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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삼국지]제갈량의 3차 북벌

작성자diablo|작성시간16.07.12|조회수417 목록 댓글 1

동오 손권, 황제의 위에 나서다----------------------------------------------

 위국 대도독 조진은 비요와 왕쌍 등 하늘같이 믿은 두 장수를 잃고 허탈한 심정에 무력증에 빠졌다. 수 차례 패전으로 겪은 고통과 사마의의 승승장구로 인해 배알이 꼴려서 병이 든 것이다. 조진은 병이 깊어지자 낙양으로 돌아와 자리 보존을 하고 누워버렸다.

 한편 위황 조예는 곽회, 손예, 장합에게 조서를 내려 장안의 제도를 지키라 명했다. 조씨문중 사람이 보이지 않은 것이 이번의 특징적인 인사다.

 이무렵 오왕 손권은 문무백관을 모아놓고 조회를 하던 중, 전서구를 관리하는 관원이 들어와서 “제갈양이 두 번째 출병해서 대승을 거두고 위도독 조진은 크게 패하여 큰 군사가 꺾였습니다.” 하고 보고를 하였다.

 이 말에 만조백관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일제히 손권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길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군마를 일으켜 중원을 도모하소서.” “우리 나라가 욱일승천하는 이 기회에 제위에 오르소서...” “알겠소. 과인이 깊이 상량해 볼 터이니 경들은 자중하고 기다려주시오.” 손권은 이렇게 말하고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고 미적미적 세월을 보냈다.

 그러자 장소가 다시 한번 제위의 문제를 들고 나오기를 “그간 여러가지 소문이 난무했습니다. 무창 동산이란 곳에선 봉황이 내려와 춤을 췄습니다. 대강 한 가운데선 황룡이 여러 차례 나타났습니다. 대왕께서는 덕이 당우에 짝할만하시고 밝으심은 일월과 같다 하겠습니다. 당연히 황제의 위에 나가실만합니다. 당장 제위에 나가시고 군사를 일으켜 참람된 조예를 토멸하소서.” “장소의 아뢰는 말씀이 지당합니다. 대왕께서는 통촉하소서.” “더는 미루지 마시고 제위에 오르소서...” 문무백관들이 입을 합하여 아뢰자 손권이 마침내 결심하고 황제의 위에 나가는 것을 허락했다.

 황무 8년(229년) 4월, 병인일로 택하여 무창 남교에 단을 쌓고 만조백관이 손권을 단위에 오르게 하여 황제의 위에 나가게 한 것이다. 황무 8년이던 오국의 연호를 황룡 원년으로 바꾸고, 아버지 손견을 무열황제의 시호를 드리고, 어머니 오씨는 무열황후라 하였다. 그리고 작고한 형 손책은 장사환왕이라 시호를 올려주고 아들 손등을 황태자로 봉했다. 태자 손등을 위하여 제갈근의 장자 제갈각을 태자 좌보로, 장소의 차자 장휴를 태자 우필로 삼았다.


어려서부터 총명함이 남달랐던 제갈각---------------------------------------

 제갈각은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하여 손권의 사랑을 받았다.

 제갈각이 어릴 적 손권은 제갈근을 놀리려고 안마당에 있는 당나귀 얼굴에 분을 칠하고 ‘제갈자유’라 써서 당나귀 목에 걸어 놓았다. 제갈근의 얼굴이 말처럼 길쭉했기 때문이다. 이를 본 모든 신하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왕의 놀림을 받은 제갈근은 뻘쭘함에 머리를 긁적이기만 했다.

 그때 아버지 제갈근과 있었던 6세의 어린 제갈각이 이를 보더니, 붓을 들고 제갈자유 라 쓴 글자 밑에 ‘지노’라는 글자를 더해 놓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諸葛子諭之노’ 노새노자를 붙여서 ‘이 당나귀는 제갈자유의 당나귀이다.’ 라고 고쳐서 아버지 제갈근의 체면을 세워 주었다. 그것을 보고 손권을 비롯하여 모든 이들이 탄복했다. 손권은 이런 제갈각이 너무 귀여워 그 노새를 상으로 주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멘즈<面子-면자>를 대단히 중요시한다. 우리말에 가까운 표현은 체면치례이고, 이 멘즈라는 말이 그당시 제갈근과 손권, 그리고 제갈각의 일화에서 출발했다 하니 재미있는 이야기라 할 것이다. 이처럼 제갈각은 어려서부터 총명했기에 황태자의 좌보가 되었던 것이다.


손권, 제위에 올라 촉에 특사를 보내다----------------------------------------

 손권은 고옹을 승상으로, 육손을 상장군으로 삼아 태자를 보좌하게 하여 무창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건업으로 돌아왔다. 수도 건업으로 돌아온 손권은 먼저 촉국에 특사를 보내 황제의 위에 등극했음을 알렸다.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하나의 절차상의 외교행위다.

 특사를 만나본 공명은 손권의 참월한 행위를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마땅치 않게 생각했다. 후주를 중심으로 한 한실의 중원통일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촉국의 형세가 그런 원칙을 주장할 배부른 처지가 아니었다. 만약 오의 비위를 건드리면 위와 결탁해서 촉을 칠 염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고로 공명은 분을 참으며 천하삼분지계를 생각하며 손권의 참절행위를 인정해 줄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어쩔 수 없구나! 손권이 황제 됨을 인정해야지...’ 공명은 후주에게 청하여 형식적이나마 경하하는 외교절차를 따라 예물과 함께 국서를 보내게 하였다. 후주는 태위 진진을 특사로 삼아 천리 준총과 옥대, 금주, 보패와 국서를 가지고 출국했다.

 촉국의 특사 진진이 후주가 각별히 준비하게 한 값진 예물과 국서를 가지고 동오에 당도하였다. 진진이 예를 갖추어 손권에게 국서와 예물을 바치니 오황 손권은 크게 기뻐하며 연회를 베풀고 후대하였다.

 촉국에서 온 특사를 환대하여 보내고 난 다음날, 오황 손권은 육손에게 촉과 동맹하여 위를 치자고 말하였다. 그러자 육손은 손권을 바라보며 “폐하! 촉국이 특사를 보내온 것은 사마의를 두려워서 뽑은 마지못한 방책입니다. 기왕 허락하셨으니 약속은 지켜야지요. 모양 좋게 대군을 일으켜 촉과 접응하게 하고 공명이 전력을 다해 사마의와 맞대응할 때, 그 틈새를 이용하여 중원을 취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손권은 육손의 말에 따라 형주와 여러 고을의 정병을 모아 기병하라고 군령을 내렸다.


공명, 계교로써 진창성을 함락시키다--------------------------------------------

 한편 동오에 외교특사로 다녀온 진진은 공명에게 오촉동맹이 성사되었다고 알렸다. 공명은 진진의 공을 치하하고, 진창으로 세작을 보내어 그곳의 정보를 기다렸다.

 며칠이 지나 진창을 살핀 세작이 돌아와 공명에게 보고하길 “진창성을 지키던 학소가 병이 깊어 위중하답니다.” “어허. 그렇다더냐? 본인에게는 미안하나 나는 큰일을 이루게 되겠구나!” 공명은 눈을 지그시 감고 한 동안 깊은 상념에 빠져 있더니, 이내 위연과 강유를 불러 “너희 둘은 각각 5천군을 거느리고 3일 째 아침, 진창성으로 달려가라! 그래서 불이 나면 그것을 군호로 삼아 전력을 다해 성을 함락하라!” 두 사람이 물러가자 공명은 관흥과 장포를 불러 비밀한 계교를 주어 보냈다.

 한편 곽회는 학소의 중병에 걸린것을 안타까워하며 장합을 불러 “학소가 저토록 병이 깊으니 장장군이 학소를 대신하여 업무처리를 하시오. 나는 천자께 표를 올려 명을 받겠소.” 하고 명을 하여, 장합이 3천군을 거느리고 진창성으로 가서 학소를 대신하게 했다. 장합이 진창성으로 갈 준비에 부심할 때, 진창성에서는 촉병이 성 아래 당도하여 소란을 피웠다. 학소는 급히 장졸들에게 성을 파수하라 명했다.

 이무렵 위연과 강유는 병사를 이끌고 진창성에 도착하였다. 그런 후 성 주위를 둘러보며 둘은 의구심이 생겼다. 어떻게 성에 불을 질러서 군호를 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제아무리 공명승상이라도 어떻게 저 성에 불을 붙일 수 있을까?” 그런데 기적같이 성문마다 불이 붙었다. 불길은 바람을 타고 활활 타올랐고, 성 안에서는 일대혼란이 일어났다.

 이를 보고있던 위연도 강유는 크게 놀라며 혀를 내둘렀다. “귀신이 곡을 한다더니 진창성에 귀신이 들었나? 강장군은 어찌 생각하오?” “승상께서 우리보다 한발 먼저 진창성에 도착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소.”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소. 아무튼 공격합시다.” 위연과 강유는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성을 공격하려 다가가자 포성이 한방 크게 울리면서 사면에서 촉국의 기가 일제히 일어섰다.

 두 사람이 놀라 성위를 바라보니 뜻밖에도 공명이 나타나더니 큰 소리로 “너희들은 어이 그리 늦었더냐?” 하고 꾸짖자 두 사람이 깜짝놀라 말에서 내려 엎드려 절하며 “진짜 승상께서는 신이십니다.” 하고 경의를 표하였다.

 공명은 촉군이 모두 입성하자 위연과 강유, 두 장수를 불러두고 “나는 학소가 중병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너희에게 일부러 3일간의 준비기간을 주어 민심과 군심을 늦추어 놓았다. 학소로 하여금 준비가 없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관흥과 장포에게 곧장 출병을 시키고 나는 변복을 하며 군사 틈에 끼어 들어갔다. 그런다음 나는 세작을 부려서 성중 도처에 방화케 하여 위병들간에 경황이 없게 하였다. 이 소란 통에 학소가 놀라 죽었다. 그러면서 진창성은 무장지졸이 된 것이다. 나는 이같이 진창성을 취한 것이다. 출기불의면 공기무비라 했다. 나는 이같은 군사작전으로 진창성을 취한 것이다.” 위연을 위시한 모든 장졸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크게 감탄하며 공명에게 절을 올렸다.


공명, 세번째 기산에 당도하다--------------------------------------------------

 진창성이 완전히 정리가 되고 난 후, 공명은 학소의 죽음을 불쌍히 여겨 그의 처자가 영구를 모시어 위국으로 갈수있게 하였다. 학소의 충군애국하는 지성을 기린 것이다.

 그런후에 공명은 다시 위연과 강유를 불러내어 “너희 둘은 곧장 산관을 습격하라! 우리 군사를 보면 저들은 싸우지도 아니하고 달아날 것이다. 만약 습격하는 행동이 더디다면 위 지원병이 와서 함락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고 명하여 두 장수는 군사를 거느리고 산관으로 향했다.

 과연 공명의 말대로 위군들은 싸워보지도 않고 제빨리 달아났다. 강유와 위연은 산관에 올라 갑주와 투구를 풀고 한숨을 돌리며 휴식을 취하려 할 때, 관밖에 티끌이 자욱하게 일면서 위병이 몰려왔다. 둘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귀신같은 공명의 예지력에 놀라 “승상의 신산을 누가 따르랴!” 하고 탄식을 하며 급히 누각에 올라가 보니 장합이 군사를 거느리고 왔다.

 위연과 강유 두 장수는 급히 군사를 나누어 요해처를 지켰다. 요해처를 촉병이 차지하자 장합은 군사를 뒤로 물렸다. 그러자 위연은 제빨리 장합의 군대를 휘몰아쳐서 돌격하니 장합이 이끄는 위병은 대패하여 달아났다. 위연은 산관으로 돌아와 공명에게 군사를 보내 승전을 알렸다. 공명은 예상대로 위연이 산관을 접수하자 군사를 거느리고 진창 사곡으로 나와 전진을 계속하였다.

 그러던 중, 성도에 요청한 증원병이 진식을 대장으로 공명군에게 당도하였다. 공명은 증원병을 반갑게 맞이하고 대군을 휘몰아 다시 기산으로 가서 3번째 영채를 세웠다. 영채를 다 세운 후, 공명은 모든 장수들을 불러놓고 “나는 두번이나 기산으로 나와 이득을 얻지 못하였다. 이번이 3번째 기산 출병이다. 이곳은 위군이 나와 싸워 승리한 곳이다. 저들은 우리가 옹주와 미주를 취할 것으로 예상할 테니 우리는 음평과 무도를 쳐야 하겠다. 이곳은 한수와 연접한 곳이라 전략상 중요하여 우리가 차지하면 위병의 세력이 분산될 것이다. 누가 나가서 취해 보겠느냐?” 공명이 세세히 설명하고 음평과 무도를 칠 것을 주문하자, 강유와 왕평이 함께 나서서 출전을 원했다. 공명은 크게 기뻐하며 “강유는 1만군으로 무도를 취하고 왕평은 1만군으로 음평을 취하라!” 하고 명을 내렸다.


조예, 공명의 출병과 육손의 대군 조련에 놀라 사마의를 부르다-----------------------

 이 무렵, 장합은 산관에서 대패하고 난 후 패잔병을 수습하여 장안으로 돌아가, 곽회와 손예를 만났다. “내가 가니 학소가 죽어 진창성은 이미 빼앗겼고 산관도 역시 촉군이 차지하고 있었소. 공명은 지금 기산으로 나와 두 길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참으로 문제가 크게 되었구려. 그렇다면 공명은 반드시 옹주와 미주를 취할 것이오. 장합 장군은 장안을 지켜주시오. 나는 속히 군대를 휘동해가서 미주를 지키겠소.” 곽회는 급한 대로 촉병을 대적할 길을 마련하고 위왕 조예에게 공명의 침공한 사실을 상소하였다.

 조예가 곽회의 상소문을 보고 있을 때 만총이 보낸 또 다른 상소문이 당도했다. ‘동오 손권이 황제를 참칭하고 촉과 동맹을 맺고, 육손은 무창에서 큰 군사를 조련하고 있습니다. 오병은 조만간에 침입해 들어올 것입니다.’ 조예는 오의 육손과 촉의 공명이 동시에 양처에서 각각 대군을 일으켜 쳐들어온다는 상소문을 읽고 눈앞이 캄캄하였다. 손발이 떨려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대도독 조진은 지난 싸움의 후유증을 털어내지 못하고 몸져누워 있는 등, 뾰족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적을 물리칠 대책을 묻고 맡길 사람은 오로지 사마의뿐이었다.
조예는 급히 사마의에게 사람을 보내 불렀다. 사마의가 도착하자 조예는 사마의를 보고 “제갈양은 호전적이라 세 번씩이나 침공했소. 동오는 황제를 참칭하더니 촉과 동맹을 맺고 육손이 대군을 조련을 마치고 북침한다 하오. 이들이 동시에 양처에서 준동하니 이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신의 판단으로는 육손은 약아서 낌새만 살피고 쉬이 거병치 않을 것입니다.” “경은 어찌 그리 쉽게 판단하는가?” 조예는 사마의의 말에 의아해 하며 되물었다.

 “폐하! 공명이 동오를 추켜세워 우리를 치게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또 동오가 촉과 동맹관계라 거병할 듯이 허장성세를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동오 육손은 경솔하게 움직이지 아니하고, 촉과 우리의 싸움을 관망하다가 어부지리를 얻을 기회만 노릴 것입니다. 그러므로 동오는 걱정하지 마시고 촉국을 막는데 주력하시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그렇겠군요. 참으로 경의 판단이 옳소. 짐은 경을 대도독에 봉할테니 적국의 준동을 막아 내도록 하시오.” “폐하! 이것은 신이 감당치 못할 일이옵나이다. 조진 대도독의 자리를 어찌 신이 차지할 수 있겠나이까?” “조장군에 비하여 경이 유능하니 국가의 장래를 위해 어찌 개혁치 않으리오.” “폐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신이 직접 장안으로 가서 조진부를 방문하여 총병의 장인을 거두어 오겠나이다.” 사마의는 조예에게 사은숙배하고 조진부가 있는 장안으로 갔다.


사마의, 조진에게 문병을 하고 장인을 거둔 후, 위수 남쪽에 진을치고 공명과 대치하다.

 사마의는 조진부로 먼저 사람을 보내어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나서 방문한다는 시간에 맞춰 조진의 병실로 들어가 사마의는 겸손을 부리며 말하였다. “도독께서는 오·촉이 동맹을 맺고 군사를 일으킨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지금 공명이 다시 기산으로 나와 둔병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내가 병이 중하니 집에서 일부러 말을 숨긴 것 같소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가존망의 위기가 아니겠소. 천자께서는 중달을 도독으로 삼아 촉병을 물리치라 분부치 아니 하셨습니까?”

 그러자 사마의는 시치미를 떼며 “저같이 부족한 사람이 어찌 대임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말 마오. 겸손할 일이 따로 있지, 여봐라. 대장인을 가져 오너라!” “아니 도독 왜 이러십니까? 문후차 온 사람에게...” “나는 늙고 병들었어요. 이제 나를 대신하여 중달이 적병을 토멸해 주시오.” “도독, 소장을 욕보이지 마십시오. 도독께서는 환후중이나 염려치 마십시오. 저는 도독을 도와서 한 팔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대장인은 도독께서 거두어 주십시오. 어찌 소장이 감당하겠나이까?” 사마의는 진심으로 여러 번 거절을 하였다.

 그러자 조진은 자리를 차고 벌떡 일어나 “중달이 중책을 외면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요. 내 비록 병이 있다하나 황제를 뵙고 보를 두어 천거하겠소.” “도독! 감사합니다. 천자께서는 이미 은명을 내리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힘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감히 받지 못하겠나이다.” 사마의는 이렇게 세 번을 겸양했다.

 그러자 조진은 사마의의 겸손한 태도에 감동을 받고는 “중달이 이제 대임을 맡았으니 촉병은 반드시 깨지고 말 것이요.” 이렇게 덕담을 주고 인뚱이를 건네자 사마의는 결국 절하고 받았다. 사마의는 이같이 조진이 오해하지 않게 후임을 꿰차고 군사를 거느리고 장안으로 향했다. 제갈공명과 결전을 하러간 것이다.

 촉한 건흥 7년(229년) 여름 4월. 제갈양은 기산에 영채를 세우고 위군을 기다렸다. 사마의는 대도독의 인뚱이를 차지하는데 절차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10만 대군을 일으켜 장합을 선봉대장으로, 대능을 부장으로 삼아 기산 아래 위수 남쪽에 진을 치고 공명과 대치하였다.

 이때 곽회와 손예가 찾아와 대도독에게 예로써 인사를 올리자 사마의가 둘에게 묻기를 “촉병은 멀리 천리 길을 달려왔으니 속전속결을 원할 것이오. 헌데 그 반대로 느긋하게 대하는 것을 보면 무슨 계책이 있는 것 같소. 농서 여러 고을에서는 무슨 정보가 없는가?”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무도와 음평 두 곳은 아직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럴 것이다. 제갈양이 노리는 곳은 바로 무도와 음평일 것이다. 두 장군은 속히 지름길로 무도와 음평에 가서 잘 지키라 단속하고 기산으로 나오라.” 곽회와 손예 두 장수는 사마의의 명에 따라 무도로 향했다.


곽회와 손예 출병중에 무도와 음평을 빼앗겨 위수로 달아나고, 장포는 큰 부상을 입다.

 곽회와 손예는 무도를 향해 가면서 서로 “공명과 중달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글쎄, 싸워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공명이 한수 위가 아닐까?” “하지만 이번에는 중달이 앞선 것 같아. 촉군이 무도와 음평을 치는데 우리가 그 뒤를 치면 우리가 이길것이 아닌가? 틀림없이 촉병이 쫓겨 갈 거야.” 둘은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가던길을 재촉하던 중, 탐색병이 황급히 돌아오며 “왕평이 음평을 먹고 강유가 무도를 삼켰습니다.” “무슨 말이 그리 거치노! 참 할말 없다.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이야?” “기가 막힙니다. 혹 복병은 없을까요?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두 장수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하여 돌아갈 생각을 가질 때, 한방 포성이 터지면서 군마가 쏟아져 나왔다.

 곽회와 손예가 황급히 전투대형을 갖추려고 살펴보니, 대서특필한 ‘한승상제갈(漢丞相諸葛)’ 깃발이 펄럭이며 다가왔다. “아앗! 제갈공명이 나타났다!” 하고 누군가가 외쳤다. 위병들이 다 같이 바라보니 사륜거에 높이 앉은 사람은 제갈공명이다. 좌우에는 관흥과 장포가 호위하고 있었다.

 공명임을 알아차린 곽회와 손예 두 장수는 지레 겁을먹고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그러자 공명이 사륜거 위에서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어디로 달아나는가? 무도와 음평이 내 수중에 들었다. 그대들은 쓸데없는 살생을 삼가라. 너희 두 장수는 속히 항복하라! 아니면 도전해 보라!” 곽·손 두 장수가 공명의 말에 정신이 산란한데, 등 뒤에서 산천을 뒤흔들면서 한 무리군마가 압박해 왔다. 왕평과 강유가 군마를 거느리며 시살해 오는 것이었다. 그러자 사륜거를 호위하고 있던 관흥과 장포도 곧장 협격해 오니 두 장수는 기가막힐 지경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위군과 촉군이 한바탕 칼바람을 일으키는데 죽은 것이 위병이요 넘어지는 것이 위병이었다. “달아나자! 달아나는 것이 목숨을 구하는 길이다.” 곽·손 두 장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을 버리고 산을 타고 달아났다. 이것을 본 장포가 저 두 장수를 잡을 욕심으로 말을 타고 전력을 다해 두 장수를 쫓았다. 그러나 너무도 무리한 나머지 말이 비탈진 산을 오르다가 미끄러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다. 결국 장포는 머리가 깨지는 중상을 입고 인사불성이 되었다. 공명은 부상당한 장포를 보고 몹시 안타까워하며 성도로 후송하여 치료케 했다.


장합의 용맹으로 공명이 한발 후퇴하다----------------------------------------

 곽·손 두 장수는 장포가 잘못된 바람에 목숨을 구하고는, 위수 본진으로 돌아가 사마의에게 보고하기를 “무도와 음평은 이미 촉병이 점령했고 공명은 요로에 복병을 두어 앞뒤에서 협격했습니다. 협로에서 전후 협공을 받으니 우리는 크게 패하여 말도 무기도 다 버리고 뿔뿔이 흩어져 겨우 도망쳐 왔습니다.” “그러냐? 이 싸움의 결과는 전적으로 나의 허물이다. 공명의 지혜를 내가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너희들은 다시 군사를 이끌고 옹주와 미주로 가서 두성을 지켜라! 그리고 절대로 대응하지 말고 지키기만 하라! 내가 적을 파할 계책이 따로 있다.” 사마의의 계책을 듣고 곽·손 두 장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갔다.

 그러자 사마의는 장합과 대능을 불러두고 “제갈양이 무도와 음평을 점령했으니, 반드시 백성을 무마시키기 위해 밖에나와 있을 것이다. 너희 둘은 각각 정병 1만기를 거느리고 오늘밤 촉진의 뒤를쳐라! 나는 군사를 거느리고 앞에서 있다가 촉병이 어지러워지면 공격할 것이다. 그렇게 양쪽에서 협격하면 촉진이 무너질 것이다.” 하고 명을 내렸다. 사마의의 명에 따라 대능은 좌편으로 장합은 우편으로 군사를 몰고 가서 각기 좁은길을 따라 들어가 촉병의 뒤를 침입하였다. 그렇게 30리 쯤 들어가자 앞의 군사가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였다.

 장합과 대능 두 장수가 앞으로 나가보니 수백채의 차량이 길을 막고 있었다. 이를 본 장합이 대능에게 “이것은 촉병이 있다는 증거다. 속히 군사를 돌려라!” “자! 우리는 돌아간다. 말머리를 속히 돌려라!” 대능이 장합의 명에 따라 회군을 하려 하자, 별안간 산에서 불씨가 일어나며 타오르기 시작하니 대낮과 같이 밝아졌다. 동시에 고각소리 크게 울리고 함성이 산천을 뒤흔들었다. 두 장수는 순간 혼백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되었다. 이렇게 정신이 없는데 촉병이 함성을 지르며 장·대 두 장수를 포위해 버렸다.

 그러자 공명이 기산 정상에서 두 장수를 내려다보며 “사마의는 내가 무도와 음평의 백성을 무마하느라 영문을 비웠을 것으로 예상하고 겁채했을 것이나, 오히려 너희들이 내 계교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너희 조무래기들은 죽이지 아니할 테다. 빨리 말에서 내려 항복하라!” 하고 호통을 쳤다.

 공명의 말에 장합이 크게 노하며 공명의 말을 맞받아 치며 “남양 필부가 감히 우리 국경을 침범했으면서 그 따위 망발을 늘어놓느냐? 내 만일 너를 잡는다면 시체를 부셔 천만 쪽을 낼 테다.” 하고 악을 지르며 장창을 비껴들고 말을달려 기산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장합이 기를 쓰고 산으로 오르자 화살과 물매돌이 비 오듯 쏟아졌다. 장합은 오르기를 포기하고 말을 채찍질하며 장창을 휘둘러 촉병을 치고 나오자 촉병중에 장합을 당할 자가 없었다. 이때 대능이 촉병에게 겹겹이 쌓여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다. 장합은 자기몸을 돌보지 않고 대능에게 가서 포위병을 물리치고 대능을 구하여 돌아갔다.

 공명이 산위에서 장합이 자신의 1만 군사를 초개같이 해치고 대능을 구해가는 것을 보고 ‘전에 장익덕과 장합이 싸우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더니 과연 맹장이다. 오늘 보니 장합의 용맹을 알겠다. 이 사람은 촉나라의 가장 두려운 존재다. 내 마땅히 기회가 오면 제거해 버려야겠다.’ 하고 혼자말로 중얼거리고 군사를 거두어 영채로 돌아갔다.


난중에 공명이 후주의 조서를 받아들여 승상에 복직하다----------------------------

 한편 사마의는 진세를 벌여 촉군이 패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적당한 기회에 대군을 몰고 쳐들어갈 계획인 것이었다. 그러던 중, 장합과 대능이 소수의 병사를 거느리고 돌아와 고하기를 “공명이 선수를 쳐서 패하고 돌아왔습니다.” “아니 그럴 수가 있느냐! 공명이 내 수단을 읽고 기다렸단 말이구나! 공명은 신인이구나. 퇴군하는 것이 우리가 살길이다. 어서 퇴군하라!” 사마의는 기가 질려 퇴군을 명하고 돌아갔다.

 공명은 장합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후, 노획물을 잔뜩 챙겨서 영채로 돌아갔다. 그리고 날마다 위연을 보내어 사마의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싸움을 돋우었다. “피하지 말고 싸우자! 내가 너희 모두를 상대해 주마. 어서 나오라!” 위연은 그렇게 신이 나서 외쳤다. 그러나 위병은 꿈쩍도 아니하고 지키기만 하였다. 그렇게 보름이 지나도 사마의는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공명은 사마의가 전혀 대응을 하지 않자, 답답해 하며 적을 깰 계책에 여념이 없는데 후주가 시중 비위에게 조서를 보내왔다. 공명은 분향하고 예를 마친 후에 조서를 받들었다. ‘가정전쟁 때 허물이 마속에게 있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대는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자폄하니 거역키 어려워 그냥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왕쌍을 베어 촉군의 위엄을 떨쳤고, 올해에는 곽회를 정벌하여 도망가게 하고, 강병에게 항복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으니, 그 공이 혁혁하다. 방금 천하가 소연한 가운데 아직 원악을 제거하지 못했다. 그대는 대임을 받아서 나라일을 맡은 사람이다. 오랫동안 손억(損抑-피해 때문에 마음을 눌러두다.)하는 것은 홍열광복(洪烈光復-매우 붉고 강렬히 빼앗긴 것을 회복하다.)하는 일이 아니다. 이제 승상의 직위를 복구하니 그대는 사양치마라.’

 공명은 조서를 다 읽고난 후 비위에게 말하길 “나는 국사를 성공하지 못했소. 어찌 승상의 직위를 받을 수 있겠소?” “승상이 사양하시면 천자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 되고 장병들의 사기에도 영향이 미칠 것입니다. 권도로 잠깐 받으십시오.” 결국, 공명은 비위의 말을 받아드려 승상직을 받았다.


제갈공명과 사마의의 두뇌싸움------------------------------------------------

 공명은 이토록 명예롭게 복직을 하였으나 사마의가 전혀 대응하지 않으므로 공명은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허어. 사마의는 왜 이리 꿈쩍도 아니하나?’ 공명은 날마다 사마의를 끌어내기 위한 계교를 생각하기에 부심했다. 공명은 가정대전이후 잃었던 승상직을 기산대첩으로 회복했다. ‘공다운 공을 세우지 못했는데...’ 공명은 스스로 자책할 때가 많았다.

 비위가 조서를 전하고 떠나자 중달을 깰 생각으로 더욱 부심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계교를 생각해 낸 후, 급히 모든 장수들을 불러모으고는 “모든 장수와 병사들은 들어라! 우리군은 신속하게 진을 거두어 물러간다. 신속하게 움직여라! 어서 서둘러라!” 하고 명을 내렸다.

 이같은 공명의 신속한 철수는 곧 세작에 의해 사마의에게 보고되었다. “갑자기 촉의 진영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공명이 영채를 뜯고 군사를 거두어 급히 물러갑니다. 이미 촉군 일대가 출발했습니다.” “그러냐?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하라. 촉병을 섣불리 건들지 마라. 반드시 큰 계교가 있을 것이다.” 사마의는 급보를 받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이리 침착하게 대응하지 말라 하며 명을 내렸다.

 이처럼 공명의 움직임에도 사마의는 맞대응하지 않고 벌벌 떨며 군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자, 장합이 사마의 앞에 나서며 “도독! 제갈공명이 군사를 물리는 것은 군량이 떨어진 것 때문입니다. 어찌 그냥 두십니까?” “그것은 장장군이 잘못 안 것이다. 촉병은 군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지난 싸움에 노획한 것도 있고, 작년이 풍작이라 식량을 많이 가져왔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보리가 이미 익었으니 식량 걱정은 없을 것이다. 이대로 반년을 견디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금 퇴군하는 것은 우리가 전혀 응전하지 않으므로 계교로 유인하자는 것이다. 병사를 보내서 사정을 알아보자.” 하고는 초탐병을 보내어 공명의 동정을 살피게 했다.

 그러자 초탐병이 공명의 동태를 살피고 돌아와 보고하길 “촉병은 30리 허에 상거하여 진을 치고 있습니다.” “그럴 것이다. 내 예상대로 공명은 가지 않았다. 진을 지키되 가볍게 움직이지 마라.” 이렇게 사마의와 공명이 두뇌 싸움을 하며 10여 일이 지났다. 사마의는 답답한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다시 초탐병을 보내 알아보니 촉병은 다시 30리를 물러난 상태였다.

 장합 또한 이런 공명의 동태를 파악하고 사마의를 찾아와 “공명은 점차 한중으로 물러갈 모양입니다. 도독께서는 어찌 의심만으로 세월을 보내십니까? 제가 나가 싸워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장장군, 공명은 속임수가 많은 사람이란 걸 잊으셨소? 만약 차질이 생기면 군사의 예기(銳氣-날카롭고 세찬 기세)만 꺾일 뿐이오. 자중하시오.” “도독께서 공명 그놈을 두고 너무 소심하십니다. 제가 만약 패한다면 군령을 달게 받겠습니다.” “장군이 참으로 그렇다면 군사를 나누어 가서 사력을 다해 싸워보시오. 나는 장군의 뒤를 따라가 복병을 막아 주겠소. 장군은 내일 먼저 나가 길 중간에 진을 치시오. 뒷날 싸우게 되면 힘이 달리지 아니 하여 도움이 될 것이오.” 사마의는 어쩔 수 없이 장합의 출전을 명하였지만, 그래도 공명의 계교가 눈에 선한지라 장합에게 신신당부 하였다.


장합의 출병에 공명, 군사를 배치하다-------------------------------------------

 다음날, 장합은 대능과 함께 3만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기산에 설치되어 있는 촉군의 영채를 향해 떠났다. 사마의의 당부를 단단히 받았으므로 가는 도중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시간을 늦추며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무렵, 공명은 전서구와 세작을 이용해 사마의의 동태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세작이 보낸 전서구에 달려온 내용을 확인해 보니, 장합과 대능이 대군을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보고받고는 모든 휘하장수를 불러모았다. “드디어 장합과 대능이 3만 병사를 거느리고 우리쪽으로 오고 있다하오. 이제 내가 생각한 계책을 써야 할 듯 하오. 저들은 사력을 다해 싸우려 할 것이오. 그러니 그대들도 일당백의 다짐으로 싸우기 바라오. 나는 병사들을 매복시켜 두었다가 적이 돌아가는 길을 끊겠소. 누가 추격을 막겠소?” 공명은 그리 말하며 막사 안의 장수들을 둘러보았다.

 공명의 눈길은 위연을 향하였으나, 이상하게도 위연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평소 공을 원해 자주 선봉을 자처했던 위연이라, 내심 위연이 나서기를 바랐던 공명은 실망스러웠다.

 짧은 침묵을 깨고 한켠에 서 있던 왕평이 공명 앞으로 나서며 “제가 맡겠습니다!” “일이 잘못되면 대사를 그르치게 되오. 자신 있소?” “잘못되면 벌을 내려주십시오.” “그대의 충심은 갸륵하오. 하지만 적은 두 갈래 길로 나뉘어 쫓아올 것이오. 그렇게 되면 왕장군은 한가운데에 놓이게 되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앞과 뒤를 모두 감당할 순 없을 것이오. 또 누가 나서겠소?” “절 보내 주십시오!” 그러자 이번에는 장익이 공명을 바라보며 나섰다.

 하지만 공명은 다시 고개를 내저으며 “장합은 위 제일의 장수로 혼자서 만 명을 당해 내는 자이외다. 그대의 적수가 아니오.” 하고 말하며 장익의 정곡을 찔렀다. “죽기로 싸우겠습니다! 만약 패한다면 기꺼이 목을 바치겠습니다.” 그제서야 공명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장익장군은 왕평장군과 각기 병사 만 명씩을 데리고 가시오. 만일 장합이 쫓아오면 그대로 흘려 지나치게 했다가 그 뒤를 치시오. 만일 사마의가 뒤를 쫓아오면 각각 앞과 뒤를 맡아 싸우도록 하시오. 두 장군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되 한 치도 밀려서는 안되오. 그 사이에 나는 달리 계책을 세워 놓겠소.”

 왕평과 장익이 떠나자 공명은 강유와 요화를 불렀다. “그대들에게 금낭(錦囊-비단 주머니)을 줄 테니 삼천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산 정상에서 기다리다가, 왕평과 장익이 싸우는 광경을 지켜보도록 하시오. 두 장군이 위기에 처해도 절대로 구하러 가면 아니 되오. 그때 금낭을 열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런다음 공명은 다시 오반과 오의, 마충, 장의를 불러 각기 비밀한 계책을 일러 주었다. 네 사람이 떠나자 공명은 마지막으로 관흥을 불러 “너는 병사 오천을 거느리고 앞산 계곡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산 위에서 홍기를 보는 즉시 달려와 적을 공격하도록 해라.” 하고 명을 내렸다. 이로써 공명의 배치는 모두 끝났다.


장합과 사마의, 공명의 계교에 걸려들다-----------------------------------------

 한편 장합은 공명의 함정이 있는지도 모르고, 3만 대군을 거느리고 기산 방향으로 기세등등하게 달려오다가 촉병을 만나 한바탕 싸우게 되었다. 장합을 맞이한 촉병은 오반과 오의, 마충, 장의였다. 네 장수는 동시에 장합에게 달려들어 싸웠으나 견디지 못하고 결국 달아나게 되었다. 하지만 네 장수는 장합과 교전중에 달아났다가는 싸우고, 다시 달아나기를 계속 반복했다.

 장합은 그런 네 장수를 줄기차게 추격했다. 때는 염천(炎天- 몹시 더운 날씨)이라, 50리 가량을 쉬지않고 달리니 말도 사람도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지쳐 버렸다. 공명은 이런 싸움을 산 위에서 보고 있다가, 갑자기 홍기를 흔들었다. 그러자 관흥이 함성을 지르며 병사들을 거느리고 달려가 장합을 공격했다. 그러자 마충을 비롯한 네 장수들도 뒤돌아서더니 장합을 향해 함께 공격하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전방 두 갈래 길에서 촉병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 장합은, 하지만 조금도 기가 죽지 않은 채 대능과 함께 꿋꿋하게 싸웠다. 또한 장합이 거느린 병사들도 큰 군사이고, 대장이 솔선수범하며 싸우는 지라 열심으로 싸워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이때 위군의 뒤편에서 함성이 산천을 뒤흔들 듯 크게 울리며 두 갈래로 군마들이 달려와 위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왕평과 장익이 이끄는 무리들로 왕· 장 두 장수는 병사들과 함께 장합의 뒤를 끊어놓고 일제히 공격했다.

 이제 장합은 완전히 포위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장합의 기는 살아있어 수하 병사들을 향해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비장한 명령을 내렸다. “우리들은 적의 함정에 빠졌다. 살아 돌아가려면 죽기살기로 싸워야 한다. 목숨을 두려워하는 자는 제일먼저 죽게 될 것이다. 날 따르라! 오늘 크게 한번 싸워 죽어서도 길이 이름을 남기도록 하자!” 장합의 독한 영이 떨어지니 위병들은 각기 분발하여 힘을 합쳐서 촉군을 대항했다.

 그때 등 뒤에서 고각소리가 산천을 흔들며 사마의가 친히 정병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사마의가 친히 모든 장졸을 지휘하자 위병이 분발하여 오히려 촉병을 감싸버렸다. 촉의 왕평과 장익의 군대가 포위망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러자 순간 장익이 목청을 가다듬어 큰 소리로 촉병들을 향하여 “우리는 지금 승상의 말씀대로 위병에게 포위당했다. 그러나 승상은 따로 계책이 있을 것이다. 제장들은 분발하라! 조금만 견디면 승상이 우리를 도울 것이다.” 하고 큰 소리로 외치니 촉병들은 장익의 말에 힘이 솟구쳐 결사전을 각오했다.

 그리고 왕평과 장익은 공명의 분부대로 군사를 두 길로 나누어 대항했다. 왕평은 장합과 대능의 뒤를 끊고 장익은 사마의의 군과 맞섰다. 두 개의 머리가 새로 생기어 위병과 싸우는 고함소리가 산천을 뒤흔들었다.


공명, 강유와 요화의 금낭계로 위군에게 대승을 거두다-----------------------------

 이때 강유와 요화가 산위에서 바라보니 위병의 형세는 강대하고 촉병의 형세는 점점 약화되어 갔다. 이대로 두면 촉병은 완전히 궤멸될 것이 뻔했다. 이런 위기 앞에서 강유가 요화에게 “이 시점에서 승상이 주신 금낭을 열어 보는 것이 어떻겠소?” “맞소. 빨리 열어 봅시다.” 요화가 옳다고 찬성하여 금낭을 열어보니 공명의 계책이 들어있었다.

 ‘사마의의 군사가 와서 왕평과 장익을 포위하면 아군의 형세가 위급해질 것이다. 그러면 너희는 군사를 둘로 나누어 사마의의 본진인 위수의 영채를 습격하라! 이리되면 사마의는 싸우기를 포기하고 물러갈 것이다. 영채를 얻지 못한다 해도 크게 승리할 것이다.’ 이를 본 두 장수가 크게 기뻐하며 군을 둘로 나누어 사마의의 영채를 습격하러 떠났다.

 그 당시에는 사마의가 공명을 의심하여 많은 첩자를 곳곳에 심어 두었다. 이 첩자들이 강유와 요화의 진로를 확인하고 사마의에게 곧장 보고하였다. 보고를 받은 사마의는 장익과 싸우다 말고 여러 장수들을 불러모아 “내가 염려하던 일이 터져 버렸다. 나는 공명의 꾀가 많으므로 함부로 나오지 아니하는 것이 상책이라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전장으로 나왔더니 대사를 그릇치고 말았구나! 나는 이제 진지로 돌아갈 것이다.” 사마의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군사를 물려서 급히 철군하고 말았다.

 위병들은 갑자기 사마의의 군사가 철군하자 갈팡질팡하더니 순식간에 군세가 꺾이는 등, 크게 패하여 사방으로 달아났다. 그런 위병을 장익이 기를 쓰고 쫓았다. 이를 본 장합과 대능은 형세가 갑자기 외로워지자 급하게 병사들을 향해 “산골짜기로 달아나자!” 하고 크게 소리치며 산골 작은 길을 가려서 도망을 쳤다.

 촉병들은 처음에는 궁지에 몰렸다가 의외로 손쉬운 대승을 거두었다. 대승을 거두는 데는 관흥이 배후에서 군사를 이끌고 접응한 일도 일조하였으나, 가장 큰 도움은 역시 금낭계라 할 것이다.

 사마의는 1진이 거의 궤멸되며 겨우 진영에 당도하니 그때는 이미 촉병이 진영을 짓밟고 차치고 포치고 간 후였다. 사마의는 패잔병을 수습하고 보니 그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분김에 모든 장수들을 꾸짖길 “너희들은 병법을 모른다. 혈기만으로 말만 앞세워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의 젊은 혈기가 오늘날 이런 패배를 안겨 주었다. 앞으로는 혈기 방장한 객기를 믿지 마라!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마라! 누구를 막론하고 그런 객기를 부리고 설치는 자는 용서치 않을 것이다. 두 번 다시 명령에 불복하여 제멋대로 행동하는 자가 생기면 단호히 철퇴를 가할 것이다.” 그러자 모든 장수들이 부끄러워 고개를 떨구며 물러났다. 이 싸움에서 위병들은 무수히 죽고 다쳤다. 그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특히 군수물자를 잃은 것은 촉병의 사기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장포는 사망하고 공명은 충격에 병이들어 결국 철수하다------------------------------

 그러나 세상사란 늘 한번 오르면 언젠가는 내려가는 법이다. 공명이 겨우 허리를 펼 만큼 마음이 여유로워지는데 호사다마라 하던가? 공명에게 비보가 날아들었다. 지난 싸움에 중상을 입고 성도로 후송한 장포가 요절했다는 기별이 온 것이다. “아아! 장포가 죽었다고...! 먼저 갔다고! 젊고 새파란 나라의 기둥이 죽다니 너무나도 원통하다!” 공명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여 목 놓아 울었다. 그 설움이 너무나 격하여 결국기절하고 말았다. 의원이 서둘러 치료하여 깨어난 공명은 그때부터 몸이 쇠약해져서 기력을 찾지 못하고 눕게 되었다.

 공명이 병상에 누운 지 십여일이 되었으나 병이 호전되지 않았다. 생각다 못한 공명은 동궐과 번건을 불러 말하였다. “내가 정신이 혼미하여 군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겠구나! 일단 한중으로 철수하여 몸을 추스르고 다시 계책을 세울 테니 너희들은 이 사실을 발설치 마라. 만약 사마의가 알면 반드시 공격해 올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사이에 공명은 암암리에 군사를 철수시켜 한중으로 완전히 돌아가고 말았다.

 공명이 한중으로 완전히 철수한지 5일 째 되던 날, 사마의는 그때서야 겨우 공명의 철군을 알았다. “아아! 공명은 신인이다. 신출귀몰하는 재주꾼이다. 나로서는 도저히 미치기 어려운 상대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위수를 바라보며 몇번이나 탄성과 탄식을 늘어놓았다. 공명을 생각하며 그리한 것이다. 다음날 하늘이 맑고 위수의 물소리는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사마의는 정오가 되자 장수들을 불러 모아 영채와 각 애구를 지키라 단단히 이르고 장안으로 돌아갔다.

 한편 공명은 대군을 한중에 머물러 두고 자신은 병을 치료코자 성도로 갔다. 공명이 승상부에 이르자 문무백관들이 찾아와 문병했다. 후주도 친히 어가를 놓아 문병하고 어의로 하여금 치료케 했다. 다행히도 공명의 몸은 달포 쯤 치료하자 원래 상태로 회복되었다. 장포의 요절의 안타까움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집무를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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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diablo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8.31 지금도 중국에서는 멘즈<面子>를 대단히 중요시한다. 체면치례(體面致禮)와 비슷한 뜻인데, 당시 제갈근과 손권, 제갈각의 임기응변의 일화에서 출발하였다 하니, 재미있는 이야기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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