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을 가꾸는 사람
南降/심현재
돌담은
돌과 돌이 맞닿아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틈으로 오래 버틴다
비가 스며들고
바람이 드나들고
이름 모를 풀씨 하나
자리 잡을 수 있는 곳
세상은 자꾸
빈 곳을 메우라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모든 것이 가득 차면
숨 쉴 곳도 없다는 것을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에도
밥상 한편을 비워 두셨고
아버지는
힘겨운 날에도
말끝마다 여유를 남겨 두셨다
생각해 보면
사람도 집도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금이 간 항아리에는
햇살이 먼저 들고
상처 난 마음에는
타인의 아픔이 먼저 깃든다
나는 오늘도
틈을 가꾸며 산다
조금은 부족하게
조금은 느리게
누군가 기대어 쉴 수 있도록
내 마음 한쪽에
작은 바람길 하나
남겨 두면서
2026,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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