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국
南降/심현재
복도 끝 문에는
손자국 하나 남아 있었다
지워진 줄 알았는데
햇빛이 비스듬히 들자
그 자리만 먼저 드러났다
화분은 사라지고
물컵도 치워졌는데
문은 아직
열고 닫힌 날들을 품고 있었다
사람들은 떠날 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남긴다
의자에는 체온을
책갈피에는 시간을
문고리에는 손을
나는 한동안
문을 열지 못했다
열어도 없을 것을 알면서
손이 먼저 멈췄다
저녁빛이 복도를 건너간다
빛은 늘
조금 닳은 곳에 머문다
그곳이 가장 오래
만져진 자리라는 것을 아는 듯이
닳은 곳
南降/심현재
복도 끝 문 하나
여닫는 소리는
해마다 조금씩 가벼워졌다
창가의 화분은
빛이 오는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물컵은
늘 같은 자리에 놓여 있었다
계절은 몇 번 바뀌었으나
방 안의 오후는
좀처럼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문을 열 때마다
손은 같은 곳을 잡았다
금속은 차가웠고
차가운 것은
오래 만질수록 먼저 반들거렸다
어느 날부터
문은 열리지 않았다
복도에는
청소기의 바퀴 소리만 지나가고
창문에는
늦은 햇빛이 걸려 있었다
손을 뻗었다가
그냥 지나친다
문고리에는
아직도 닳은 곳이 있다
빛은 이상하게
그 자리에서만 오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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