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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Fate/stay night[Realta Nua]HF (31)결의

작성자Emiya 시로|작성시간07.12.28|조회수185 목록 댓글 3


「————하아」
   몸은 아직 무겁다.
   사쿠라를 위해 점심 식사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지만, 지금은 잠시만 누워서, 하여간 머리를 쉬게 하고 싶었다.
「————」
   이불에 쓰러져, 베개에 얼굴을 묻는다.
   ……안다.


   유예 따위, 그 날부터 없었다.
   이 이상, 문제를 뒤로 미룰 수는 없다.
   사쿠라에 대한 것.
   이후로 어떻게 할 것인지, 나는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에미야 시로, 지」
「누구냐——!」
   이불에서 뛰어 일어난다.
   목소리. 확실히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바로 가까운 곳, 이 방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윽」
   등골에 오한이 달린다.
   ……무서운 건, 거기까지 알고 있으면서, 목소리의 주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없다고 하는 거다.
「경계할 필요는 없다. 너를 죽이러 온 게 아니야」
   귓가에서 속삭인다.


   그 목소리.
   유창하면서 무기질적인 말투는, 해골 가면을 쓴 서번트의 것이다.
「어새신——」
   ……이런.
   아무리 은밀행동이 생업이라고 해도, 저택의 결계를 헤치고 숨어들어,

  누구에게도 눈치 채이지 않고 여기까지 파고 들어오다니——!
「…………. 죽이러 온 게 아니라고? 잡담이라도 하러 왔다는 거냐」
   등뒤의 기척을 살피면서, 복도까지의 거리를 잰다.
   온 힘을 다해 다다미를 차서 두 발짝, 복도에서 안뜰까지 굴러나가는데 3초.
   그 정도 시간이 있으면, 어새신은 나를 4번은 죽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면, 남은 살아남을 방법은 녀석의 이야기에 넘어가는 것밖에 없다.
「내가 아니다. 너와의 회합을 바라고 있는 건 마술사님이다」
「……? 마술사님이라니, 조켄 말이냐?」
「그래. 마토 저택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

  마술사님에게도 전투 의사는 없다. 네가 혼자서 향한다면, 마술사님도 너를 환영하겠지」
「————」
   ……어새신의 말은, 나름대로 신용할 수 있다.
   죽이는 게 목적이라면, 방에 들어온 순간에 나는 죽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건 조켄이 대화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이 어떤 것이고, 그 자체가 함정인지 어떤지는 사정이 다르지만——

   함정이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조켄과 1대1로 마주할 수 있는 찬스 같은 건, 이제 두 번 다시 없는 것도 확실하다.
   ……거기다, 이쪽에는 여유 따위 없다.
   함정이든 뭐든 조켄과 대치해서, 사쿠라의 각인충을 제거하게 할 뿐이다.
「……알았어. 나한테 할 이야기가 있는 거지, 조켄은」
「——좋은 선택이다. 그럼 서두르도록 해라. 나도 역시 언제까지고 라이더의 눈은 속일 수 없다.

  다른 자가 이 회합을 알아채면, 마술사님의 생각이 바뀌겠지」
「……흥. 나에게만 하는 비밀이야기라는 거냐」
   ……대답은 없다.
   합의를 얻은 이상, 이제 볼일은 없다는 거겠지.
   어새신은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척을 일체 내지 않고 사라진 뒤였다.


   ——에미야 가에서 빠져 나와서 마토 저택으로.
 
   온통 구름 낀 하늘.
   어둑어둑한 하늘 탓인지, 저택은 낮인데도 불길한 낌새로 가득 차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안에 들어간다.
   ……마토 저택에 들어가는 건 1년만이다.
   어렴풋한 기억을 따라 복도를 지나쳐, 1층 거실로 향한다.


「호오. 생각한 것보다 빠른 도착이군, 에미야 애송이」
「————」
   거실에는 조켄의 모습밖에 없다.
   어새신의 모습도, 그 검은 세이버의 모습도 없다.
   ……아무래도, 할 이야기가 있다는 건 사실인 듯 하다.
「음? 뭔가, 나와는 인사도 할 생각도 없나. 이거, 꽤나 미움 받은 듯 하구먼」
   조켄에게 살의는 없다.
   ……요컨대 얕보고 있는 거다.
   나 한 사람, 이제 와서 죽일 생각 따위 없다는 여유가 훤히 보여서 열 받는다.
「자. 초대를 받아들인 이상 너도 할 이야기가 있겠지? 그럼 앉도록 해라. 서로, 서서 끝낼 이야기는 아니지」
「——설마. 네놈이랑 할 이야기 같은 건, 서서 끝낼 수 있는 거잖아」
   ……덤벼들어서 때려눕히고 싶은 충동을 참고, 눈빛으로 죽일 생각으로 조켄을 응시한다.
   이쪽은 조켄처럼 적의를 숨길 수는 없다.
   사쿠라의 몸을 그렇게 바꾼 녀석에게, 조금이라도 경계심을 풀까 보냐.
「조켄. 이게 대화라면, 내 쪽에서 할 말은 하나뿐이다. 지금 당장 사쿠라를 해방해라」


   내 용건은 그것뿐이다.
   조켄이 거절한다면 그 뒤엔 싸울 뿐이다.
   이 자리에서 조켄이 어새신과 세이버를 불러도, 죽기 전에 이 요괴를 타도한다——
「사쿠라의 해방이라. ……흠. 아니,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말이지.

  유감이지만, 이미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네, 애송이」
   ——그러자.
   눈앞에 선 노마술사는, 진실로, 아쉬운 듯이 대답했다.
「——뭐라고?」
「내가 무슨 짓을 해 봤자, 그렇게까지 자란 그 애는 구할 수 없네.

  사쿠라는 이미 성배로서 기능하고 있지. 이 자리에서 내가 각인충을 제거해봐야, 그 애가 자멸하는 것에는 변함없지」
   잠깐.
   성배? 사쿠라가 성배로서 기능하고 있어?
   어째서 여기에서, 그런 단어가 튀어나오지……?
「잠깐. 사쿠라가 성배라니 무슨 말이야. 너, 사쿠라한테 대체 무슨 짓을 했어……!」


「뻔하지. 성배를 손에 넣어, 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손을 썼다.
   모든 건 우리들 마키리의 비원, 진정한 불로불사 된 혼의 물질화를 위해,

  10년 전의 싸움 그 때에, 나는 사쿠라에게 성배를 집어넣은 거지」
「뭐——성배를, 집어넣었어……?」
「그렇다. 10년 전 성배전쟁이 어떻게 끝났는지는 들었겠지.

 네 아버지, 에미야 키리츠구는 성배전쟁에 의해 완성된 성배를 파괴했다.
   싸움은 거기서 끝나고, 성배를 강령시키는 의식은 또다시 실패한 거지.
   하지만——전부 실패였던 건 아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성배는 완성됐지.
   그렇다면 그 파편. 부서져 흩어진 성배를, 그대로 버려두는 건 아깝잖나」
「————」
   머리가 급속하게 식어간다.
   즉, 이 남자는, 손녀인 사쿠라에게,
「그렇지. 회수한 성배를 집어넣은 거다. 하지만 나도 역시 그렇게까지 무도하진 않지.

   사쿠라가 인간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궁리는 했다.

   아무리 그래도 무기물을 몸 안에 집어넣어서야 괴롭겠지 싶어서 말이지, 성배의 조각을 생물로 바꿔줬던 거지」
「——생물. 그럼, 사쿠라의 몸 안에 있는 각인충은」
「성배를 촉매로 삼아 만들어낸 것이지.
   그것에 의해 육체는 혼을 받아들이기 위한 성배가 되어, 의식이 이루어졌을 때, 문이 되어 길을 잇는 도구가 됐다.
   아인츠베른이 만들어내는 성배를 흉내 낸 거지.
   뭐어, 나에게는 그들만한 기술이 없기에, 8할쯤 아류가 돼 버렸지만 말이지」
   커커, 하고 유쾌하게 웃는다.


   ……뭐가 아인츠베른의 흉내, 냐.
   이 녀석은 단지, 만들어진 완성품 조각을 주워서, 그걸 관계 없는 사쿠라에게 심었을 뿐이잖아……!
「……네놈. 자기는 성배를 만들 수 없다고 해서, 그런 방법으로, 인간을 재료 삼아서, 성배 흉내를 내려고 한 거냐……!」
「실험. 어디까지나 실험이다, 에미야 애송이.
   이런 것, 다음으로 이어지는 실험에 지나지 않지.

   사쿠라는 천천히, 수십 년 세월을 들여서 성배에 가까운 것으로 변모해갈 예정이었다.
   혼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기능을 가지면서, 어디까지나 인간으로서 살고,

   천수를 누리게 조정한, 마키리 류 성배의 실험작이 될 터였지」
「사쿠라가——실험작, 이라고……?」
「당연하잖나. 사쿠라는 그걸 위해 마토에 바쳐진 애다.
   마토에 딸을 준다, 라는 건 우리들의 비원달성의 초석으로 삼는다는 것.

   토오사카도 그건 알고 있었을 터. 그 녀석도 나도 목적은 마찬가지니까 말이지.

   불로불사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함께 야차라도 될 게다」
「불로불사, 라고……?
   그런, 그런 어이없는 이유로 사쿠라를 이용했다는 거냐, 너도, 토오사카의 아버지도……!」
「물론. 본디 이 땅에 일으킨 성배전쟁은, 그 자리에 이르기 위한 의식.

   그것 하나만을 위해 우리들은 손을 잡고, 나만이 지금도 꼴사납게 계속 살아가고 있지.
   마토의 후계자들을 써서, 아득한 미래가 될 비원달성을 위해서 말이지」
「하지만 운명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법이지.
   처음부터 “적응하지 않는 성배”로서 준비된 사쿠라는, 지금에 와서 놀랄 정도 성장을 이뤘다.
   거 참, 나도 늙었지. 설마 사쿠라가 그 정도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니.

    많은 서번트를 거두고도 자멸하지 않고, 마토 사쿠라의 기능을 남긴 채, 아직 살아남아 있지.
   ——그 모습은 그야말로 성배. 내 능력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다고 포기한, 아인츠베른의 성배 바로 그것이다」

 


「윽………………!」
   참을 수 없다.
   이 요괴의 헛소리를, 이 이상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참을성이 강하진 않다.
   나는, 조켄이 거느리고 있는 어새신에 대해서도 잊고,
「웃기지 마, 뭐가 성배냐……! 인간을 희생으로 삼은 것에 지나지 않는 걸, 잘난 듯이 성배라고 하지——!」
   격정에 몸을 맡기고, 쳐든 주먹과 함께 조켄에게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아니, 성배고 말고.
   애초에, 성배를 만들어내는 아인츠베른부터가, 이번 성배엔 인간을 쓰고 있지 않나」
「——, 에?」
   조켄은 히죽 웃으며, 내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인간을, 쓰고 있어?」
   ……발을 내디딘 몸이, 뒤로 휘청거린다.
   알고 싶지도 않은데, 그게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자신이 원망스럽다.
「그렇다. 네가 숨겨주고 있는 이리야스필도 역시 성배지.
   하지만 동류로 취급해도 곤란하다고? 여하튼 아인츠베른은 나보다 몇 배 질이 나쁘지.

   그들이 준비한 성배가 어떠한 것인지, 그건 본인에게 물어보도록 해라」
「————」
   ……쳐든 주먹이 내려온다.
   ……사쿠라만이 아니다.
   이리야까지 그렇다고 알게 되어, 조켄에 대한 적의보다 먼저, 어쩔 수 없는 후회가 몸을 지배해 간다.
「자, 네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지.
   그럼 슬슬 이쪽 차례다. 너를 부른 이유.
   그 그림자에 대해서, 의논하고 싶은 게 있다」
「뭐——」
   그림자에 대해서 의논해……?
   조켄이 말하는 그림자는, 거리의 인간을 습격하고 있는 “검은 그림자”를 가리키는 거겠지.


   하지만 그건——
「……무슨 소리 지껄이고 있냐. 그건 당신 편이잖아. 그런데 의논할 게 있다니, 우리들이 그걸 쓰러뜨리게 하고 싶다는 거냐」
   비웃음을 담아서 조켄을 노려본다.
「커커커, 이야 이해가 빠르군!
   그래, 나는 그 그림자를 어떻게든 해 줬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 힘이 필요한 거지, 에미야 시로」
「뭐——지, 진심이냐……!? 당신이랑 그 녀석은 같은 편이잖아……!?」
「같은 편……? 글쎄, 힘을 빌려준 적은 있지만, 그것에게서 힘을 빌린 적 따위 없지.
   무엇보다, 그것과 의사소통 따위 가능할 것 같나.
   나는 그저, 그것이 날뛰지 않도록 길을 닦아주고 있었을 뿐이지.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기 위해, 매일 밤 달래고 있었던 것과 비슷한 거지만……그것도 어젯밤부터 불가능하게 됐네.
   말했잖나. 이미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게 됐다, 라고」
「————」
   두근, 하고 심장이 경련한다.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게 됐다.
   그 말은, 누구에 대한 것이었나.
「——조켄」


「오오, 그랬지. 그 전에 그 그림자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됐지.
   음, 말하자면 그건 성배 안에 든 것이다.
   성배라는 것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만능의 가마라고 일컬어지지만, 우리들이 지향한 성배는 가마가 아니지.

  성배도 또 수단에 지나지 않네.
   아인츠베른, 마키리, 토오사카.
   이 세 가문이 지향한 것은, 완성된 성배를 써서, 밖으로 통하는 “구멍”을 여는 것.
   완성된 성배라는 것은,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이쪽 세계를 잇는 문이라고 생각하면 되네」
「……잠깐. 그럼 성배라고 하는 건」
「뻔한 거지. 마술사의 목적은 모두 근원으로 통하는 것.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흥미는 없다. 아인츠베른 역시, 성배의 완성만을 원한 자들이지.

  마술사로서 근원을 목표하고 있는 건, 지금은 토오사카 정도겠지」
「……뭐어 좋다.
   어쨌든, 성배라는 것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장치”에 이어지는 구멍이다.

   그 그림자는 거기에서 이쪽으로 새어 나오고 있는 거라서 말이지.
   본래의 성배——이리야스필이라면, 그런 상황이 되진 않지. 그 그림자는 성배의 모조품이 저지른 부주의다」
「아니, 식구의 수치를 입 밖에 내는 건 꺼려지지만, 교육이 부족했던 거겠지.
   그 녀석, 성배로서 성장한 건 좋지만, 제대로 문을 닫을 수 없는 듯 하네.

   그 부주의로 자신이 부서지는 건 괜찮지만, 다른 사람이 말려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
   곤란하구먼, 이대로 가면 내가 만든 성배가, 온 도시의 인간을 다 죽여버릴지도 모르지」


   어허, 하며.
   정말로 다른 사람 일처럼, 마토 조켄은 머리를 흔든다.
「————」
   본래 같으면 후려갈기지 않으면 안 되는 말.
   하지만 그 이상으로, 조켄의 말은, 이쪽의 감정을 얼려 간다.
「——그럼, 그 검은 그림자는」
   다름아니라,


「이미 깨닫고 있었지? 여하튼 그건 사쿠라의 그림자다.

   가까이에 있었던 너라면, 그것과 사쿠라가 비슷하다고 알고 있었을 터」
   마토 사쿠라, 바로 그녀인 건가.


「————」
   ……현기증을 견딘다.
   ……그 사실을.
   이미 깨닫고, 부정하고 있었던 관계를 받아들인다.
   그 “검은 그림자”가 무엇이든.
   그 죄는, 사쿠라에게 미친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
「——사쿠라는, 그걸」
「아니, 사쿠라 본인은 모르겠지.
   그것은 사쿠라를 통해서 나타나는 성배의 그림자.

    본래는 그러한 실체를 얻을 수는 없지만, 사쿠라라는 문을 통해서 출현할 때, 사쿠라를 원형으로 삼아,

   이쪽 편에서 쓸 육체를 얻은 것에 지나지 않지.
   성배는 사쿠라가 봉하고 있는 무의식을 빌리는 것에 의해, 그처럼 현계한 거지」
「솔직히, 나도 그건 예상 밖이었다.

   있을 수 없다고 부정마저 했지만, 날마다 힘을 늘려가는 이상, 이제 와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그건 의사를 가진 성배다. 그렇기에, 자신을 완성시키기 위해, 양식이 되는 인간의 혼을 계속해서 먹지.
   막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성배가 사쿠라의 무의식에 의해 태어났다면, 사쿠라 본인을 막으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고 사쿠라를 설득하려고 시도했지만 말이지, 그 그림자는 내가 사쿠라에게 다가가는 걸 저지하네.
   의사만은 없지만, 그 그림자는 사쿠라 자신이지. 사쿠라가 싫어하는 상대라면 그림자도 혐오하네.
   이미, 나는 사쿠라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마음대로 안 되지」
「……뭐. 그럼 당신은 사쿠라에게 다가갈 수 없는 건가?」
「음. 너희들은 사쿠라를 내 수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도 과거 이야기.

   사쿠라는 이미 네 것이지. 사쿠라와 떨어진 이 몸으로는, 그걸 다룰 수는 없네」


「………………」
   그건 좋아해도 되는 일이다.
   최소한 조켄은 사쿠라에게 손을 댈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몸 안의 각인충을 어떻게 하면——
「——잠깐. 당신, 사쿠라에게 아무 짓도 안 하고 있는 건가?」
「음, 안 하고 있다만」
「그럼. 그럼, 지금도 사쿠라가 괴로워하고 있는 건」
「그건 사쿠라 자신의 문제지. 나는 각인충을 쓴 적 따위 없네.

  사쿠라는 성배로 존재하는 것, 성배로부터 유입되는 힘 때문에 부서져 가고 있을 뿐이지.
   생각 좀 해 보게. “모든 소원을 이룰” 정도의 방대한 마력의 소용돌이가 있지.

   그 소용돌이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것을, 사람의 몸으로 받고 있는 게라고?

  사쿠라의 위약한 정신이, 그 분류를 견뎌낼 수 있을 리도 없잖나」
「뭐——그럼, 이대로 가면, 사쿠라는」
「성배로 존재하는 것에 견뎌내지 못하고 파열하겠지.
   아니, 사쿠라의 의식이 텅 비게 되면, 무의식을 빌리고 있었던 성배가 부상하지.

  사쿠라는, 자기 자신의 그림자에게 삼켜지게 되려나」
「이해했나. 여기서 나를 쓰러뜨리는 것도 헛수고.
   나를 쓰러뜨리면 성배전쟁이 종결된다. 그렇게 되면, 남은 건 성배가 기동하는 것뿐.

   성배로서 기동하면, 사쿠라의 정신 따위 손쉽게 흩어지겠지.
   사쿠라를 구하고 싶다면, 성배전쟁의 기한이 끝날 때까지 버텨라.

   대성배의 완성……문을 여는 시기, 라는 것은 그리 오래는 계속되지 않지.
   개시로부터 이미 10일. 과거의 예로 보건대, 앞으로 4일 정도 지나면 이번 싸움은 종결되겠지」
「——4일. 이대로 4일 지나면, 사쿠라는 살아난다는 건가」
「글쎄. 그건 네가 판단할 일. 오늘 아침 사쿠라의 용태는 어떠했나? 앞으로 4일 버틸 거라고 생각하나?」
「윽——버틸 거야. 그 정도, 당연히 버티지」


「과연 과연.
   하지만, 다른 인간은 그렇게는 안 되겠지. 어젯밤 사라진 인간은 몇 명인가? 오늘밤 사라질 인간은 몇 명이라고 생각하나?
   아니——앞으로 며칠 만에, 이 도시의 인간은 다 먹힐 거라고 생각하나?」
   노마술사의 물음은, 잘 들리지 않았다.
   이 남자는 즐기고 있는 건지 탄식하고 있는 건지.
   그 구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어질어질 흔들리고 있다.
   조켄을 쓰러뜨려도 해결되지 않는다.
   성배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사쿠라가 버티지 못한다.
   그 검은 그림자는 우리들의 힘으로는 쓰러뜨릴 수 없다.
   성배전쟁이 계속되는 한 도시 사람들이 희생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사쿠라를 구할 수 있는 건가, 하며 어금니를 깨문다.


   그런 나에게,


「——간단한 거다. 네가, 사쿠라를 죽이면 되지」
   잘 아는 걸, 분명하게 조켄은 말했다.
「————」
「그렇잖나? 이 이상 살려둬도 미래는 없고, 검은 그림자는 오늘밤도 사람들을 덮치겠지.

  그걸 막기 위해, 그 애를 지금 당장 죽여라」
   현기증이 난다.
「————」
「내 용건이라는 건 그거다. 네가 현 상황을 이해하게 해 주려고 해서 말이지.

  에미야 시로는, 가장 큰 재액을 보호하고 있는 거라고」
   구역질이 난다.
「————」
「나나 토오사카의 딸이라면 알아채겠지. 하지만 너라면 사쿠라는 기쁘게 목숨을 바칠 거다」
   호흡을 할 수 없다.
「————」
「——만인을 위해 악을 멸한다.
   알고 있겠지? 네가 에미야 키리츠구를 잇는다면, 마토 사쿠라야말로 네 적이다」
   사고가, 무엇 하나 기능하지 않는다.
   무엇 하나 대답하지 못하고, 엿처럼 흐늘흐늘 구부러진 복도를 걷는다.
   바닥을 밟는 발도, 벽에 댄 손도, 확실한 감촉 따위 아무것도 없었다.


   지독한.
   출구 없는, 일그러진 악몽 속에 있는 것 같았다.


   호흡을 잊은 채 밖에 나온다.
「너라면 잘못하지 않겠지. 사쿠라는 가엾지만, 이것도 운명이라고 포기해 줘야겠다」
   ……걷는다.
「——하지만 애송이, 손녀를 대신해 감사를 하마.
   그 애는 지금까지, 무엇 하나 자신을 위한 행위 따위 해 오지 않았지.

   아버지에게 버려진 자신을 저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언니처럼 만능을 원하지도 않고,

   그저 거기에 존재할 따름인 인형이었다」
   ……걷는다.
   ……걷는다.
「그 인형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안겼지. 이야, 필시 원하던 바겠지.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 너는 마지막으로 하나, 불쌍한 손녀에게 선물을 해 줬으니까 말이지」
   ……걷는다.
   ……걷는다.
   ……걷는다.
   사쿠라가 기다리는 집을 향해서, 무너질 듯한 발을 나아가게 했다.
   ——비탈을 내려온다.
   이대로, 평소 지나다니는 비탈길을 올라가면, 이제 에미야 가에 도착하고 만다.


   언제까지고 방을 비워둘 수는 없다.
   이유는 어떻든, 내가 한 건 조켄과의 밀회다.
   그걸 알려지는 건 토오사카에게도——자고 있는 사쿠라에게도 좋지는 않다.
   그러니, 둘이 내가 집을 비운 걸 깨닫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서, 그리고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 윽」
   위 속에 든 것이, 목까지 밀려 올라온다.
   나는 사쿠라의 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사쿠라가 어떻게 돼도, 사쿠라를 지키겠다고 했다.
   정의의 사자가 아니라, 사쿠라의 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건


   많은 목숨을 빼앗은, 그 참극을 되풀이하게 한다는 것이다.


「————」
   그건 할 수 없다.
   그것만은 할 수 없다.
   에미야 시로는, 그 맹세를 깰 수는 없다.
   그건,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 그 외의 무엇도 아니다.
   그 참극 속, 유일하게 살아남은 네가, 그 참극을 용납한다면.
   지금까지 너를 지탱해온 것이, 너 자신을 부정한다.
   어떠한 결말이든, 죽을 때에.
   그 죄를, 용서 받을 수는 없게 되겠지.
「————」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그 행위를 묵인했다는 것.
   오늘밤도 관계 없이 생명을 빼앗기는 자가 있다.
   그걸 알고도, 여전히, 그 원인을 죽이지 않는다면.
   그날 너는, 스스로 불을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네가 지금까지의 자신을 부정하고, 단 한 사람을 살리려고 한다면”
“——당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쿠라의 편인가요?”
   이건, 한 사람을 지킬 것인가, 한 사람 이외의 모든 사람을 지킬 것인가 라는, 그런 것.
   결국, 최후에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
   그 결단을, 나는 오늘밤까지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거실에 들어간다.


「어라? 시로, 지금 현관 쪽 복도에서 오지 않았어?」
   거실에는 이리야가 혼자서 앉아 있었다.
「응. 잠깐 밖에 나갔었어. 나 없는 동안,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도 없었는데. 안 돼 시로, 방에서 쉬고 있지 않으면. 시로 몸도, 사쿠라랑 비슷할 정도로 위험하다니까」
「응, Thank you. 하지만 뭐어, 내 쪽은 똑바로 천을 감고 있으면 큰일은 안 나니까」
「정말, 그런 소리 하고 있으면 간단히 쓰러져 버리——
   ——시로.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딱히,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니! 뭘 하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텅 빈 눈 같은 거 하고, 나랑 이야기하지 마!」
「아——」
   혼났다.
   ……그래, 그렇게 바보 같은 얼굴 하고 있었던 건가.
   당연히, 이리야한테 혼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미안. 고민해도 별 수 없는데도, 그만 생각에 빠져버렸어」
   붕붕 머리를 흔든다.
   이리야의 말대로, 텅 빈 채 있을 수는 없다.
   한심한 얼굴을 하고 사쿠라를 만날 수는 없으니까, 세게 기합을 넣어야지—— !
「응, 합격. 좋아좋아, 힘이 조금은 난 모양이네.
   자, 그럼 묻고 싶은 건 뭐야? 나라도 괜찮다면 힘이 돼 줄게, 시로」


「————」
   ……곤혹스럽다.
   이리야는 때때로, 굉장히 다정해진다.
   이쪽이 구제불능일 때 손을 끌어준 건 이걸로 두 번째다.
   이래서야 어느 쪽이 연상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 그럼 물어봐도 될까, 이리야」
「돼, 뭐든지 가르쳐줄게. 시로가 가르쳐줬으면 하는 건 어떤 거?」
「……성배. 아인츠베른의 성배에 대해서, 가르쳐줘」


「……그래, 알려지고 말았나. 시로한테는 알려지고 싶지 않은 게 둘 있었는데, 그 중 하나야, 그거」
「——이리야. 그럼, 에」
「응, 나는 성배야. 처음부터 인간이 아닌, 그렇게 만들어진 호문쿨루스」


   호문쿨루스——.
   연금술에서, 인간의 유전자와 몇몇 요소를 합쳐서 길러내는, 어미가필요없는 생명의 탄생법.
   정상적인 생식에 의해 태어나지 못했던 그것들은, 대개 육체적인 결함을 가진다.
   작은 체구. 단명. 일부 지성의 결핍, 생식기능의 결핍.
   사람의 형상, 사람과 같은 생명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과는 다른 그것들은,

   인간이 아니기에, 드물게 강대한 마술회로를 가지고 완성된다.
   생명체로서는 위약.
   하지만 마술사——아니, 마술회로로서 만들어질 때, 호문쿨루스는 인간을 크게 능가하는 힘을 얻는다——
「——뭐, 그런 거야.
   아인츠베른은 성배와 마스터, 양쪽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서 나를 길렀어.
   성배의 역할은 죽은 서번트의 혼을 회수하는 것.

   그것에만 특화돼 있으면, 별로 인간이라도 관이라도 스튜 냄비라도 상관없어.

    요는, 혼을 담는 그릇으로서 크기가 크면 되는 거니까」
   하찮은 듯이 이리야는 이야기한다.
   하지만——성배의 역할이 서번트의 회수라는 건 처음 듣는 말이다.
「물론, 회수라고 하기보다는 귀환이지만.
   서번트는 성배에 의해 소환됐어. 그럼, 쓰러진 뒤엔 성배를 통해서 돌아가는 게 도리잖아?

  이 도시에 있는 아인츠베른의 성배는 나뿐이니까, 본래 같으면 모두 내가 회수했겠지」
「……하지만, 나 이외에도 성배로서 기능하고 있는 녀석이 있었던 거야.
   깨달았을 때엔 캐스터랑 랜서를 뺏겨서, 끌어들이는 힘은 그쪽이 강해져 있었어.
   그래서 대부분의 서번트는 그 녀석에게 뺏겼지. ……아쳐만은, 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까 확실히 회수할 수 있었지만」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또 하나 있는 성배가 사쿠라다.
   이리야의 이야기로 추측하건대, 사쿠라는 이미 캐스터와 랜서……거기다 세이버와, 버서커까지 거둬들였다.
「서번트의 혼 4인분……하지만 이리야, 그런 거, 억눌러 둘 수 있는 거야?

  인간의 몸에는 혼 1인분밖에 들어가지 않잖아, 원칙적으로」


「그래. 그게 영령이라면 더욱 그래.
   클래스라는 껍질을 잃고, 순수한 “혼”이 된 서번트의 마력은 방대해.

   하나만 집어넣어도, 몸 안에 태풍이 생기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걸 최종적으로 7개 모으는 게 성배의 기능.
   거기에 “성배” 자체의 혼이 들어갈 여지 따위 없어」
「지금까지 준비됐던 성배가 혼이 없는『무기물』이었던 건 그 때문이야.

  성배의 기능은 영령의 혼 7인분을 수납해서, 그걸 통괄하고 관리하는 거지.
   ——거기에 필요 이상의 프로그램은 수행되지 않아. 성배의 인격 같은 건, 성배의 기능에 완전히 지워질 뿐이지」
「요컨대 말야, 시로. 성배가 완성되면 완성될수록, 인간으로서 필요한 기능이 사라져 가는 거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 서번트를 회수해서, 그게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제어를 위해 인간의 기능을 커트해 가지」
「손발을 움직이는 마력을 커트하면, 조금이라도 확실하게 혼을 제어할 수 있어.
   호흡을 하지 않으면 거둬들인 혼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도 않게 돼.
   인격을 형성하고 있는 부분을 전부 연산 쪽으로 돌리면 혼의 통합도 안정돼」
「그건 사쿠라도 마찬가지야. 성배가 돼 버리면, 이제 인간의 인격 따위 실행되지 않아.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그런 여유 따위는 없어지고 말아」


「……다만, 그래.
   나와 사쿠라의 차이가 있다고 하면, 나는 자신의 의지로 바꾸지만, 사쿠라는 그저 덮어 써져 갈 뿐이라는 거.

   불완전한 검은 성배인 사쿠라에겐, 거부권이 존재하지 않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이리야에겐, 감정이 일체 없었다.
   ……이리야는 그걸 알고 있었다.
   아마도 태어났을 때부터,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다.
   자신의 생명이, 그런 어이없는 것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건 있었다.
   단단하게 굳어진 가슴에 손을 대고, 하아, 하며 감사하듯이 하늘을 우러러본다.
「? 왜 그래, 시로? 나, 사쿠라는 이제 살아나지 못한다고 말한 거야?」
   안다.
   그건, 알지, 만.
「이리야랑 사쿠라는 둘이서 나누고 있는 거지. 그럼, 이리야는 아직」
「응?, 그래. 대부분 사쿠라한테 뺏겨 버렸으니까, 이리야로 존재하는 거에 지장은 없어.

   라이더랑 어새신. 그 둘을 거둬들여도, 인간으로서 필요한 기능을 잘라낼 필요는 없을까나」
   ……그래, 그게 위안이라고 하면 위안이다.
   이러고 이리야까지 없어져버리면, 나는, 누구 하나 지키지 못한 게 된다—


「에, 에, 시로……!?」
   문득 정신이 들자, 이리야의 몸을 껴안고 있었다.
   약속 따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뭘 바랐던 것도 아니다.
「시로……」
「————」
   이리야의 몸은 작아서, 세게 껴안을 수도 없다.
   그저 맞닿을 따름인, 일방적인 포옹.
   그 안에서——자신이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의 무게를, 확실히 손가락에 기억시켰다.


   오후 2시 전.
   늦어졌지만 점심밥을 해서, 사쿠라의 방에 가져다 주기로 했다.
「————자」
   에이프런을 벗고, 죽을 쟁반 위에 놓는다.
   심호흡을 한 번.
   그걸로, 완전히 마음을 동결시켰다.
   지금 상태로 사쿠라와 만나면, 자신이 무슨 말을 입 밖에 낼지 알 수 없다.
   그건 안 된다.
   내 동요를 사쿠라가 깨닫고 말면, 나 이상으로 사쿠라는 괴로워한다.
   그러니 실수하지 않도록, 감정을 얼려두지 않으면 안 된다.
   ……틀림없이, 이게 마지막이 된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그저 서로의 얼굴을 보기 위해 만나는 건 이게 마지막.
   그 귀중한 시간을, 하다못해 서로 웃는 모습으로 끝내고 싶었다.
「사쿠라, 깨 있니? 늦어졌지만, 점심 먹어」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간다.
   사쿠라는 자고 있었던 듯 하지만, 내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얼굴을 빛내며,


「——네. 와 주셔서 기뻐요, 선배」
   정말로 행복한 듯이, 평온하게 미소 지었다.


   ……시간이 흐른다.
   사쿠라의 몸은 회복돼 가고 있다.
   지금도, 그럭저럭 혼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는 돼 있고, 죽도 혼자서 잘 먹을 수 있었을 정도다.
   천천히 점심 식사가 끝나고, 별 거 아닌 이야기를 한다.
   식사를 해서 잠이 오는지, 사쿠라는 침대에 몸을 기대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것뿐.
   지금은 이미,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사쿠라는 정말로 건강한 것 같다.
   답답했던 호흡은 규칙 바르게 돼 있고, 볼도 붉은 빛이 돌아 생기가 넘치고 있다.
   이런데——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한다, 라는 말을 들어도 실감이 날 리가 없다.
「하지만 저, 감기는 그다지 걸린 적 없어요. 옛날부터 몸만은 튼튼해서, 드러누운 적 같은 거 없었다구요?」
   감기약은 싫다, 라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사쿠라가 얼마나 건강했는지를 설명한다.
   잘은 모르지만, 옛날부터 병 같은 것에 걸린 적은 없고, 감기가 걸릴 것 같은 조짐이 있으면 기합으로 낫게 했다나 뭐라나.
「기합이라니, 따뜻하게 하고 안정하고 있었다든가?
   ……아니, 그건 기합을 넣는다는 뉘앙스가 아니지. 뭐지, 감기 때문에 기합을 넣는다니」
「아, 아뇨……그건 저, 상당히 부끄러운 이야기라서 비밀이에요」
   에헤헤, 하며 사쿠라치고는 드문 멋쩍은 웃음.
   ……흠. 아무래도 나와는 다른 의미로, 사쿠라도 개구쟁이 지수가 높았던 모양.
「그러니까 감기약은 싫다기보다는, 신용할 수 없다고나 할까.

   먹는 약은 효능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거꾸로 불안해지지 않나요?」
「아?, 어릴 적엔 나도 그랬던 것 같아.

  쓴 걸 참고 먹었는데 안 나아서, 몸이 아픈 것도 열이 나는 것도 정체 모를 약 탓으로 돌렸었지」
   그렇죠! 라며 기쁘게 동의한다.
   ……그 웃는 얼굴을 보자, 사쿠라는 순조롭게 회복돼 가고 있고, 내일에라도 이전으로 돌아가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덮쳐왔다.


「————」
   ……그, 자신만을 생각하는 희망을 필사적으로 막는다.
   사쿠라는 낫지 않는다.
   좋아질 거라고, 전부 다 이전대로 될 거라고 믿고, 결단을 미룰 수는 없다.
「——있잖아, 사쿠라」
   그렇게, 차가운 현실을 납득시켰기 때문인지.
「몸이 나으면 말야, 사쿠라는 뭐가 하고 싶어?」
   가정 이야기.
   이쪽에만 편리한 미래 이야기를, 입 밖에 냈다.
「에……? 제가 하고 싶은 거 말인가요……?」
「그래. 사쿠라가 하여간 즐겁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든지 좋아.

  그저 물어보고 있을 뿐이니까,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불문에 붙인다는 방침으로」
「에——응?, 잠깐 기다리세요」
   사쿠라는 곤란한 듯이 시선이 허공에 떠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어쩐지, 이렇다 할 게 없는 것 같아요.
   별로 지금 이 상태 그대로 가도 괜찮다고 할까, 선배와 있을 수 있으면 그걸로 된다고 할까」
   얼굴을 붉히고, 멋쩍어하면서 사쿠라는 말했다.


「————」
   시야가 가늘어진다.
   사쿠라를 붙잡고 싶어지는 충동을, 얼린 마음으로 막는다.
“그 애는 지금까지, 무엇 하나 자신을 위한 행위 따위 해 오지 않았지”
   빌어먹을 할아범이, 해 오지 않은 게 아냐……!
   사쿠라는 모를 뿐이잖아.
   즐거운 것.
   정상적인 일상을 모르니까, 원하는 게 뭔지 알지 못한다.
   정상적인 행복을 모르니까, 이런, 사소한 걸 정말 소중한 듯이 생각하고 있다——


「……선배? 저, 왜 그러나요……?」
「에? 아아, 잠깐 생각 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얻어야 하는 것, 손에 넣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사쿠라는 여전히 모르고 있다.
   밖에서 웃지 않는 사쿠라.
   친구를 사귀지 않는 사쿠라.
   이 집과 마토 가밖에 모르는, 완전히 닫힌 좁은 세계.
   그걸——바꿀 수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뤄서라도, 나는.
「서, 선배……? 저, 역시 이상해요.
   ……왼손, 아픈 건가요?」
「아니, 그게 아냐.
   사쿠라. 이 어수선한 게 끝나면, 어딘가 먼 곳으로 가자.
   지금까지 어딘가에 놀러 간다든가 그런 일 없었잖아. 가끔은 멀리 나가서 떠들썩하게 노는 것도 괜찮아」


「————」
   사쿠라는 멍해져서, 나를 보고 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라서, 이게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 그런 침묵.
「결정됐지. 사쿠라는 어디에 가고 싶어?」
「에——아, 어디라니, 에에——」
   당황하며 곤혹스러워 한다.
   대답은 좀체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마지막엔 진심으로 원하는 소망을 찾았는지.
「……에에. 어디든지 되는 거죠, 선배?」
   주뼛주뼛, 사쿠라는 나를 올려다본다.
「괜찮아. 사람이, 그럴 마음만 먹으면 못 가는 데 같은 거 없어」
   진심으로 말한 건데, 사쿠라는 농담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사쿠라는 쿡, 하고 안심한 듯이 웃고,


「그럼 꽃놀이 같은 거 하고 싶어요, 저」
   그런, 작은 소원을 입에 담았다.
「꽃놀이? 꽃놀이라니, 그 꽃놀이?」
「네. 이 저택에서도 할 수 있지만, 있는 건 매실나무뿐이니까. 날씨 좋은 날에, 넓은 들에서 선배랑 꽃놀이 하고 싶어요」
「——그러니. 그건, 확실히」
   굉장히 즐거울 것 같다.
   다리 아래 공원에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봄을 맞은 나무를 보는 것도 좋다.
   즐거운 것 같은 건 산더미처럼 있을 터.
   그 출발이 꽃놀이라는 건, 사쿠라에게 정말 어울린다.
「——좋아. 그럼 약속이야. 사쿠라의 몸이 낫고, 이 어수선한 게 끝나면 둘이서 가자」
   사쿠라는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다.
   그런 약속을 하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렇다.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10년 전에 있었던 불 뒤로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의 행복을 꿈꿨다.
   객실을 떠난다.
   남은 건 작은 약속뿐.
   그건 사쿠라만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 4월만 되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소원은, 나 자신의 소원이기도 하다.
「————」
   얼린 마음으로, 따스한 환상을 그린다.
   언젠가 겨울이 지나고.
   새 봄이 되면, 둘이서 벚꽃을 보러 가자——

 

 


   ——그리고, 결단의 밤이 됐다.
   밤에 순회를 이젠 하지 않는다.
   토오사카는 오늘 하루, 보석검인지 하는 것의 모양 잡는 걸 줄곧 하고서, 피로하고 곤비하여 객실에서 쉬고 있다.
   그건 이리야도 마찬가지다.
   나와 토오사카와 이리야는 아무 말 없이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시간은 밤 10시.
   ……지금까지의 예로 보건대, 그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건 슬슬 지금쯤이겠지.
「————」
   소리를 내지 않고 일어선다.
   부엌에서 꺼낸 나이프를 손에 들고, 방을 뒤로 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소리를 내지 않은 채 문을 열고, 침대까지 걸어간다.
「————」
   사쿠라는 잠들어 있다.
   그것 하나밖에 알 수 없다.
   몸 상태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도 알아볼 수 없다.


   ——시각이 이상하다.
   눈앞에서 잠들어 있는 사쿠라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
「———, ——」
   현기증과 떨림을 억누른다.
   각오를 한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그 그림자는 도시에 나타나 사람을 습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직접, 그 그림자를 쓰러뜨릴 수단이 없다면, 여기서 사쿠라를 — 수 밖에 없다.
   비록, 그것이 사쿠라 탓이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누구나 상처 입는다.
   희생되는 사람도.
   그걸 막지 못했던 사람도.
   ……바라지 않으면서, 죄를 범하고 말았던 사쿠라 자신도.
「————, 」
   나이프를 쳐든다.
   입이 마른다.
   혀가 마분지가 된 것 같다.
   날붙이의 무기질적인 느낌에 한기가 인다.
   이, 날카로움만을 존재이유로 삼은 가는 널조각을,

   사쿠라의, 살아있는 인간의 목, 부드러운 살에 꽂는 광경을 이미지하자, 눈이 저렸다.
   발이 걸려 넘어져서, 깜박 지면에서 튀어나와 있던 일자 드라이버가 안구를 파고드는 듯한 느낌.
   실명할 것 같은 마비된 아픔은, 뇌막을 귤 껍질처럼 지익지익 벗겨 간다.


「————」
   감각이 정상이 아니다.
   나이프를 쥔 손가락은, 이상한 힘으로 반대방향으로 구부러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에 나오는 초능력 같다.
   개의치 않고 손가락에 힘을 넣는다.
「————」
   심장이 아프다.
   나이프를 쥔 손가락에 피가 배어 나온다.
「————, 윽」
   이빨이 서로 문질러진다.
   가슴 속에서 밀려 올라온 오열을 사력을 다해 삼킨다.
「———, 윽——」
   눈꺼풀이 뜨겁다.
   아래를 향하고 있어선 참을 수 없기에, 얼굴을 들고 분노를 억눌렀다.
   ……나이프를 내린다.
   그런 간단한 걸, 아무리 시도해도 할 수 없다.
   속이 울컥 치민다.
   정말로 정상이 아니다.
   이 상황까지 와서. 이런 짓까지 하고, 겨우, 자신의 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바본가, 나는」
   ……그렇다.
   답 따위 진작에 나와 있었다.


   그 비 아래에서, 사쿠라를 꽉 껴안았을 때부터, 치명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이 답은 결정되어 있었다.
“배신하는 거냐”
   생각해 내라, 라고 누군가가 말한다.
   너는 정의의 사자가 되는 게 아니었나.
   상반된 사고가 몸을 갈기갈기 잘라 무너뜨려 간다.
   ——사쿠라를 위해, 오늘밤도 많은 인간을 죽게 내버려둔 정의의 사자.
  본래부터 자신만을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 정의의 사자.
   ——믿는 것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잘라버렸던 키리츠구.
   사사로운 정만으로 누군가를 구하는 무력한 인간.


   10년 전의 화재.
   오직 혼자 살아남은 대가로, 두 번 다시, 그런 참극이 일어나게 두지 않겠다고 하며 살아왔다.
   지금까지의 시간.
   10년간 계속 믿어왔던 자신이, 멈춰선 자신의 가슴을 때린다.
   배신하는 거냐, 라고.
   눈앞에서 손쓸 방법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목소리를, 눈물 흘리면서, 오직 혼자 살아남으려고 했던 자신을 배신하는 거냐.
   ——그 속죄를.
   죽어갔던 그들에게 보답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고 매달렸던 마음을, 과거의 자신을 배신하는 거냐.
「그래———」
   사과해서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겉을 꾸며서 무시할 수 있는 죄도 아니다.
   내가 버리고 돌아보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이다.
   지금까지 믿고, 지탱해 온 것을 잃고, 살아가는 것이 거짓이라고 해도.
「———배신하고말고」
   나는, 지키고 싶은 것을 택한다.


   이 뒤.
   자신을 계속 속이며 살아가더라도, 거기에, 사쿠라의 웃음이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이 마음에 잘못은 없다.
   사쿠라를 필요로 한 자신.
   사쿠라가 필요로 한 자신.
   ——처음으로.
   많은 생명보다도, 한 생명을, 지키고 싶다고 소원했다.
「………………」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마비된 손가락에서 힘을 뺀다.
   망설이는 건 이걸로 끝이다.
   사쿠라가 눈을 뜨기 전에 방에서 떠나려고 쳐든 나이프를 내린다.
   ——그리고, 나이프를 내리려고 한 순간,


「선배. 어째서, 죽이지 않는 건가요」
   어둠 속에서, 사쿠라는 그렇게 말했다.
「——사쿠라」
   깨 있었던 건가.
   사쿠라는 누운 채, 몸을 떨며, 쳐들어진 나이프를 바라보고 있다.
   ……그 눈동자는, 그저, 괴로운 듯이 흐려져 있었다.
   내가 사쿠라를 죽이러 온 것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만들고 만 걸 사죄하는 듯한, 눈물 흘리기 직전인 얼굴.
「괜찮아요, 생각한대로 해도. 저, 자살은 무서워서 할 수 없으니까. 선배라면, 괜찮아요」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사쿠라의 목소리에는 애원과, 숨길 길 없는 두려움이 있다.
   몸은 작게 떨며,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을 바라보듯이, 머리 위에 쳐들어진 나이프를 필사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건.
   지금이라도 도망치고 싶어지는 자신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힘껏 짜낸 결의였다.
「————사쿠라」
   ……이런.
   이런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나는 코너에 몰려 있었던 건가.
   사쿠라가 떨고 있는 걸.
   잠든 척 해서 나를 살리려고 했던 사쿠라의 각오를, 어째서 처음에 눈치채지 못했나——!
「사쿠라, 나는」
「알아요. 선배가 고른 건, 틀림없이 옳아요.
   왜냐하면 잘못한 건 저니까.
   ……마지막이니까 말해버리지만, 저, 이제 언제까지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루가 어느 정도 긴지, 낮에 선배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건 언제 낮인지,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고 내일은 무슨 일이 있을지, 전혀 알 수 없게 되고 말았어요」
「그것만이 아니라구요? 저, 이상한 꿈을 꿔요.

  무서운 꿈이고, 항상 피범벅인데, 하지만 그게 즐겁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거 다 합쳐서 무서운 꿈이었어요」
「그 꿈 속에선 저는 나쁜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들로부터 많은 걸 빼앗고 웃고 있는 거에요.
   ……그게 무서워서, 계속 도와달라고 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죽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타인을 구해주지 않으니까, 타인이 구해주지 않는 건 당연하고, 이 꿈은 그저 꿈이라고 보고도 못 본 척 해 왔어요」


「……하지만, 아니었어요. 저는 그런 꿈을 바라고 있었어요.
   사실은 겁쟁이에 더럽고 약은 자신.
   다들 싫어서, 원망할 수밖에 없어서, 그런 꿈을 한 순간이라도 즐겁다고 생각한 제가 잘못이에요.
   꿈이 잘못인 게 아니라, 그런 꿈을 꾸는 저 자신이, 처음부터 있어서는 안 됐어요」
「선배. 저, 조금씩 이상해지고 있어요.
   이대로 가면 그런 꿈밖에 꾸지 않게 돼서, 선배도 알아보지 못하게 돼요.

  꿈속만이 아니라, 정말로, 다른 사람들을 죽이며 돌아다니는 악인이 되는 거에요」
「그, 그러니까——여기서, 부탁할 수 있나요.
   ……제, 제가 나쁜 제가 되기 전에, 선배의 손으로 끝내준다면, 그게——」
   그나마 나아요, 라고 사쿠라는 말하려고 한다.


   그걸,
「아, ——」
   떨리는 몸을 껴안아 막았다.
「————」
   감은 팔에 힘을 넣는다.
   ……이전에 이루지 못했던 포옹.
   그 때, 서로 맞닿을 따름이었던 팔로 사쿠라의 몸을 끌어당긴다.
   등을 쥐어뜯듯이, 있는 모든 힘으로, 사쿠라의 몸을 받아들인다.
「…………선배」
   ……사쿠라는 저항하지 않는다.
   죽는 게 무서우면서, 죽고 싶지 않으면서, 죽여달라고 빌었던 사쿠라는, 굳어진 몸을 점차 풀며,
「……안, 돼요. 틀림없이, 후회, 할 거에요」
   그날 밤과 같은 말을, 감사하듯이 중얼거렸다.
「……후회는 벌써 하고 있어.
   이후에 있을 일을 후회하는 게 아냐. 사쿠라를 지키지 못했던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계속 후회할 거야」
   ……조용한 오열.
   사쿠라의 팔이 어깨에 걸쳐진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뺨의 라인을 따라간다.
「——내가 지킬 거야. 사쿠라를, 내가 확실히 지킬 거야」
   서로 안은 채, 눈물 흘리는 사쿠라에게 말을 건다.
   ……그것 하나밖에 할 수 없다.
   지금은 그렇게 되풀이하는 것 외에, 서로를 용서할 방법이 없었다.
   그날 밤, 사쿠라의 편이 되겠다고 맹세했다.


   후회는 없다.
   이 선택에 이의 따위 제기하게 두지 않겠다.
   사과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건 한 사람뿐이다.
   ——사쿠라, 용서해주겠니.
   목소리는 내지 않고, 껴안은 팔로.
   ——내가, 나를 배신하는 걸.
   그렇게, 자신의 죄를 참회했다.


   ——문이 닫힌다.
   자신을 타일러 납득시키는 듯이 “지키겠다” 라고 되풀이한 소년은, 소녀가 잠든 걸 지켜보고 방을 뒤로 했다.
「………………, 아」
   남겨진 어스레한 어둠 속, 소녀——마토 사쿠라는 가쁘게 숨결이 흘러나온다.
   소녀는 결코 잠들어 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 이상으로 완연히 지친 그를 쉬게 하기 위해, 잠든 척을 했을 뿐이다.
   거기다——이제 이 이상, 잠들 수는 없다.
   자면 그 꿈을 꾼다.
   자신과 닮은 무언가가 사람을 죽이는 꿈을 꾼다.
   그게 무서웠다.
   어제, 어떤 꿈을 꿨는지 기억 못 하고 있다.
   어째서 밖에서 쓰러져 있었는지 기억에 없다.
   그래서——오늘밤 잠들어버리면, 그 때야말로 눈이 뜨이지 않을 듯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이상해져서, 자신을 꽉 껴안아줬던 소년을 배신하게 된다.
   소년은 자신을 버리고, 약하고 약은『마토 사쿠라』를 믿어줬다.
   지금조차 그 결단에 가슴이 상처 입는데, 자신이 그 꿈과 마찬가지로 되어서는, 이제 똑바로 그 사람과 마주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
   이제 전으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마음을 부숴버렸다.
   그러니 견뎌야 한다.
   자지 않고, 가능한 한 의식을 유지해서, 두 번 다시 그런 꿈은 꾸지 않겠다.
   이런 자신이라도, 지키겠다고 말해준 것이 있다.
   더러워도 비겁해도, 그 형체가 아직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마토 사쿠라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막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그거면 돼. 하지만, 이미」
   ……이미, 돌아오지 않는 것이 있다.
   앞으로, 아무리 살아도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했다.


“——내가 지킬 거야”
   희망도 미래도 없다고 알고, 그는 그렇게 되풀이했다.
   다시 돌아보면 눈물이 나온다.
   ……8분 전.
   그가 방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각오했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건 공기로 알 수 있다.
   지금 자신은 적의에 민감하다. 죽이기 위해 찾아온 누군가 같은 건, 잠들어 있어도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그 살의는 텅 비어있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서, 휭휭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고 있는 듯한, 가엾어서 보고 있을 수 없는 공동이었다.
   그래서, 이대로 죽자, 라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자신을 세워 주는 상대가 이 소년이라면, 그건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 요」
   하지만 역시 자신은 겁쟁이에, 나약했다.
   죽어도 좋다, 라고 생각한 주제에, 아무리 노력해도 몸은 떨림이 멎지 않았다.
   ——그리고.
   또, 자기만 생각하는 소리를 해서, 그 사람을 몰아넣은 것이다.
「————, 해요」
   껴안아줬다.


   그래도, 소년은 껴안아줬다.
   서로 이미 미래는 없다고 알고 있다.
   그 선택이 어떤 결말이 될 것인지, 알면서 껴안아준 것이다.
   소년에겐 결의한 듯한 느낌이 있었다.
   소녀의 죄도, 앞으로 소녀가 범할 죄도, 전부 함께 받겠다고, 끌어안은 팔이 고하고 있었다.
「윽……———, 해요, 선배——」
   그래서, 그게 슬펐다.
   그 사람은 그게 가능한 사람이다.
   그런 거,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다.
   ……황혼 속의 교정.
   언제까지고 달리고 있었던 낯선 누군가.
   포기해버려, 라고 속삭이는 목소리를, 힘내라, 로 바꿔준 먼 소년.
   그 때부터 소원하고 말았다.
   ——저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
   ——저 사람이 지켜줬으면 해.
   이유도 모르고 동경하고, 조부의 분부대로 에미야 가에 다니며, 주욱, 그 소망을 이뤄왔다.
“——내가 지킬 거야. 사쿠라의 편이 되겠다고 맹세했으니까”
「윽——으………!」
   그 결과가 이것.
   그 사람은 이제부터, 그저 부서져가기만 하는 인생을 보낸다.


「해요……미안해요, 선배——」
   자신이 동경하고 있었던 것.
   그 이유를 겨우 알았다.
   소녀에게, 소년은 아름다운 것이었던 거다.
   나약한 자신 따위와는 다르다.
   똑바른 모습 그대로, 계속 그대로 있어줬으면 하고 소원한 것.
「——그런데, 내가」
   ……그래, 생각해 냈다.
   지키고 싶었다.
   나는 저 사람을 지키고 싶었던 거다.
   황혼 속의 교정에서 찾은, 서툴고 곧은 저 사람을,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었다.
「——부숴, 버렸어」
   바란 것은 그것뿐이었는데.
   그런데도 어째서,
   우리들은 이렇게 돼 버린 걸까——


   ……그리고 나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끊겨 가는 시간 속, 그녀는 마지막 결단을 했다.
「거기 있지, 라이더」
   어스레한 어둠에 말을 건다.
「————」
   그녀 이외에 인간 따위 없는 공간에, 유귀처럼 여성 하나가 나타난다.
   마토 사쿠라의 서번트, 라이더이다.
「……역시. 내 호위를 하고 있었던 거야?」
「네. 그가 사쿠라에게 손을 댔다면, 제가 죽였겠죠」
「——」
   ……위험했다, 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숨을 쉰다.
   라이더는 주인의 수호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그녀의 판단기준은, 마스터인 마토 사쿠라를 죽일 상대인가 죽이지 않는 상대인가 뿐.
   그 예에 비추자면, 아까 여기에 있었던 에미야 시로는 틀림없이 라이더의 적이었다.
「……선배한테는 손을 대지 마, 라이더. 그 사람을 상처 입히면, 당신이라도 용서하지 않겠어」
「제 역할은 사쿠라의 수호입니다. 그가 당신의 적으로 돌아선다면, 그 때는 사명을 다할 수 밖에 없어요.

   당신이 어떻게 되든지, 저는 마토 사쿠라를 지킬 뿐이니까」


「……그건, 내가 자신을 잃게 돼도, 그렇다는 거야?」
   대답은 없다.
   그건 말해서는 안 되는 것, 마토 사쿠라가 두려워하는 최악의 사태다.
   ……그렇다.
   비록 에미야 시로가 마토 사쿠라의 편에 선다고 해도.
   마토 사쿠라가 에미야 시로를 적이라고 인식해 버리면, 그는 쓰러뜨려야 하는 “외적”에 지나지 않게 된다.
「……………………」
  
   몸을 일으키고, 소녀는 세게 주먹을 쥔다.
   ……라이더의 발언에 화내고 있는 게 아니다.
   소녀는 다만, 그 가정이 현실이 되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
「……사쿠라?
   뭘 할 생각인가요, 그 몸으로 마술행사를 해서는——!」
   라이더의 제지를 무시하고, 소녀는 왼손을 어둠에 쳐든다.


   마력이 달린 건 한 순간이었다.
   발광 뒤, 변화한 것은 소녀의 왼손뿐.
「사쿠라」
「……마지막 령주야. 부탁이야, 라이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선배를, 마지막까지 지켜줘」
   호흡을 흩뜨리며, 소녀는 마지막 명을 내린다.
   마토 사쿠라의 왼손에, 이미 령주의 빛은 없다.
「……할아버님은 내가 막겠어.
   이건 나와 마토의 문제야. ……이미 늦었지만, 이 이상 폐는 끼칠 수 없어」
   콜록거리는 가슴을 누르면서 소녀는 말한다.
   ……어둠에 빛나는 눈동자.
   그것은 약하디 약하면서도, 결의를 굳힌 마술사의 눈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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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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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FATE/Saber | 작성시간 07.12.28 요즘은 많이 올리시네요~ 읽는 저희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ㅎ
  • 답댓글 작성자Emiya 시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12.28 모든것은 독자들을위해서죠^^ 디플에선 보시는분들이 희소하지만,블로그엔늘160명이상의 독자들이게시답니다^^한200명분의 독자들이있기에 힘내는거랄까요^^
  • 작성자Artoria | 작성시간 07.12.28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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