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밖의 문장
南降/심현재
어느 날부터
말들이 집을 나가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대신
짧은 기호 하나 남겨두고
문장을 접어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뜻을 묻기도 전에
새 이름이 생기고
어제의 말은 벌써 낡은 유행이 된다
몇 번을 읽어도
뜻이 잡히지 않는 문장들
골목의 낙서처럼 번져가고
훈민정음 해례본 속 글자들은
말없이 책장을 넘기는데
화면 속 언어는
숨 가쁘게 갈아입는다
사라지는 말이 있고
태어나는 말이 있다
다만
천천히 건네던 한마디까지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은 원래
사람에게 가기 위해 만들어진 길인데
요즘은
길보다 표지판이 더 많다
2026,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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