으로 향했다.
억울해 하는 맹획을 풀어주는 공명---------------------------------------------
공명은 맹획을 위연이 사로잡아올 것으로 예측하며 소· 돼지를 잡아 잔치준비를 하고 진중에 휘장을 치고 창칼을 든 무사를 세우니, 그 엄숙하고 서늘하기가 마치 초겨울 삭풍이 부는 듯 하였다. 그런 가운데 공명이 군사들을 바라보며 “군사들은 잘 들어라! 저 미개한 만병들에게 절도와 기품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줘라!” 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하며 정중앙에 마련한 대장석에 앉아 후주가 하사한 금부은월과 푸른 일산을 갖추게 했다.
또 북과 나팔. 대소취타가 도열한 가운데 본부군이 자신을 호위하게 했다. 그곳으로 남만의 포로들이 들어서자 신호를 보내어 휘장을 거두자 휘장에 가려졌던 병사들이 나타났다. 병사들 모두 서릿발 같은 창칼을 들고 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는데 실로 그 위세가 엄청났다. 공명은 대장석에 높이 앉아 앞을 내려다보며 옆드려 있는 남만병들을 향해 “적군을 다 풀어 주어라! 저들이 무슨죄가 있겠느냐.” “예, 명을 받들겠나이다.” 공명의 명에 병사들이 남만병사들을 풀어주었다.
이후 공명은 남만병사들을 바라보며 “너희들은 모두 선량한 백성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맹획과 같은 주인을 만나 오늘과 같은 고생을 겪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너희 부모형제와 처자식들은 지금도 문밖에서 너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너희가 전쟁에 패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죽었다는 생각에 창자를 쥐어짜며 울고 있을 것이다. 나는 너희 부모형제 처자의 슬픔을 관망할 수 없어 너희들을 풀어 줄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속히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는 전쟁터에 나오지 말고 생업에 종사토록 하라!” 하고 일장 연설을 하여 포로들에게 술과 밥을 제공하여 배불리 먹이고, 노잣돈과 약간의 식량을 주어 방면시켰다. 그러자 공명에게 붙잡혔던 남만 병사들은 공명의 큰 덕을 칭송하며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공명은 맹획을 불렀다. 맹획이 계하에 이르자 공명이 목청을 높여 맹획을 꾸짖으며 “맹획은 들어라! 선제께서 너를 후하게 대접했거늘, 어찌 황은을 망각하고 배반을 일삼느냐?” “그게 무슨 소리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사돈 남말 하는구나! 이곳은 조상대대로 내려온 내 땅이고 나는 이곳의 왕이다. 그런데 그대의 주인은 내 땅을 빼앗은 뒤 스스로 천자라 참칭했으며, 너희 도적들 또한 내 땅을 빼앗고자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온 것이 아니냐? 이 더러운 도적들아! 나는 내 땅을 정당히 방어했을 뿐, 배반할 이유도 없다! 알았으면 뉘우치고 어서 썩 물러가라!” 맹획은 공명의 꾸짖는 소리에 조금도 동요됨이 없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공명에게 지지 않았다.
맹획의 말을 듣고있던 공명은 순간 무었을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하하하. 맹획왕의 말은 이 공명이 잘 들었다. 내가 너와 입씨름을 할 생각은 없다. 그대는 누가 뭐라해도 이미 나의 포로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네가 어찌 나의 포로가 되었느냐? 그것이나 말해 봐라!” “허어, 분하다. 내가 잡힌 것은 좁은 산골짜기를 예측 못한 실수다. 내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면 절대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아주 억울하다.” “음, 그대의 말을 듣고보니 땅의 특징을 고려하지 못했단 말이구나. 그리 생각이 들면 억울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만왕은 들어라. 만약 내가 그대를 풀어준다면 네 마음을 나에게 주겠느냐?” “잘난척 하지마라! 그리되면 나는 다시 싸울 것이다.”맹획은 그렇게 대답하고 눈을 꼭 감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맹획은 비록 적에게 붙잡혔으나 죽음 앞에서 당당했다. 공명의 말에 두려움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다. 맹획의 왕에 대한 긍지는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가하면 공명의 마음은 무슨 꿍꿍이인지 적국의 병사와 왕에 대하여 관대하였다. 그것은 이 전쟁이 땅을 빼앗고 적군을 죽이고 사로잡는 성질의 전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묘한 전쟁이다.’ 그 이름도 천하를 진동시킨 제갈공명이 남만 포로병을 후하게 대접한 후 모두 방면시켰다. 그리고 맹획과 담판이 벌어졌다.
공명은 맹획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네가 진실로 나에게 심복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를 풀어 주겠다. 만약 다시 나와 싸워 잡힌다면 그때는 어찌하겠느냐?” “다시 잡힌다면 그때는 항복하겠다.” “하하하. 너의 그 말 믿어도 되겠느냐?” 공명은 대소 하며 맹획의 결박을 풀어주라 명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연회석으로 가서 여러 장수들과 합석하여 맹획을 술과 밥으로 대접했다. 맹획은 이런 공명을 몹시 경계하였으나 공명의 호의에 녹아들어 마음을 풀고 술과 밥을 챙겨 먹었다.
연회가 끝나자 공명은 맹획에게 약속한 대로 말을 내주어 떠나게 했다. 맹획이 눈가에서 멀어지자 이를 바라보던 장수들이 걱정을 하며 “승상! 맹획은 남만의 괴수인데 어찌 살려 보내십니까?” “맹획을 사로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가 진심으로 항복해야 남만이 평정될 것이다. 맹획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얻은것이 없기에 풀어 준 것이다.” 촉장들은 공명의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물러갔다.
다시 대군을 모아 노수에서 방어에 전염하는 맹획------------------------------------
한편 남만의 진영에서는 맹획이 무사히 귀환한 것을 보고 다들 크게 놀라며 기뻐하였다. “대왕께서 돌아오셨다.” “대왕님께서 살아서 오셨다.” 장졸과 족속들이 크게 기뻐하며 맹획을 바라보며 “대왕께서는 어떻게 촉진에서 탈출하셨습니까?” “탈출이 뭐 대수냐? 내가 무사히 와 있는것이 중요하지. 순간의 실수로 수모를 당하며 잠시 잡혀갔지만 저것들이 감히 나를 어찌하겠나. 끌려가는 도중에 포승줄을 끊고 군졸 십여명을 떼려 눕히고 돌아온 것이다.” “대왕께서는 참으로 장하십니다. 저들이 이제 대왕님의 위력을 보았으니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고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 다 같이 대왕님에게 만세를 부릅시다.” “맹획대왕 만세! 우리나라 만세!” 맹획 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다 같이 힘차게 만세를 불렀다. 이 만세소리는 맹획에게 크게 용기를 주었다. 이 만세 소리를 신호로 남만은 다시 크게 활기를 띄고 병사들의 사기는 고무되었다.
이때 촉군에게 참패를 당한 후 근신하고 있는 동도나와 아회남은 자신들의 집에서 두문불출 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촉군을 이길 자신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맹획은 사람을 보내어 두 원수를 불러서는 촉군에게 참패한 것에 대해 문책하지 않으며 과거의 실수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하였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라 했다. 지난 과오는 묻지 않겠다. 우리는 다시 힘을 합쳐서 촉병을 막아야 한다. 두 원수는 이미 촉병과 싸워보았으므로 저들의 허실을 잘 알꺼다. 저들의 실력이 어떠한가?”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촉병을 당할길이 없습니다.” “저들이 그토록 강하단 말이냐!” “죄송하옵니다만, 공명이 거느리고 온 촉군들은 참으로 강합니다.” “그렇다. 촉군들은 강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우리는 군사를 새로 모집하여 최후까지 싸워서 우리 산하와 강토를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을 하나로 합쳐 촉군을 몰아내야 한다.” 맹획의 명에 따라 그날부터 신병을 모집하자 보름만에 십만 대군이 모였다.
남만에서 맹획의 위세는 절대적이었다. 맹획은 새로 모집한 십만 병사를 도열해 놓고 앞으로 나서 “내가 공명을 상대해 보니, 공명은 속임수에 능하므로 직접 마주쳐 싸우면 반드시 공명의 속임수에 걸려든다. 그러니 우리는 시간을 끄는 지연작전을 쓰는것이 유리하다. 촉군은 대군을 이끌고 긴 행군에 지쳤고, 이곳의 기후가 생소하여 쉽게 병에 걸린다. 그러니 우리가 지키기로 한달만 견디면 촉군들은 병들어 죽고 굶주려 죽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노수 부근에 토성을 쌓아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그리하면 촉군은 풍토병과 모자른 보급품에 애로가 생길 것이고, 승리는 자연히 우리것이 될 것이다.” 맹획의 계획은 이치에 맞는 계획이었다.
남만병사들은 맹획의 명에 따라 노수 주변에 토성과 산성을 쌓기 시작하였다. 십만 대군이 동원된 공사라 오래지 않아 노수 강안에 토성이 윤곽을 드러냈다. 맹획은 토성 쌓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곧장 험산을 의지하여 산성을 쌓기 시작하여, 계획대로 모든 군사를 산성 안에 주둔시켰다.
그무렵 공명은 대군을 휘동하여 노수 근처에 당도하니, 강안에 전혀 있지도 않은 수 십 길이 넘는 토성이 눈앞에 펼쳐져 있지 않은가? 그런데다 강물이 넘치고, 독충이 기승을 부려 병사들이 매우 힘들어 하였다. 생각지도 않은 난관에 부딪친 공명은 앞으로의 계책이 전혀 떠오르지 않자 답답할 노릇이었다.
주변 환경이 이처럼 난관에 부딪치자 공명은 수하 장수들을 둘러보며 “모든 군대는 여기서 백리를 후퇴하라! 그리고 산위에 진을 치고 그늘이나 숲속에 들어가 편히 쉬며 각자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라!” 하고 명을 내렸다. 공명이 이렇게 작전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여개의 평만지장도가 큰 도움이 되었다. 공명의 명에 따라 장수들은 군사를 이끌고 산 속으로 들어가 진을 치고 숲속에 정자를 만들어 더위를 피했다.
이런 부대의 동태를 살펴보고 참군 장완이 공명을 찾아가 “승상! 제가 우리 진지의 현황을 파악해 보니 걱정되는 형세입니다. 지난날 이릉에서 크게 패한 선주의 용병술과 같았습니다. 당시 선주께서는 불규칙적으로 더위를 피하며 진지를 구축한 까닭에 패했습니다. 지금 승상께서 진지를 구축한 것이 그때와 대동소이 합니다. 저들이 우리의 약점을 간파하고 노수를 건너와 화공을 한다면 어쩔 텝니까?” “아마 그럴 것이오. 장공의 말씀이 옳아요. 하지만 내게 따로 계책이 서 있으니 염려 말아요.” 장완은 공명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장완은 그날 밤 선주의 용안을 그려보며 잠을 자다 말다 하며 새날을 맞았다.
뗏목을 이용하여 독강 노수를 건너다--------------------------------------------
다음 날 성도에서 마대가 양초와 수많은 의약품을 수송하여 왔다. 공명이 마대를 반갑게 맞이하며 “장군은 군사를 얼마나 이끌고 오시었소?” “삼천명을 이끌고 왔습니다.” “나는 장군의 삼천 군사를 쓰고 싶은데 장군의 생각은 어떠하오?” “승상의 명을 누가 거역하겠습니까? 승상께서 어떻게 군사를 쓰든지 전력투구할 것입니다.” “고맙소. 그러면 이곳에서 백리쯤 떨어진 곳에 유사구라는 곳이 있소. 그곳은 수심이 얕고 느려 건너기 쉬우니 강을 건너 산중 소로를 엿보시오. 그 길이 남만군의 수송로이니 기회를 엿보아 이 길을 장악해 버리면 저들은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말 것이오. 공은 이 임무를 확실하게 이행해 주시오.” “예, 반드시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마대는 공명의 명을 받아 곧바로 군사를 거느리고 유사구 쪽으로 나갔다.
얼마를 가다보니 유사구가 나타났다. 그곳은 공명의 말대로 수심이 얕고 유속도 느렸다. 곧 군사들에게 강을 건너게끔 명을 내리는데, 강을 절반 쯤 건너가던 군사들 모두가 강물에 쓰러져 죽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마대가 크게 놀라 군사들을 물린 후 급하게 공명에게 보고를 올리자, 공명은 한동안 고민을 하더니 인근의 만인들을 불러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남만 원주민들은 공명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염천인지라 지금과 같이 더운 계절에는 산에서 독이 흘러나와 대낮에 강을 건너면 반드시 죽습니다. 한밤중 물이 식을 때 건너야 무탈합니다.” 공명은 독수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마대에게 알려주었다.
마대는 이를 듣고 원주민들을 모아다가 뗏목을 만들게 하였다. 그리고 원주민들의 말대로 한밤중에 강을 건너게 하였다. 군사들이 무사히 강을 건너가 협소한 산골짜기 길에 매복하여 있으니, 얼마 안되어 군수물자를 싣고 오는 수레가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마대는 이 남만군의 수레를 모두 노획하였고, 군수물자를 운반하던 장수는 맹획에게 달려가 아뢰길 “대왕! 큰일 났습니다. 촉장 마대란 놈이 노수를 건너와서 저희 양곡을 모두 빼앗아 갔습니다.” “뭐? 어찌 그런일이 있을 수 있나! 저들이 물속에서 죽지않고 어떻게 건너왔단 말이냐?” “어제 낮에는 놈들이 건너던 중, 여러명이 강 중간에서 죽었습니다. 그러나 뗏목을 만들어 한밤중에 건넌 자들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나이다.” 촉군에게 군수품을 빼앗긴 장수는 무척 억울한 듯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맹획은 수하 장수의 말을 듣고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해지며 “이런 망할 일이... 누가 그런 비밀을 적에게 알려 줬단 말이냐? 나라와 겨레를 팔아먹는 매국노가 있구나!” “대왕! 지금은 그런것을 따질 형편이 아닙니다. 촉은 지금 우리 군수품을 약탈해 가는 중입니다. 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도대체 파수병은 뭘했단 말이냐? 어서 망아장을 불러 오너라!” 맹획이 머리 끝까지 화가 나 망아장을 찾으니 곧 망아장이 나타나 허리를 굽히며 “대왕! 저를 찾아계시오니까?” “그러하다. 그대는 곧 3천군마를 이끌고 유사구로 달려가 마대의 목을 가져오라!” 망아장은 맹획의 명을 받고 유사구로 달려가 마대와 단병접전을 벌렸다.
그러나 망아장은 마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마대와 싸운지 십여 합 만에 마대의 칼에 목이 날아가고 말았다. 망아장의 목이 떨어지자 따르던 장졸들은 무장지졸이 되어 산산이 부셔지고 흩어지고 항복해 버렸다.
적진으로 달려간 동도나, 싸우지 않고 후퇴하다----------------------------------
이번 유사구 전투에서 몇몇 패잔병들이 죽은 시늉을 하여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맹획에게 달려가 망아장이 전사하는 등 전황이 불리함을 알렸다. 맹획은 병사들의 말에 충격을 받으며 “이놈들아! 헛소리 마라! 천하명장 망아장이 그리 쉽게 죽을 수 없다. 네 놈들이 잘못 본 게야.” 하고 말하며 망아장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데, 그때 원주민이 망아장의 수급을 가져와 맹획에게 바쳤다.
망아장의 수급을 본 맹획은 거의 이성을 잃어 버렸다. “아니 이럴수가 있는가? 참으로 망아장이 죽었구나! 어찌 이리 허망하게 죽었단 말이냐? 누가 마대 놈의 목을 베어 오겠느냐?” 맹획이 고래고래 악을 쓰며 주변을 살펴보자 동도나가 맹획앞에 나서 “대왕! 소장이 가서 원수를 갚고 오겠습니다.” “음 고맙다. 그대가 가서 나의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풀 수 있게 마대의 목을 취해 오너라!” 동도나는 맹획이 준 5천 정예병을 거느리고 유사구로 나갔다. 그제서야 맹획은 동도나 혼자만으로는 일이 성사되지 아니할 것을 알고 아회남 원수를 불러 “공명이 강을 건널지 모르니 그대는 5천병마를 거느리고 나가 강을 사수하라!” 하고 명을 내려 방위태세를 적극적으로 하였다. 상황변화에 대처하고자 전략전술을 갑자기 바꾼 것이다.
맹획은 동도나에게 5천 군마를 주어 유사구로 보내어 공명이 거느린 촉군을 물리치라며 수성에서 공격으로 전술을 변화시키켰다. 이는 곧 정탐병에 의해 공명에게 전해졌다. 공명은 이를 듣고 쓰게 웃으며 “병법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즉흥적으로는 맹획이 나를 이길 수 없다. 맹획이 성을 꼭 지키기만 하면 군량이 떨어지고 풍토병에 시달리다가 나 공명이 스스로 군사를 물릴 줄 알았겠지. 하지만 나 공명은 저들의 군량이 우리 것이 될 수 있고, 풍토병도 이길 수 있는 지혜를 짜낼 수 있다. 이렇듯 상황이 변하면 병법의 묘가 생기게 마련이다. 며칠 전 나는 저들이 자중지란이 일어날 것을 말했다. 이것은 자중지란의 전조다. 마대는 속히 나가 동도나를 정중하게 마중해주게.” 그러자 마대는 군사를 거느리고 동도나를 마중코자 나갔다.
둘이 서로를 알아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자 동도나가 먼저 소리치며 “네놈이 마가라는 도적놈이냐? 어찌 남의땅에 들어와서 살상을 하느냐? 나 동도나는 지금 망아장의 원수를 갚으러 왔다.” “오냐. 그대가 동도나냐? 의리라고는 쥐뿔만큼도 없는놈아! 어떻게 네놈을 풀어주니 다시 칼을 겨눌 수 있느냐? 네놈을 살려 준 분은 우리 승상이 아니더냐? 너는 그런 은공도 모르고 또 싸우려들다니 참으로 가소롭다. 너도 뜨거운 피가 끓는 사람이라면 그리는 못할 것이다.” 동도나는 원래 마음이 여리고 선한 바탕의 사람이라, 마대의 말에 고개를 떨구고 갈팡질팡하더니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고 말았다.
그는 본진으로 돌아와 맹획에게 보고하기를 “마대는 당대의 영웅이라 소장으로써는 감당할 재간이 없습니다.” “무어라? 네 놈의 대갈통에는 무사의 정신이 있느냐? 없느냐? 그런 비겁한 말이 어디 있느냐? 네놈이 혹 공명의 은혜를 잊지 못해 나를 배반하는 것은 아니냐! 여봐라! 저놈을 당장 끌어내어 목을 베어라!” “대왕! 동도나는 이 나라 대공신인데 일시적인 실수로 참하시면 아니 됩니다. 지난날의 전공을 생각하시어 참형만은 거두어 주십시오. 국가 위급존망의 때에 공신을 참하시면 민심이 이반될 것입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오. 그러나 여러분의 간언을 받아들여 동도나의 참형은 거두겠소. 그 대신 태형 백장을 치도록 하라!” 왕명이란 무서운 것이다. 중원이나 변방이나 왕명은 생사여탈권이 함께한 것이다.
동도나,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맹획을 결박하여 공명앞에 세우다-----------------------
동도나는 백대의 태형을 맞고 피투성이가 되어 집으로 보내졌다. 태형 백대는 무거운 형벌이다. 동도나는 그대로 자리 보존을 하고 누워서 심복 부하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만국에 태어만 만국민이지만, 중원 사람들이 무작정 우리를 침범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단도 맹획이 위국과 결탁하여 촉국을 범하였기에 공명이 쳐들어 왔다. 내가 보기에 공명은 하늘이 낸 큰 인물이다. 그는 딴 마음을 먹지않고 오로지 촉국의 황제에게 충성을 다하였다.” “원수님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저희들도 곁에서 눈여겨보았습니다. 원수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 너희들이 나의 정도를 알아주다니, 내가 인생을 헛되게 살지 않았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참에 너희와 함께 맹획을 제거하고 만백성이 잘 살수 있는 길을 열고싶다. 어떠하냐?” “깊은 의지가 담긴 말씀으로 새겨듣겠습니다. 언제든지 원수님께서 결심만 하신다면 저희들은 최후까지 원수님의 수족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래, 이만하면 되었다. 내 마음이 한없이 흐뭇하다. 이제 한잠 자고싶다. 가서 그대들도 편히 쉬어라!” 동도나는 몹시 기뻐하며 부하들을 내어 보내고 태형당한 상처를 돌보았다.
그로부터 수일이 지나고 난 후 동도나의 몸는 어지간히 회복되었다. 그러자 그는 곧 맹획의 침소를 습격하여 술에 취해 잠들어 있던 맹획을 손쉽게 결박 지웠다. 생각지도 못한 급습에 맹획은 동도나에게 악을 지르며 “네놈이 감히 나를 이렇게 할 수 있느냐?” “하하하. 너나 나나 공명에게 구원받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리 같은 허물일진데 너는 나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어 태형을 내렸느냐? 너같이 배은망덕한 자는 하늘의 응징을 받아야 마땅하다. 억울하다 생각지 마라.” 동도나는 그리 말을 하고 맹획을 결박지워 노수를 건너가 공명 앞에 세웠다.
공명은 동도나를 받아들여 상을 내리고 맹획을 맡은 후 “동도나 원수의 성의에 감사하오. 맹획은 내가 따로 쓸데가 있으니 여기두고 귀향하시오.” 공명은 그렇게 동도나를 환대한 후 보내고는, 결박지워진 맹획을 보며 “네가 지난 날 나에게 다시 잡히면 항복한다고 하였다. 이제는 항복하겠느냐?” “천만에 말씀. 나는 지금 너에게 잡힌 것이 아니라 내 수하의 배반으로 이리 되었다. 내 어찌 그 약속을 지키겠느냐.” “재차 너를 놓아달라는 말이구나! 그러하냐?” “승상이 나를 다시 놓아 주시면 군사를 일으켜 멋지게 승부를 다투어 볼 생각이오.” “좋다. 놓아주마. 하지만 또 다시 잡히면 용서가 없을테니 그리 알라.” 공명은 맹획을 다시한번 놓아 주었다.
맹획은 다시금 풀려나게 되자 본영으로 돌아와서 우선 동도나와 아회남의 관계를 청산하고자 사자를 보내었다. 사자는 두 원수를 찾아가 맹획이 시킨대로 공명이 찾는다고 거짓으로 알리자, 동도나와 아회남은 속은 줄도 모르고 공명을 뵙고자 급히 달려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맹획이 숨겨둔 도수부에게 둘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의리를 존중하던 두 사람은 맹획의 수단에 몰려 이슬처럼 사라졌다.
맹획, 형제 맹우를 사자로 보내어 공명을 치려 하다-----------------------------------
맹획은 계책으로 아회남과 동도나 두 원수를 제거한 후, 군사를 일으켜 공명과 싸울 준비에 박차를 가하였다. 그리고 군량을 확보하려면 마대를 쳐 부셔야 보급로가 확보된다. 맹획은 남만군을 이끌고 유사구로 향했다. 유사구에 당도하니 마대의 부대가 보이지 않았다. 맹획은 유사구를 지키던 군사를 불러 “이곳에 있던 촉병이 어디로 꺼졌느냐?” “촉병들은 어제 밤에 갑자기 철수해 버렸습니다.” “뭐시라 촉병놈들이 철수했다고...? 내가 한걸음 늦었구나!” 맹획은 촉병이 철수하였다는 말에 가슴을 치며 아쉬워 하였다.
그러던 중, 남쪽에 있던 아우 맹우가 자신을 도우려 군사 2만을 거느리고 찾아왔다. “아우야 고맙다! 네가 왔으니 이제야 공명을 잡을 수 있겠구나.” “형님 염려 마십시오. 우리도 공명에게 당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공명을 잡아야 합니다.” “어떻게 좋은 수단이 있겠느냐?” 맹획의 말에 맹우가 맹획에게 밀계를 말해주며 공명에게 자신이 사자로 가기로 하였다. 맹우는 공명에게 드릴 예물로 금구슬, 조개껍질, 상아, 서각 등의 보물을 마련해 가지고 사신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다음 날 일찍 맹우는 보물을 가득 수레에 싣고 백여명의 군사들을 이끌고 촉진으로 향했다. 맹우가 북치고 고각을 불면서 촉진 앞에 당도하자 장수 하나가 달려오며 “거기 서라! 너희들은 누구의 군사냐?” 하고 외쳤다. 그 장수는 남만 장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마대였다. 이에 맹우가 나서며 “나는 맹획대왕의 실제 맹우라 하오.” “그대가 웬일로 여기 왔는고?” “형 맹획대왕을 대신하여 항복을 올리고 승상께 보물을 드리려 왔소.” “알았소. 승상께 여쭈어 보고 올 테니 이곳에서 기다리시오!” 당시 공명은 장중에서 마속, 여개, 장완, 비위 등 여러 모사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공명은 맹우가 맹획을 대신해 항복을 하러 왔다는 마대의 보고를 받고 마속을 바라보며 “맹획 쪽에서 지금 왜 항복하러 왔는지 짐작하시겠는가?” “제 짐작한 바를 종이에 적어 보이겠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군.” 공명이 기분 좋게 허락하자 마속이 종이에 글을 적어 보였다. 공명은 마속의 글을 보며 믿음이 간다는 표정으로 “어쩌면 내 생각과 이리 같을까. 맹획을 재차 잡을 기회가 온 것이오.” 하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명은 곧 자룡, 위연, 왕평, 관색, 마충을 불러 제각기 귀엣말을 주며 “제장들은 즉시 출발하여 맡겨진 임무에 만전을 다하도록.” 하고 명령하여 떠나게 하고 맹우를 불러들여 살갑게 챙기며 “맹획대왕의 실제라 하였소? 친히 찾아주어서 고맙게 생각하오. 헌데 맹획대왕께서 어찌 이리 갑자기 항복을 청한 것이오?” “가형은 남만국을 다스리는 대왕으로써 승상과 끝까지 싸워 결판을 내려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장수들이 승상의 활명지은(活明之恩-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말함)을 말하므로 대왕께서 깨닫게 되셨습니다. 하여서 약간의 보물을 보내면서 저로 하여금 항복의 뜻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맹획은 지금 어디 있는고?” “대왕은 은갱산 궁전으로 가셨으나 곧 천자께 바칠 예물이 준비되시면 보물을 가지고 이곳에 나타나실 것입니다.” “사자는 부하를 몇이나 데려왔는가?” “보물을 나르는 군사 일백을 데리고 왔습니다.” “군사들 모두 이곳에 들라 하시오.” 공명이 군사들을 불러보니 모두 키가크고 힘이 센 장사들이었다. 공명은 그들을 한 자리에 두고 술과 안주를 충분히 주어 대접했다. 또 무희들을 불러 노래와 춤으로 위로하니 황홀경에 빠져 정신이 몽롱하게 되었다.
남만의 도발에도 꿈쩍하지 않은 공명, 적진을 몰래 급습하다----------------------------
시간이 지나 맹우와 그 일행이 술독에 빠졌을 때, 맹획은 군사를 거느리고 촉진에 접근하고 있었다. 이날 밤 맹획이 공격하면 맹우는 적진에서 내응하여, 촉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자 계획했던 것이다. 밤은 점점 깊어 2경 무렵, 맹획의 부하들은 유황과 염초, 기름을 가지고 촉진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촉진을 화공으로 불살라 버릴 계획이었던 것이다.
맹획은 촉진이 아른거리는 근거리까지 도착하였다. 맹획은 쉴새 없이 부하들을 독려하며, 대낮처럼 밝은 불빛과 그 불빛에 비친 무수한 깃발을 바라보며 미소를 한번 머금고 ‘흥 공명이란 놈! 꼴좋다. 조금만 기다려라! 내 손아귀에서 꼼짝 못하고 죽게 될 것이다.’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는 순간 목청을 돋우며 “자 전원 맹공격이다!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밀어부쳐라!” 하고 큰 소리로 공격개시의 영을 내렸다.
맹획의 수하 군졸들이 촉진을 향하여 야유를 보내도 반응이 없자, 만병들은 자만에 빠져 노골적으로 촉병을 깔보기 시작했다. “겁쟁이 촉군놈들아! 토역병에 걸려 빌빌대는 거냐? 시방 뻗어도 아까울게 없는 도적놈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와. 살려거든 성문을 열고 항복해라!” “이 똥개 자식들아! 손발이 썩어문드러질 놈들아! 어서나와 항복하라. 공명인지 맹꽁인지 얼른 나와 면상을 보여라!” 만병들은 이리 별의 별 욕설을 다 들추며 촉군들을 자극하였다.
촉장들은 참다못해 씩씩거리며 공명을 찾아갔다. “승상! 인간이란 참는데도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왜 저런 미개인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합니까?” “그렇구나. 내가 그대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허나 사람은 욕이 나오는 구멍은 있어도 욕이 들어가는 구멍은 없으니 다행이 아니냐.” “승상! 그래도 인간에게 체통이란 것이 있지 않습니까? 저것들을 그냥두면 기고만장하여 더할 것입니다.” “무지막지한 저들이 발악을 하기로 대수냐. 탓하지 마라. 내게도 생각이 있으니 조금만 더 참아라!” 만병들은 시간이 더할수록 더더욱 교만해졌다. 그와 같은 광기는 사오일간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공명은 높은 곳에 올라가 만병의 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한 동안 미친 듯 악을 쓰던 광기가 기운이 쑥 빠지며 시들어졌다. 흥미를 잃은 것이다. 공명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때가 가까웠다. 이제 한바탕 싸워도 될 때가 왔구나! 여지껏 아껴둔 예기를 이제 마음껏 쏟아 보이자.’ 하고 홀로 중얼거리며 자룡과 위연을 불러 비밀한 계책을 주어 떠나보냈다. 다음은 왕평과 마충을 불러 계교를 일러주어 떠나보내고, 남만출격에 공이 많은 마대를 불러 “나는 진지를 버리고 강북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러니 그대는 부교를 다 부수고 하류로 내려가 자룡과 위연의 군사가 도강하는 것을 도와라.” 하고 명을 내렸다.
이후 공명은 장익을 불러 다른 장수보다 더 진지하게 명하기를 “나는 진중에 불을 많이 켜두고 강북으로 떠날 것이다. 그러면 만병은 등불에 유혹되어 많이 몰려들 것이다. 그대는 이때를 놓치지 말고 저들의 뒤를 끊어라! 그대의 책임이 누구 보다 더 막중하다.” 공명은 모든 전략전술을 일일이 여러 장수에게 일러주고 자신은 관색과 호위병 수십 기를 거느리고 사륜거를 타고 유유히 강북으로 길을 재촉하였다.
만병들은 촉진에 불빛이 휘황찬란한 것을 보고 부나비처럼 몰려들었다. 그러나 맹획은 신중을 기하며 좌중을 바라보고 “공명은 꾀가 많은 놈이니, 함부로 들어가지 마라! 공명의 계책이라 등불을 많이 켜둔 것이다. 지금은 공명의 꾀에 속기 쉬우니 내일새벽 동이 틀때 쳐들어가자.” 이튿날 새벽, 맹획은 대군을 진두지휘하여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촉진은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무너졌다. 맹획이 득의만면하여 성안으로 쇄도해 들어가니 텅 빈 공성이다. 성안에는 촉병의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맹획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 “아차! 내가 왜 이러나? 또 속았구나! 공명이란 놈이 밤사이에 급히 철수한 것은 본국에 급변이 생긴 것 때문이다. 자! 남의 위기는 우리의 기회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촉병을 추격하라!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다 잡아 죽여라! 내 가슴에 맺힌 한을 이번에 풀어야겠다.” 맹획의 명령이 떨어지자 만병들은 서이강을 급하게 건넜다.
혼신의 힘을 쏟아 서이강을 건너니 예상치 못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이강 건너편에는 촉군의 허다한 기치가 질서정연하게 세워져 있고, 강안 일대는 토성이 쌓아져 있었다.
공명의 계책에 빠진 맹획, 다시한번 더 잡히다-------------------------------------
이를 본 모든 만병들은 기가 질리고 말았다. 그러나 맹획은 자신있어 하며 “병사들아! 조금도 겁낼 것이 없다. 공명이 본국으로 철수하면서 우리의 추격이 두려워 허장성세를 부린 것이다. 이미 공명은 밑천이 드러나 서서히 몸을 사리는 것이다. 조금도 놀랄일이 아니다. 나는 이미 이런것도 계산해 두었다. 염려 말고 내 말을 믿고 따르라!” 맹획은 목에 힘주어 말하고 강을 다시 건너 병사들에게 대나무로 뗏목을 만들게 했다. 그래서 공명과의 한판 승부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속지 않으리라. 반드시 내가 이기리라.’ 맹획은 마음속으로 깊이 다짐했다.
전쟁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맹획은 여러번 공명에게 당한지라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정보 수집에도 온힘을 쏟아 공명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데 전념하여, 공명과 대치한지 5일만에 촉군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역시 공명의 본국에 탈이 났구나. 날마다 병력이 줄고 있으니, 내 추측이 정확한 것이다.’ 맹획은 촉군의 병력이 줄어드는 원인으로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맹획은 곧 총 공격을 감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날은 폭풍이 일고 파도가 심히 높았다. 맹획은 이같이 날씨가 궂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하려 하는데, 동생 맹우가 찾아오더니 맹획을 바라보며 “형님! 이처럼 심한 비바람을 뚫고 강을 건너기는 위험합니다. 오늘은 일단 촉군이 진을쳤던 곳으로 이동하여 폭풍우를 피하는 것이 좋을까 합니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우리 군사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라!” 맹획은 맹우의 말에 허락을 하고 먼저 비바람을 피하고자 공성으로 들어갔다.
밤이 되자 폭풍우가 더욱 거세져 등불은 전혀 켤 수가 없어 남만 병사들은 칠흙에서 밤을 지내야 했다. 지척을 분간할 수도 없고 모두들 피곤한 몸이라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런 흑암을 뚫고, 느닷없이 북치고 꽹과리 두드리며 전혀 생각지도 않게 군대가 달려들었다. 이들은 남만 병사들을 닥치는대로 살육하였고 사방에서는 불길이 크게 일어났다. 맹렬한 불길이었다.
“아앗! 공명에게 속았구나!” 맹획은 공명의 계책에 빠진것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일단 몸을 피하기 위해 성 밖으로 말을 몰았다. 그러자 장수 하나가 횃불을 높이 들고는 “이놈 맹획아! 네놈이 어디로 달아나려 하느냐? 상산 조자룡이 너를 기다린 지 오래다. 어서 항복하라!” 하고 소리치며 자신에게로 달려들었다. 자룡을 만난 것이다. 맹획은 자룡의 기세에 눌려 입을 꾹 다문 채 동문 쪽으로 달아났으나 이번에는 “맹획아! 어디로 내빼려 하느냐? 촉장 마대가 여기있다.” 하고 남만 병사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마대에게 걸려들었다.
맹획은 젖먹던 힘을 다해 밀림으로 달아나 골짜기를 기며 밤새도록 촉병에게 쫓겨다녔다. 그러나 어디를 가도 촉병의 아우성이요 촉장들의 외침뿐이었다. 맹획이 겨우 촉병을 떨치고 동쪽으로 달리다 보니 큰 밀림이 다시 나타났다. ‘아휴, 겨우 죽다 살아났다. 저 밀림 속으로 들어가면 한숨 돌릴 수 있으려나...?’ 맹획이 밀림으로 들어가며 그리 중얼거리는데 밀림 넓은 곳에서 사륜거가 보였다. 사륜거에는 십여 명의 호위병과 공명만이 있을 뿐이었다.
공명은 수레에 단정히 앉아 백우선을 휘저으며 한바탕 웃으면서 맹획을 향해 “하하하. 만왕 맹획아! 너가 대패하여 이곳으로 올 줄 알았다. 어서 와라! 내가 마중 나왔다.” 맹획은 공명의 약올리는 말에 분노가 치밀고 적개심이 불타올랐다. 맹획은 자신을 따르던 부하들을 바라보며 “저 주둥이를 나불대는 놈이 공명이다. 저놈들은 몇 놈 되지 않는다. 그러니 저놈의 목을 베어 원한을 갚자! 자, 전원 공격하라.” 하고 명을 내렸다.
맹획의 명에 남만국 장수들은 공명을 잡으려고 달려들었다. 이들은 모두 맹장급 이었다. 밤 새워 쫓기다 보니 병사들은 다 낙오하고 맹위를 떨친 장수들만 맹획의 뒤를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공명은 소수의 병사들로 이들과 한바탕 일전을 벌여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공명은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맹획은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쫓았다. 그러던 중, 수레를 잡겠다고 기를 쓰고 쫓던 맹획과 그 일행이 갑자기 함정으로 빨려들고 말았다. 미리 준비해 둔 덫 때문이었다. 이렇듯 공명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변화무쌍한 천하명인이다. 이들이 함정에 빠지자 밀림에 매복해 있던 촉병들이 달려나와 맹획과 그의 장수들을 한 사람씩 끌어올려 포박을 둘러 버렸다. 맹획이 네 번째 사로잡힌 것이다.
네 번째 공명에게 붙잡힌 맹획, 공명이 한번 더 풀어주다--------------------------------
공명은 맹획과 적장들을 나포하여 본진으로 돌아온 후 먼저 맹우를 불러내어 결박을 풀어주고 꾸짖길 “너의 형이란 작자는 나에게 네번이나 사로잡혔다. 그런데도 어찌 수치심을 모른단 말이냐? 챙피를 모를 수 있겠느냐?” “입이 열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래, 네가 무슨 죄가 있겠느냐? 모든 잘못은 너의 형 맹획이 원인이다. 저기 다소간의 음식이 준비되어 있으니 배불리 먹고 집으로 돌아가라!” 공명은 다른 장수들도 모두 후하게 대접하고 풀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맹획의 결박을 풀어주고 호통을 치며 “네가 다시 나에게 붙잡혔다. 이번에는 무슨 면목으로 나를 대하려 하느냐?” “억울하오. 나는 이번에도 속임수에 걸렸소.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것도 아니고 매번 속아 잡히니,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오.” “저런 비열한 자를 봤나. 여봐라! 저놈을 당장 끌어내어 목을 쳐라!” 공명의 명령은 추상과도 같아서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내포하고 있었다. 무사들이 달려나와 맹획을 끌고 가려하자 맹획은 두 눈을 감으며 넋두리를 풀어 놓기를 ‘한번만 더 놓아준다면 반드시 사로잡혔던 원한을 풀 수 있을 텐데...’ 맹획의 푸념은 공명이 들을 수 있었다.
공명은 맹획의 그 넋두리에 호쾌하게 웃고 답하기를“하하하. 맹획은 들어라! 나는 너를 세 번을 놓아 주었다. 헌데 아직도 무엇이 아쉽단 말이냐? 그 불평을 솔직히 털어봐라!” “승상은 항상 속임수로 나를 잡았소. 그러니 내가 어찌 항복한단 말이오.” “대왕은 참으로 단심이로구나! 그래, 내가 다시 놓아주면 또 싸울 용기가 있느냐?” “승상께서 풀어주고 다시 잡히면 그때는 진심으로 항복하겠소. 그리고 나의 권한과 모든 재산을 바치고 다시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오.” “허허허. 그것 참, 내 다시 풀어줄테니 여한이 없도록 준비해서 싸워보라!” 공명은 맹획을 네 번째 놓아주었다.
맹획은 가슴에 굳은 결심을 하고 본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대대적으로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우 맹우가 나서 “형님! 우리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공명을 당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차라리 공명에게 항복하고 보호받는 것이 어떻습니까?” “맹우야. 너는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느냐? 정신 차려라! 그런 약한 소리를 한번 더 내 앞에서 지껄인다면 그만 두지 않을테다.”
“형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면 공명과 정면 승부를 피하시고 깊은 산으로 들어가 적이 물러갈 때까지 농성을 하십시오. 그러면 촉병들은 더위에 지쳐서 결국 저절로 물러갈 것입니다.” “그것 참 좋은 계책이다. 그러면 어디에서 농성하면 좋겠느냐? 나도 이제 공명과 부딪치는 것은 피하고 싶다. 어찌나 속임수에 능한지 질려 버렸다.” “여기서 서남방으로 가면 독룡동이 있습니다. 그곳의 동주 타사대왕은 저와 친구입니다. 그곳으로 가면 절대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다. 너는 어서 그곳에 가서 타사를 만나고 오너라!” 맹우가 날래게 독룡동에 가서 타사를 만나 맹획의 뜻을 전하자 타사대왕은 크게 기뻐하며 맹획을 환영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