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AT의 기본적인 구성인 유성기어 세트의 구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행성시스템에 비유해 이름 붙여진 유성기어 세트는 선기어, 링기어 그리고 (유성)캐리어라 불리는 세 가지의 작동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 중 하나를 고정시키고 다른 하나를 구동시키면, 나머지 하나의 회전은 그 속도가 변조된 상태로 회전된다.
이들 사이에 속도가 어떻게 변조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을 레버 해석법(lever analysis)이라고 한다. 길이를 잴 때 자가 필요하듯이 유성기어 세트로 구성된 변속기를 해석할 때에는 레버 해석이 필수적이다. 레버는 막대란 뜻으로, 레버 해석은 막대를 이용해 해석한다는 의미다.
레버 해석법
<그림1>을 통해 캐리어가 고정된 상태(피니언이 제자리에서 자전만 하는 상태)에서 선기어를 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키면 피니언 기어와 링기어는 화살표 방향으로 회전함을 알 수 있다. 선기어와 링기어의 회전속도 비는 이들 사이의 반지름의 비에 반비례한다. 즉 링기어에 비해 선기어가 작을수록 이에 비례해 링기어는 느리게 회전한다.
이를 막대로 나타내면 <그림 2>와 같다.
<그림2>에서 수평한 막대에 왼쪽부터 순서대로 선기어, 캐리어, 링기어가 자리한다. 이 때 선기어와 링기어의 크기가 1:3이므로, 캐리어 위치로부터 선기어까지의 거리와 캐리어로부터 링기어까지 거리가 그 역인 3:1이 되도록 배치한다. 그러면 선기어와 링기어 사이의 거리는 4가 될 것이다. 각각의 작동요소 위치에서 수직으로 그려진 화살표는 그 작동요소의 회전속도를 말한다.
이제 캐리어를 고정시키고 선기어를 회전시킨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직선 ①과 같은 작동선이 그려지고, 링기어는 선기어와 반대방향으로 그 크기가 1/3인 화살표가 그려진다. 링기어는 선기어와 반대방향을 1/3 속도로 회전하게 된다는 말이다. 선기어의 회전속도를 입력이라고 하면 출력은 링기어의 회전속도이므로,‘출력/입력’으로 계산되는 감속비는 -3.0 이 된다.
링기어를 고정시킨다면 어떨까. 작동선은 직선 ②와 같이 그려지고, 캐리어 위치에는 선기어와 같은 방향으로 크기가 1/4인 화살표가 그려진다. 링기어를 고정시키고 선기어를 회전시키면 캐리어는 선기어와 같은 방향으로 1/4 속도로 회전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경우에 감속비는 4.0 이 된다.
만약 선기어를 고정시키고 링기어를 회전시킨다면 캐리어는 링기어의 3/4 속도로 회전할 것이고 따라서 감속비는 4/3이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요소를 고정시키고 어떤 요소를 구동시켜 토크를 나머지 요소로부터 전달받게 하는가에 따라 감속비가 여러 가지로 나올 수 있다.
회전력이 입력되는 요소를 입력요소, 출력되는 요소를 출력요소라 하고, 고정되는 작동요소는 반력요소라고 말한다. 고정되는 요소에는 반발력이 작용하는데, 변속기 내의 브레이크에 이 반발력 이상의 힘을 가해야 기어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를 브레이크가 담당해야 할 회전력이라는 뜻으로 담당토크라고 부른다. 브레이크는 기계적인 장치이므로 담당토크가 크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변속기의 내구성을 증가시키는 일이다.3단 자동변속기의 예
예를 들어 하나의 유성기어 세트로 자동변속기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링기어를 고정시키고 선기어를 회전시키면(선기어가 입력요소, 링기어가 반력요소, 캐리어가 출력요소로 하면) 캐리어의 회전속도는 선기어의 1/4 이 될 것이고, 감속비는 4.0이 된다. 반대로 선기어를 고정시키고 링기어를 회전시키면 캐리어의 회전속도는 링기어의 3/4가 될 것이고 감속비는 1.333 이 된다.
만약 선기어와 링기어를 동시에 회전시키면 가운데 끼인 캐리어 역시 같은 속도로 회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의 감속비는 1.0이 될 것이다. 즉 캐리어의 회전은 <그림3>에서 ①, ②, ③으로 나타낸 것처럼 될 것이다.
이러한 작동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엔진으로부터의 회전력이 선기어로 연결될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링기어에 연결될 경우도 있다. 이렇게 상호간에 연결을 잇거나 끊어야 할 경우에 사용되는 것이 클러치다.
자동변속기의 클러치는 회전하는 요소들간에 연결을 잇거나 끊는 점에서 엔진과 MT와의 동력전달을 잇거나 끊는 클러치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MT의 클러치가 마찰을 이용해 동력을 전달하듯 AT의 내부에 들어있는 클러치도 마찰을 이용해 동력을 전달한다. 이런 의미에서 클러치도 마찰요소 중의 하나다. 자동변속기의 클러치가 유압에 의해 작동하는 것은 브레이크와 마찬가지다.
하나의 유성기어 세트만을 갖는 단순한 변속기의 구조는 <그림4>와 같이 표시된다. <그림4>는 <그림1>의 유성기어 세트를 옆으로 본 그림에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연결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가운데 큼직한 기어가 선기어이고, 선기어의 아래위로 캐리어와 링기어가 대칭적으로 그려져 있다. 엔진으로부터의 회전력이 선기어 또는 링기어에 선택적으로 입력될 수 있도록 입력축과 선기어 사이 그리고 입력축과 링기어 사이는 클러치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또한 링기어 또는 선기어는 각각 고정시킬 수 있도록 변속기 케이스에 브레이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캐리어의 회전은 최종감속비를 결정하는 디퍼렌셜에 출력된다.
<그림4>는 입력축을 중심으로 상하 대칭적으로 그려져야 하지만, 너무 복잡해지지 않도록 중심 아래쪽으로 생략한 부분이 있다. 생략된 부분은 대칭적으로 파악하면 될 것이다. <그림4>의 변속기는 1단에서 선기어와 연결된 클러치가 작동(동력을 전달)하고, 링기어에 연결된 브레이크가 작동(회전을 정지)한다. 2단에서는 그와 반대로 링기어와 연결된 클러치가 작동하고, 선기어에 연결된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3단에서는 클러치는 모두 작동하고, 브레이크는 모두 작동하지 않는다. 클러치가 모두 작동하므로 선기어와 링기어는 모두 입력축과 같은 속도로 회전하고, 그 가운데 끼인 캐리어는 어쩔 수 없이 입력축과 같은 속도로 회전하게 된다.
위 그림에서 유성기어 세트 하나에 브레이크 2개 그리고 클러치 2개를 사용하면 3단 변속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조의 변속기는 사용되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감속비 제한이다.
유성기어 세트의 결합
<그림4>는 유성기어 세트 하나만으로도 여러 개의 감속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좋은 예다. 하지만 이러한 감속비는 근본적으로 선기어와 링기어의 크기 비가 정해지면 모두 결정된다. 이 경우 설계자는 다양한 엔진에 적합하도록 변속기를 설계할 수 없게 된다. 1단에서 좋은 성능이 되도록 선기어와 링기어의 크기 비를 정하면 2, 3단에서는 전혀 걸맞지 않은 변속기가 되어버릴 수 있다. 즉 유성기어 세트를 하나만 사용한다면 설계자가 결정할 수 있는 감속비는 하나밖에 안되어 엔진의 특성에 적합한 변속기를 설계할 수 없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두 개의 유성기어 세트를 결합하는 것이다. 현재 4단이나 5단 변속기의 대부분은 2개의 유성기어 세트를 결합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간혹 특별한 목적으로 3개의 유성기어 세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드문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