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2026년 6월 15일 월] 우편 번호가 없는 계절

작성자보드미|작성시간26.06.15|조회수2 목록 댓글 2

 

 

 

우편번호가 없는 계절

南降/심현재

 

봄은 늘

수취인 불명으로 돌아왔다

 

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지만

 

편지를 쓸 만큼

정확한 주소는 알지 못했다

 

강변의 버드나무와

담장 너머 목련과

문방구 앞 햇살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정작 그 시절은

이사를 간 뒤였다

 

가끔 오래된 사진을 꺼내 보면

사람보다 배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라진 것은 얼굴이 아니라

그날의 향기였는지도 모른다

 

운동장 한쪽에 기울어 있던 오후와

저녁밥 냄새를 몰고 오던 바람과

아무 이유 없이 웃던 시간들

 

그런 것들은

어디에 살아 있을까

 

지도에는 없는 길을 따라

몇 번이나 마음을 부쳐 보았지만

 

계절은 늘

반송 도장만 찍힌 채 돌아왔다

 

우편번호가 없는 것들은

끝내 도착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도착했다는 소식만

우리에게 오지 않는 걸까

2026, 6, 15

 

 

빈집의 온도

南降/심현재

 

현관문을 열자

거실은 따뜻했다

 

며칠 전까지

누군가 살아 있던 체온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식탁 위에는

묵어가는 쌀이 있었고

 

냉장고에는

어머니가 사 두었던 반찬이 있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는데

방문을 여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아무도 없다는 것은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온도가 사라지는 일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햇볕은 창문으로 들어오는데

방 안은 좀처럼 데워지지 않았다

 

오래 앉아 있다가

이불 끝을 만져 보았다

 

수없이 펴고 개던 손길은 없고

구겨진 자국만 남아 있었다

 

저녁이 되어 집을 나서는데

불을 끄지 못했다

 

혹시라도

어머니가 돌아와

방문을 열 것 같아서

 

빈집에도

기다림은 살아 있었다

2026, 6, 15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보드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전주 집에 왔다가
    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방을 보며
    써본 글입니다
    한 주간도 즐겁게 시작하세요
  • 작성자디지털맨 | 작성시간 26.06.15 15일 월요일 서해상에서 동해상으로 이동하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드는
    전국이 가끔 구름 많겠고, 오후(12~18시)에 경북남서내륙과 경남서부내륙에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