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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Fate Hollow Ataraxia Ep.5:윤회

작성자Emiya 시로|작성시간08.03.07|조회수222 목록 댓글 3

밖으로 나가자, 라고 결정한 순간, 속이 메스꺼워졌다.

불길한 예감인가, 이미 알고 있는 사고에 대한 공포심인가.

이미 시간이 됐는데, 조금 겁먹고 있다.

「그럼, 마을의 상황을 보러 가지 않으면.」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미닫이에 손을 댄다.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뒤를 돌아보고, 방의 모습을 잘 기억해 두기로 했다.

얼어 붙은 밤이었다.

밖에 나온 순간, 다른 세계에 내던져진 듯한 기분이 든다.

에미야 저택만이 확실한 현실로서, 후유키 시는 환상처럼 흔들리고 있다.

“네놈도 사라져

네놈도 사라져

네놈도 사라져”

안개를 타고 짐승의 숨결이 들려 온다.

……마을로부터는 인간의 기색이 일절 느껴지지 않는다. 이 상황을 만든 것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마침내 꼬리를 드러냈다.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

「사람이 없어……이래서야, 정말로.」

모든 것이 멸망한 세계다.

눈에 비치는 민가는 죄다 망가져 있다.

부서진 현관.

깨진 창.

피로 물든 뜰.

안을 들여다 보면,

해체현장 그 자체다.

 

모든 게 이상하다.

특히 이상한 것은, 토막난 육편도 살해된 생명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하지만, 여기서 무엇을 했는지는 명백하다.

「」 미지의 감정이 뇌를 자극하고 있다.

분노와 혐오가 밸런스 좋게 섞여 있다.

나는, 아직 보지 못한 살육자를 증오하고 있다.

“보이지 않아

보이지 않아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누구냐. 너는 뭐야……!」

반향하는 숨결을 추적한다.

먼 울부짖음은 나에게 보내진 소리없는 소리였다.

전방위로 향해진 적의와 간청, 혐오와 선망.

기분 나빠서 구토가 난다.

“부러워 부러워 부러워 부러워”

먼 울부짖음이 포효로 바뀐다.

 

믿기 어렵지만 의심할 수 없다. 눈앞에는 먼 울부짖음의 주인이 웅크리고 있다.

「뭐야 이놈.」

어디선가 보았지만,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

앞으로 조금. 날짜가 바뀌는 순간이 되거나,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으면 생각해 낼 수 있을 터지만.

『 』

콰득콰득하고 삐걱거리면서 그것은 짖었다.

가청 지역외의 주파수. 인간에게는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리로, 그것은 확실히 꿈틀거리며 짖었다.

“혼자만이,

살아남을 생각이냐”

짐승이 머리를 든다.

나를 찾아내 삐걱삐걱하고 손톱을 울리며, 기어오듯이 덮쳐 들어 왔다.

 

「읏!」

뒤로 뛰어 흘려낸다.

짐승은 엉망진창으로 손톱을 휘두른다.

저런 절단기같은 손톱을 맞는다면 목숨은 없다.

나도 경험을 쌓고 있다.

세이버와의 대련에 비하면, 이런건 어린애랑 연습 하는 것과 다름없다.

맞을 리도 없는데, 짐승은 집요하게 반복한다.

일격마다 격렬함을 늘려 가는 검극은, 그야말로 끝이 없는 것처럼 생각되어

“혼자만이, 혼자만이, 혼자만이……! ”

토해내는 소리는, 그 만큼의 탁한 어둠을 깊게 한다.

「하 이런, 무심코.」

아직 충분히 피할 수 있었는데, 무서워져서 반격해 버렸다.

크게 휘두른 손톱을 옆으로 흘려내다가, 빈 옆구리를 전력으로 차버렸지만……

……역시, 큰 위협은 아니다.

정체 불명의 짐승은 그르렁그르렁 하고 괴로워하면서, 엎드린 채 일어서지 못한다.

 

“…………실현…해라”

「어이, 말을 이해 한다면 대답해. 마을을 이렇게 한 것은 너의 짓이냐?」

그럴 리는 없다.

이런 형태의 짐승과 만나면, 대부분의 인간은 무저항으로 살해당한다.

하지만 그것은 국지적인 일이다.

불과 1시간으로 온 마을을 무인지경으로 만든다, 같은 일은 이놈에게는 불가능하다.

“…………실현…해라”

「……알 수 없는 놈이군. 그런걸 묻고 있는 게 아냐. 나는 네가 누구인가를,」

묻고 싶은거야, 라고 외치기 직전.

 

「에?」 자신의 주위가, 그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 

“………! ” “………! ”

원한이 합창된다.

공원을 다 메우는 짐승의 무리.

……빌어먹을. 이만큼 늘어나 있었다면, 1시간이 아니라 20분으로 온 마을을 청소할 수 있다.

“…………! ” “…………! ” “…………! ”

……해일이 한발한발 밀어닥쳐 온다.

개미가 몰려든 시체, 가시로 가득찬 산에 떨어진 망자를 떠올린다.「…………읏.」

그 손톱으로 나는 갈기갈기 찢겨진다.

몸도 눈도 전두엽도 썩둑썩둑 꿰뚫려 죽는다.

 

합장.

그것은,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 ! ”

“………, ! ”

“…실현…해라! ”

아아 시끄러워. 죽일 거면 빨리 해라.

아까부터 병신같이 반복해대다니,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분명하게 말해

 

「모르시겠습니까?

그들은, “소원을 실현해라” 라고 말하고 있어요.」

 

「」

반사적으로 얼굴을 든다.

아름답게 울리는 은색의 목소리.

세계를 가득 메우는 짐승의 중심에,

 

사건의, 발단이 된 모습이 있었다.

「너.」

알고 있다. 나는 그 여자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1시간 후의 이야기다.

정합성이 맞지 않았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는데 모든 것을 막고 있는 답답함.

「하지만 당신은 실패했어요.

아직, 여기에 오는 건 일렀던 거 같네요.」

짐승의 무리가 덮쳐온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방문한다.

뭐 어디로 도망쳐도 같은 꼴이지만.

 

「사라지세요 죄인.

당신에게는, 이제 어디에도 있을 곳은 없어요.」

 

기도를 닮은 최후통첩.

소녀는눈꺼풀을 감고, 짐승들은 복음을 합창하면서, 에미야 시로의 육체를 해체했다.

 

눈을뜨면 항상 고통에서 시작된다.

햇빛이 비치지 않는 어둠의 구렁텅이에서 햇빛이 닿는 지상까지 떨어질 만큼의 거리.

어둠에서 빛으로. 산도를 지나 탄생을 찬양하는 과정과 매우 닮아있다.

너덜너덜한 몸. 죽음에 달하려는 몸에 간신히 불을 붙여서 또다시 이 세상에 의식을 깨운다.

「」 격통에 고통스러워한다.

되살아난 순간, 혈액의 순환, 뼈대의 연결, 신경의 접속, 내장의 운영, 온갖 생명활동이 “고통”을 낳았다.

「」

고통 받기 위해 살아 있다.

이미 불타버린 뇌수는 파손되어 있어도 그 나름대로의 정상을 모색해 아픔에 의해 재가동하는 기능을 획득했다.

즉. 이 몸은 고통이 있어야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이미 몇 백 명이나 증식한 자신이 바제트 위에서 휘저어지고 있는 느낌.

이제는 명확한 자기 따윈 없고 셀 수도 없고 구별할 수도 없어진 자신들이 질척질척하게 녹아간다. 

제로에서의 소생이란 건 그 정도의 대가를 필요로 한다.

그 혼탁.

이미 그 무엇도 아니게 된 감각에 고통조차 섞여 일체화 되어 간다.

이미 나 따윈 없다.

어째서 재생하는가, 어째서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가조차 먼 나라 이야기 같다.

무아의 경지.

이곳은 기쁨도 슬픔도 없는 영원히 결실을 얻지 못 할 무구의 낙토.

하지만.딱 하나, 그것이 고통스럽다.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 완성된 땅의 깊숙한 곳에서

어째서 난 아직 그렇게도 싫어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는 걸까

 

또 첫째 날이 시작되었다.

여자는 떠나고 나의 사랑스러운 마스터·바제트 양은 소파에서 잠들어 있다.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죽어있다.

이유는 명백.

교회를 눈앞에 두고 서번트 세이버에게 심장을 관통 당했기 때문이다.

언젠간 다시 숨을 토해낼 것이기에 무리해서 깨우려 하거나 묻을 필요는 없다.

나는 단지 그녀의 서번트로서 이곳을 지키고 있으면 돼.

「하지만 말이지-. 너무 지루하네-. 장난쳐버릴까-」

자신의 욕망에는 정직하게, 타인의 욕망에는 철저히 항전을.

나는 자기쾌락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번트이기 때문에 바제트의 시체를 범한다.

본래의 나라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범하면서 잡아먹어 정신 차려보면 그 시체를 방에 흩뜨려 놓았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마스터가 아니었을 때의 이야기.

하고 있을 때 눈을 떴다간 나중에 귀찮아 진다.

미움 받는 것도 살해당하는 것도 익숙하지만 울리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간단한 심심풀이를 시작해본다.

똑, 똑, 똑, 똑.

따닥, 따닥, 따닥.

초시계에 맞춰서 그림 판을 이동시킨다.

박자를 하나씩 늘려가는 타이밍으로 나름대로 진지하게 게임에 몰두한다.

 

「, 아」

소파에서 매력적인 호흡소리가 들렸다.

바제트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면서 적을 보는 눈으로 나와 대치한다.

「여어, 깨어났나 마스터.

설마 이번에도 기억이 애매하다, 라는 말을 하진 않겠지.」

「……기억은 확실합니다. 당신이 저의 서번트라는 것도 제가 이 저택을 은신처로 삼고 있는 마스터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예전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 제 기억이 불확실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좋아. 얘기가 빨라서 좋군.

뭐 그럼, 얼른 밖에 나가서 성배전쟁을 계속하자구.」

「……기다려요.

이 저택에 오기 전의 일은 애매합니다만, 그 후의 일은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와 당신이 적 마스터에게 패배해 살해당했다는 것도.」

「그것 참. 중요한 부분은 기억 못하는 주제에 어찌되든 상관없는 것들은 기억하고 있구만.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 지금 살아있으니까 됐잖아. 시시한 건 신경 쓰지마.」

 

「좋지 않습니다. 이런 부조리.어떻게그냥 내버려 둘 수 있나요.

……대답해요, 서번트. 우리들은 살해당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살아있는 겁니까?」

「어째서냐니, 되살아났기 때문이잖아. 뭐, 엄밀히 말하자면1일째의 밤으로 돌아왔다는 거지만 말이지.」

바제트에게 놀란 기색은 없다.

눈을 뜬 시점에서 그녀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순응력은 비범치 않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그 재능을 본인이 모르고 있다고 할까, 비하하고 있다고 할까.

뭐, 그 부분은 내가 이러쿵저러쿵 떠들 것이 못되지만.

「……흠. 그것이 사실이라면 제 서번트는 참으로 대단하군요.

죽은 자의 재생에 시간여행, 평행세계의 운영, 무의 부정, 어느 쪽이든 마법과 관련이 있군요.

당신이 그런 기적을 가능하게 만드는 영령이라고 말하는 겁니까.」

 

뭐야 그 표정.

전혀 안 믿고 있군. 그보다 바보로 보고 있구만, 틀림없이.

예~예. 그렇습니다. 그렇게 잘나신 짓은 저 같은 놈은 못 합니다요.

「뭐, 그 흉내를 내고 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군. 넌 죽어도 되살아날 수 있어.

  나와 계약하고 있는 한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누구에게 깨지든 이렇게, 이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거야.」

「……원리는 모르겠습니다만, 리셋……아니, 세이브하고 있다는 거군요.

  어떤 보구인지 짐작되진 않지만 어쨌든 당신은 밤이 되면 재생아니,

  죽었을 경우 살아있었을 때의 이 장소로 넘어와 버립니다.

그 결과 우리들은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죽음에서 부활한다는 이야기로군요.」

「운명에 개입·개찬하는 타입의 보구입니까. 확실히, 영웅이라 칭할 만한 힘이네요.

  이거라면 본인이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납득이 가는군요.」

납득 못하고 있었구만. 뭐, 그 정도로 꼴불견으로 당해버리면 정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지만.

 

「뭐, 그런 거야. 그러니까 안심하고 싸워주라구.

아아, 하지만 살해당할 땐 될 수 있는 한 밤이 좋아. 낮에는 그다지 기운이 안 나는 체질이라 말이지.」

「……. 재생의 조건은 밤이어야만 한다, 라는 거군요.

확실히, 그 정도의 약점이 없으면 너무나 강력한 보구겠지요.」

아니, 좀 틀리지만.

……뭐 상관없겠지, 최종적인 결론은 똑같으니까. 

「……좋아요. 한밤 중에만 행동하도록 하죠.

낮에는 이곳에서 잘 테니 당신도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건 삼가 해주시길.」

「오케-. 하지만 너야말로 낮엔 절대로 밖에 나가지마. 나, 낮에는 정말로 약하다구.

   마스터가 지켜주지 않으면 간단하게 살해당해버리니깐 말이야.」

「……알겠습니다. 뭔가, 굉장히 입장이 거꾸로 된 느낌이 듭니다만, 당신의 특성은 파악했으니까요.

 전투능력은 전무하지만 특수능력은 다른 타입에게선 볼 수 없는 거에요.

 전투는 제가 할 테니, 당신은 그 특이한 보구로 성배전쟁을 원호하기만 하면 됩니다.」

「우우. 그럼 나는 좋지만, 너무 극단적이지 않아, 마스터?

나라고 해도 조금은 싸울 수 있어. 서번트에겐 못 이긴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맘만 내키면 발을 묶어두는 정도는…」

 

「전의 그 결과로 말입니까?

  전투 면에 있어서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거기 있기만 하면 되요.」

「하아. ……편해서 좋지만 그럼 아무리 해봐도 이길 수 없다구.

   마스터한테서 서번트를 떼어놓는다는 것도 몇 번이고 잘 될 거라곤 생각할 수 없고 말이야.」

결과적으로 성배전쟁에 있어서 전투는 서번트를 쓰러트린다, 라는 것이 된다. 

서번트 타도 없이 마스터를 죽인다는 건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번트는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정말 내키진 않지만 힘을 빌려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아뇨, 마스터와 서번트를 떼어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서번트라면 제가 쓰러트리겠습니다.

흔들림 없는 자신감과 근거로 바제트는 단언했다.

「」 

……놀랐다.

웬만한 것에는 면역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건 등골이 오싹했다.

「그것보다 질문이 있습니다.

살해당했을 때가 밤이라면 몇 번이고 되살아난다, 라고 말했습니다만 그건 무언가의 대가가 필요한 겁니까?

예를 들면, 제 마술회로가 없어져 간다던가 당신의 보구에는 사용횟수가 정해져 있다던가.」

「응? 아니, 대가는 없어. 너한테 빼앗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지. 나의 속성은 허무.

 無가 있는 한 몇 번이고 되살아나.넌 안심하고 만족할 때까지 계속하면 돼.」

「……확인했습니다. 당신과 계약하고 있는 한 저는 지지 않는다는 거군요.」

 

그렇지. 뭐, 이길 수도 없지만 말이야.

「그렇게 되면 남는 문제는 하나뿐입니다만……

아뇨, 이렇게까지 좋은 조건인데도 그런 불만을 말하려 하다니 나도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뭐야? 갑자기. 달리 묻고 싶은 게 있는 거야?」

「으……. 그 쓸데없는 걸 묻겠습니다만,

  사망했을 경우 이렇게 재생할 수 있다는 건 멋져요. 반칙이라고 해도 좋을 특전이겠죠.」

「하지만, 그…

  재생할 때의 그 고통은 지울 수 없는 겁니까?

  아무리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라긴 하지만, 앞으로 또 그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생각하면, 망설여진다고 할까.」

「하? 뭐야, 그게. 너, 재생할 때 무서운 일이라도 겪는 거야?」

「무, 무섭다는 건 아닙니다……! 불쾌하고 기분 나쁠 뿐입니다!

……예. 그게 지옥이라고 불리는 곳인지는 모르겠어요.

 단지, 역겨울 정도로 더러웠어요.본래 죽은 자에게 의식은 없죠.

 일반적인 죽은 자라면 불쾌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의식이 있는 자에게 있어서 그곳은 최악의 시궁창입니다.」

 

「아아

그렇군.곤란한걸, 나는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데.

정신이 들면 여기 있다는 느낌이라서 말이야. 인간과 서번트의 차이점인가, 하지만 뭐.」

그 정도는 참아주셔야지.

뭐니뭐니해도, 원래대로라면 죽어있어야 하니까.

「그, 뭐냐. 너, 그건 너무 배부른 소리 아냐?」

「윽……아, 알고 있습니다. 말해본 것 뿐이에요.

재생의 대가니까, 그 정도의 고통 참아내 보이도록 하죠.」

「그래, 그래. 앞으로 몇 번이고 신세 져야 할 테니까, 이럴 때 참을성을 길러 놓으라구.」

「흥, 그렇게 몇 번이나 살해당하고 참을 것 같습니까.

   다음 번에 살해당하는 건 세이버의 마스터입니다. 내가 당한 것처럼 그 가슴을 꿰뚫어 보이죠.」

「아아, 이래야 내 마스터지.

그럼 뭐-, 그 의욕이 불타고 있는 사이에 성배전쟁을 계속하도록 할까.」

 

이야기를 끊고 현관으로 향한다.

솔직히, 성배전쟁 따윈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나도 당하고만 있는다는 건 성격에 안 맞는다.

빨리, 한시라도 빨리 적을 찾아서 죽이고 싶다.

난 나를 상처 입힌 녀석을 죽인다.

내가 상처 입는 걸 막지 않은 녀석을 죽인다.

계속 살아가는 인간을 죽인다. 이 눈에 들어오는 모든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 광기를 참을 수가 없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다.

「왜 그래. 가지 않을 건가, 마스터?」

토해낼 것 같은 심장을 삼키고 선 채로 바제트를 바라본다.

지금의 살기로 인해 떠올린 것인가.

바제트는 피로 얼룩진 민가에서 쏘아붙이던 때와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역시, 난 반 쪽짜리야. 가장 중요한 질문을 어째서 떠올리지 못했을까.」

어째서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떠오르지 않은 건,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답해. 너는 대체 무슨 서번트야.」

 

적의를 띈 질문.

그것에, 나는겨우 기다리던 연인을 만난 소녀처럼 싱긋하고 웃으면서,

「어벤져 복수의 서번트다.」

증오와 환희를 띄며 존재하지 않는 호칭을 고했다.

 

 

고속의 콤비네이션.

인간의 기술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오히려 적을 동정하고 싶어지는 오른쪽 스트레이트가 용서 없이 괴물의 두개골을 박살낸다.

이미 10마리 정도 되는 동료가 살해당했다는 것에 대한 복수인지, 새로운 먹이감이 뛰어든다. 

오른쪽 주먹을 내지른 직후의 틈, 움직일 수 없는 자세의 무너짐을 노리는 맹독을 띈 발톱!

가볍게 고개를 흔드는 것만으로 피하고 동시에 오른쪽 다리를 괴물의 머리 부분에 꽂아 넣는다.

심플&헤비 토마토나 다른 무언가처럼 날아가는 머리.

그걸 확인하지도 않고, 바제트는 등 뒤의 새로운 먹이감을 바라보고 또다시 필살의 타이밍으로 영격한다.

마치 칼날 달린 팽이다.

어떠한 방향에도 대응하고, 덮쳐오는 것을 베어버리고, 노리는 상대에 용서 없이 연격을 때려 넣는 단스·마카블.

「질려버리는데. 낄 곳이 없잖아, 나.」

바제트에게 눈길을 빼앗기면서도 이쪽은 이쪽대로 선전하지만 어찌어찌 한 마리 해체하고 있는 사이에,

바제트는 3마리 정도 분쇄하고 있었다.

분쇄라는 건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저 가느다란 발과 주먹으로 용케도 고기를 찢고 뼈를 박살낸다.

이야, 모르고 있었다. 인간의 격투기

술은 여기까지 향상되어 있었나.

주먹과 다리, 무릎과 발에 경화의 룬을 새긴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본이 되는 몸놀림은 “인간”이사용하기 위해서 짜여진 이론일 테지.

직감에 맡겨날뛰던 시절의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바제트의 기술은 인간들이 쌓아 올린 피와 땀의 유산이다.

그걸 익히기 위해 얼마나 시간을 들여 노력해 왔을지, 한창 때인 여자 아니, 성숙한 여성인데도 달리 배울 것이 없었던 건가.

없었겠지.그런 인간흉기에게 있어서 괴물들은 적이 아니다.

이미 사냥 당할 뿐인 순한 양. 무리를 잃은 사냥감과 마찬가지. 아 스케 씨, 이 정도에서 용서해 주세요.

그런데 스케 씨가 누구지?

 

「과연. 이것들이 당신이 말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들”입니까?」

후우, 하고 크게 숨을 쉬고 가죽장갑을 넣는 바제트.

믿을 수 없군. 20마리 가까이 있던 괴물을 박살내놓고 후우, 라는 한숨 하나로 끝냈어 이 인간흉기…!

「…사용마 계열인 걸까요.

지성은 낮고, 인간을 죽인다는 단일성능밖에 없지만 대량으로 사역하기엔 알맞군요. 

우리들이 모르는, 마스터가 아닌 8명째의 마술사가 있는 건 확실한 모양입니다.

…이런 사용마를 써서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습격하는 마술사 따윈 놔둘 수 없어요.당신은 뭔가 짐작 가는 곳 있나요?」

「엣, 나?」

「으-음. 마스터가 말하고 있는 그런 녀석은 몰라. 뭐, 어쩌다 만나지 않을까?」

여하튼 시간은 산더미만큼 있어.무슨 짓을 해도 끝나지 않으니까. 우연히 만날 수도 있겠지.

「…그러죠. 그리고 당신을 의심한 건 사과하겠습니다.

 마을의 이상은 이 괴물들의 주인의 소행이지 당신이 한 짓이 아니었군요.」

「상관없어. 죄를 뒤집어 쓰는 건 익숙해져 있고 나도 이 녀석들이랑 똑같아. 나보다 이 녀석들이 빨랐을 뿐이지. 

  이 녀석들이 마을의 인간들을 죽이고 돌아다니고 있어서 내 일거리가 전혀 없는 것 뿐이야.」

수고거리가 줄어서 편해지는 건 좋지만 역시 일거리를 뺏기는 건 좋지 않다.

나의 존재의식에 연관된다. 무직이 됐다간 살아갈 수 없지.

 

「그런 일은 관두세요.

  당신이 어느 곳의 영령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서번트인 이상, 일반인을 휘말리게 했다간 용서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아무도 안 죽였잖아. 아까 포장마차 형씨도 침 질 흘리면서도 보내줬다구? 

 어묵이랑 고기 먹고 싶었는데-. 하지만 명령 받은 것은 어떻게든 지키는 우수한 개.   자, 칭찬해줘.」

「그게 평범한 겁니다. 칭찬받을 만한 일이 아니에요.」 

  내 주인님은 참 엄하다. 언제 반발해 줘야 할까용.

 

「그것보다 이제 그만 확실히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당신의 보구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직 진명을 듣지 못했어요.

늦은 감이 있지만, 당신은 어느 곳의 영웅인 겁니까.」

「그런 건 맨 처음에 말했는데 말이야.

기억 못하는 네 실수라고 생각하지만. 그런가 아직, 기억이 애매한 건가.」

「그건 그렇군요. 이렇게 된 이상 숨겨도 어쩔 수 없겠죠.

 어벤져. 저는 당신과 계약했을 때의 일을 생각해낼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언제 회복될 지 모르는 기억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그래서, 간편하고 빠르게 나한테 한번 더 설명하라, 이 말이지?

그런 말을 해 봤자, 내가 알고 있는 건 네가 다 알고 있는 건데?

넌 나를 서번트로서 소환하고 계약했어.

정신이 드니 나는 그 저택에 있었고 너한테 개 목걸이 달려서 부려 먹히고 있다는 거지.

그 때 진명은 말했지만 뭐, 그다지 상관없겠지. 누구한테 들리든 별일 아니까.」

「별일이 아니라구요…? 그건 무슨」

「나, 내 이름이 없거든. 생전에 어떤 이름이었는지 몰라.」

「그런 말도 안 되는…?! 서번트인 이상, 당신은 영령입니다! 명칭 없는 영웅 따윈 존재하지 않아요…!」

 

「아, 그러니까 명칭은 있어. 나한텐 인간으로서의 이름이 없을 뿐이지.

  주위에서 부르던 명칭이라도 괜찮다면 가르쳐주겠는데 그걸로도 괜찮아?」

「…물론입니다. 계약했을 때 전 당신의 이름을 들었을 거에요.

그렇기에, 당신을 신뢰…아니, 성배전쟁을 해쳐나가기에 알맞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 제가 인정했던 명칭은 뭐라고 하는 건가요.」

「앙그라 마이뉴. 어딘가의 낡아빠진 풍습의 이름이야.」

숨겨서 뭐 어쩌리. 애초에 아까워 할만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냉큼 대답해줬다.

「앙그라 마이뉴 그런, 그 이름은…」

영웅의 이름이 아니라거나,

영웅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애초에 인간에게 붙여지는 이름이 아니라거나,

 

저 얼굴은 그런 반응이다.

마스터 님의 기분도 이해가 간다. 완전히 이름만 잘난 녀석이니까.

앙그라 마이뉴. 고대 페르시아에 있어 가장 강대한 악마의 명칭.

배화교에 있어서최대의 적대자 이자 인간의 선함을수호하는 광명의 신과 900년 간 싸웠다고 하는 악성의 용인자.

말해버리자면 악의 신이시다.

게다가 이 세상의 반을 긍정하는 스케일의 거대함. 그런 이름 붙여진 이쪽도 귀찮다구.

…나 참. 좀 더 작은 스케일로 책상이나 항아리의 신이었다면 …그것도 어울리진 않겠지만.

배화교는 이 선과 악 두 명의 신에 의한 대립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로 천사와 악마 이원론을 표현한 최초의 종교다.

그렇다곤 하지만, 난 천사 따윈본 적도 없고 악마하고 아는 사이도 아니다.

난 단지, 그런 가르침에 심취해있던 마을의 일원에 지나지 않고,

대수롭지 않은 구죄행위를 했더니 영웅 취급받아 죽은 후, 영웅으로써 받들어지게 된 녀석이라는 것 같다.

「착각하지 마. 그다지 신 본인이라는 게 아냐. 

  어쩌다 가지고 있는 속성이 그 녀석하고 가까워서 가명으로써 붙여진 것 뿐이겠지. 

  영령으로서의 격은 낮고, 알고 있는 대로 그다지 쓸모도 없는 3류라구.」

「그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변호할 일도 아니에요.」

 

하하. 태연히 신랄한 말을 하는구나 마스터.

「하지만 앙그라 마이뉴 아니, 내가 불러낸 서번트는 분명」

좀 더 다른 친밀감 나는 울림이었던것 같았다, 하고.바제트·프라가·마크레밋츠는 자문했다.

「…흐음. 친밀감 나는 울림 말이지.

뭐야, 너 나 말고 불러내고 싶은 영령이 있었던 거야?

나 같은 게 아닌, 좀 더 강하고 훌륭한 영웅을 부르는 게 목적이었다던가.」

「에아, 아뇨. 그런 건, 별로.」

아닙니다만, 하고 작게 덧붙인다.

뭐야 그 뻔히 들여다보이는 반응은.

마음에 두고 있던 상대가 따로 있다…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서번트까지 취향대로 가리고 있었을 줄이야!

쳇-. 나와의 계약은 대충 타협해서 한 거였구나. 난 꽤나 진지했는데. 뭐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재밌네, 그 얼굴. 너도 그런 얼굴을 하는군. 맥 빠지긴 하지만 뭐 예상대로야.그런데, 넌 어떤 남자가 취향인 거야?」

「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남성 취향 따윈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잖아요!

  전 단지 당신과 그 영령과의 차이를 생각하고 있던 것뿐입니다.」

「그러니까아, 그게 남자 이야기라는 거라구.

 사용마 같은 걸 보면 주인 취향으로 정해지는 게 일반적이니까 여자 마스터가 멋진 남자를 부르는 건 당연하잖아. 

  아, 뭐야, 그게 아니면 여자 영령이라도 부를 생각이었어?……그건 심각한걸. 설마 실속을 겸한 남장이었을 줄이야.」

 

「저는 그런 개인적인 감정은 넣지 않습니다. 당신과 계약한 것은 그것이 옳다고 제가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거기에 이성에 대한 감정 따윈 들어있지 않아요. …하지만, 오해를 부를 발언이었다는 건 인정하죠.

 당신 이외의 영령에게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봐, 그거, 그거. 거기까지 자백했으면 더 말해 달라구.

  닳는 것도 아니고 숨기는 일 없기로 하자. 그래서, 마스터. 너 애초에 무슨 영령을 부르려고 한 거야?」

「…불러내려 했다, 라는 건 옳지 않습니다.

저에겐 그 영령을 소환할 수 있다는 보증은 없었고 저 자신도 그의 존재를 믿고 있지 않았으니까요.」

말끝이 약하게 희미해진다. 옛 추억에 빠진 거겠지.

눈 앞에 있는 여자의 마음이 자신을 경계하는 듯퇴행한다.

「과연. 믿지 않는 영웅은 불러낼 수 없지. 하지만 넌 그 영웅을 만나고 싶었다는 건가?」

「…어떨까요. 부끄럽지만, 저 스로도 모르겠어요.」

 

「……아이였을 때였어요.

저는 그 무엇을 대해도 차가운 아이였습니다.

주위에서 말하는 『즐거움』이란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주 양친을 곤란하게 했죠.

……아버지는 말하셨죠. 넌 작업을 하는 듯이 하루를 보내는구나, 하고.

  면목없다는 눈을 하고 언제나 저에게 사과했었습니다.」

「부담을 짊어지고 있던 건 부모님들 뿐이었겠죠.

전 그런 아버지의 죄악감을 느끼지 못하고 지금과 똑같은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어요. 

추억의 대부분은 그런 아무렇지도 않던 날들입니다. …하지만, 딱 하나 몰두한 것이 있었어요. 

정말로 어째서 그것만이 특별했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집안의 서재에서 우연히 찾게 된 우리나라에선 어디라도 있을 옛날 이야기를 읽었을 때, 전 너무도 슬펐어요.」

「옛날 이야기라. 흐음, 그게…」

믿고 있지 않지만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누군가.

어린아이가 꿈에서 보고 성장함과 동시에 잊어버리는, 이 세상에서 수없이 폐기되는 환상인가.

「…예. 그 동화를 읽고 있을 때 만은 저는 또래아이들과 같아질 수 있었죠.

  어린아이의 마음에도 눈부시게 비췄던 어떤 영웅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결말은 행복한 게 아니었어요. 결코 칭송할만한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그래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용맹스런 이야기라고 말했지만 저에겐 이상한 이야기로만 보였죠.

 그 때 생각했어요. 내가, 그를 구원해주고 싶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이지만 만약 허락된다면, 그를 구원하고 싶다고 바래도 되는 걸까요, 하고.」

「…………」

보편적으로 인간에겐 “무언가를 구원하고 싶다”라는 욕구가 존재해 인정받고 있다.

여하튼 이런 나에게조차 있다.

어떻게 구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로 치더라도 그게 소원인 한 남에게 탓해질 일도 아니다.

하지만,구원하고 싶다고, 바래도 되는 걸까요.

그 당연한 걸, 어린 소녀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것을 『소원』으로 가진 바제트.

그런 소녀에게 유일하게 인정받은 옛날 이야기의 영웅님.

 

「하.」

뭐, 상관없지만, 이 아니지. 개자식, 다음에 만나면 죽여주마.

「욕심이 없구만. 그게 네 소원이라는 거야? 성배도 꽤나 싸구려취급 당했군.」

왁자지껄하게 웃는다.

실제로 꽤나 재밌다. 영웅이야기엔 성배이야기로 대항하는 거다.

「그, 그러니까 그건 어릴 적 이야기에요. 지금 말한 건 영령을 소환한다고 하면 누굴 고를까, 라는 이야기잖아요.

만약 그 영령을 불러낼 촉매가 있다면 저에겐 소환할 동기가 있었다, 라는 겁니다.」

「하하. 하지만 결국, 불러낸 건 나 같은 반 쪽짜리라는 거네. 마스터도 남자 운이 없구만!」

왁자지껄하게 웃는다.

정말이지, 이 녀석 남자 운 너무 없어.

「어벤져. 지금 제가 바라는 건 성배를 확보, 마술협회에 가지고 돌아가는 겁니다.

 저 자신은 성배에 걸만한 소원 따윈 없습니다.」

「알고 있어. 너, 그만큼 재주 좋은 인간이 아니까 말이지.」

애초에 없는 것엔 아무것도 걸 수 없다.

제로에는 뭘 걸어도 제로다.

「…. 다음은 당신 차례입니다, 어벤져. 저도 대답했으니 알려주세요.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헤에?」 

이런, 형세역전이다.

실은 마스터랑 같이 나도 성배에 걸만한 소원은 없다. 지금 내 스로 몰두해있는 거라고 해 봤자, 슬프지만 하나뿐이다.

「내 소원?

음-, 굳이 말하자면 그림을 완성시키고 싶다는 걸까나.」

케케, 이해가 안 된다는 낯짝하고 있구만.

이 후, 은신처에 돌아가서 하다만 퍼즐을 발견당해 좀 더 진지하게 대답하세요, 하고 혼나게 됐다.

「잠깐, 지금 강한 마력을 느끼지 못했나요?」

「미안, 마력감지 같은 거 안 가지고 있거든. 하지만 발신원이라면 봤어. 저 빌딩 옥상에서 무언가 빛났다.」

바제트의 반응은 빠르다.

다리 밑에 굴러다니고 있는 통을 짊어지고 따라와요, 라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센터 빌딩으로 뛰쳐나갔다.

어쩔 수 없이 바제트를 뒤쫓는다.

 

…하지만.

역시 신경 쓰이네, 뭐야 저거.

바제트는 통을 짊어지고 있다.

무기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방금 난전에서 발 밑에 놓고 싸웠었다. 

저렇게 재밌을 것 같은 짐이 눈 앞에 있어선 신경 쓰여서 참을 수 없다.

「저기-, 그거 뭐야?」

「……」

빌딩의 뒷문을 찾는 바제트. 보아하니,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

「저기-말이야-. 그거 뭐냐니깐-」 이쪽도 집요하게 물어본다.

「하아.」

성의가 통했는지 발을 멈추고 짐을 보이는 바제트.

관찰시간 약 1분.

바제트는 나에게 통을 보여준 후,

「자, 알았나요?」

「아, 알았어. 아마 티 셋트가 들어있을 거야.」

 

「……………」

아, 화났다.

바제트는 미간에 주름을 보이며 맘에 안 든다는 듯이 통의 뚜껑을 연다.

데굴, 하고 굴러 나오는 구슬.

크기는 육상경기의 포환 정도 무게도 비슷하겠지. 최대 5개까지 들어갈 듯하지만, 지금은 3개밖에 들어있지 않은 듯하다.

과연, 이렇게 내용물을 보면 확실해진다.

설마 이런 물건을 가지고 다녔다니 두렵구나, 바제트·프라가·마크레밋츠.

그런데.

「뭐야 이거?」

수께끼는 점 더 깊어지기만 했다.

「당신에겐 설명하지 않겠어요. 적어도, 티 셋트가 아니라는 건 아셨겠죠?」

구체를 넣고 다시 짊어지는 바제트. 신용할 수 없는 상대에게 비장의 수는 가르쳐 줄 수 없다, 라는 거겠지. 그건 그렇고

「힘 세네. 뭐야, 가슴이 무거운 만큼 어깨에 부담이 가서

근육이 생겼다던가? 쓰지도 않는 주제에 쓸데없이 크니깐 말이야, 네 그거.」

날카롭게 단련된 관찰안으로 객관적 진실을 늘어놓는다. 바제트는 딱하고 멈춘 후, 녹슨 인형처럼 천히 뒤돌아보고,

「재미있군요. 당신의 소탈함은. 때로 살의를 느낄 정도로 정확하고 용감합니다.」

좋은 긴장감이다. 마스터와 서번트는 이래야지.

이 긴박감, 어차피 살아 돌아가니까, 하고 이 틈에 죽이려 덤빌지도 모르는 살의였다.

 

빌딩 옥상에는 아무도 없다.

강한 바람소리만이 우리들을 맞이한다.

「…늦은 건가요. 확실이 누군가 있던 흔적인 있습니다만, 이걸로 발자취를 찾는 건 불가능하군요.」

뭔가 생각할 것이 있는지, 바제트는 옥상 난간에서 마을 내려다보고 있다.

난 뭐하고 있냐면

지면에 남은 피의 흔적을 발로 긁적긁적 지우고 있다.

여기는 신토에서 가장 높은 장소.

달은 조금 낮게 떠있어서 사다리나 계단이 있으면 손이 닿을 듯하다.

이미 대부분의 인간은 없어졌는데도 마을의 빛은 끊기지 않는다. 화려한 번영에 묻혀버린 도시를 바라본다.

지루하진 않다.특별히 감탄할 것은 있어선 안되지만 일단, 이 풍경엔 죄가 없다.

「어벤져.」

어느새 옆에 바제트가 와 있었다.

「뭐야. 뭔가 좋은 거라도 찾은 거야?」

「방금 전의 괴물을 몇 체 확인했습니다. 이 장소에서라면 신토에 있는 사용마들은 육안으로 발견할 수 있을 듯해요.」

생각에 잠긴 눈을 하고 있다. 마을 바라보고 있던 게 아니라 신토를 배회하는 괴물들을 노려보고 있었던 듯하다.

「그게 뭐? 여기서 하룻밤 내 관찰해서 사용마들의 주인을 찾겠다고?」

「현실적이지 않군요. 사용마들은 내버려진 듯해요.

주인 곁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듯하니, 여기서 관찰해봤자 본거지를 찾아 낼 순 없어요.」

「그렇겠지. 쓸 데 없는 일은 안 하는 게 좋지. 마스터가 현명해서 다행이야. 하지만 그리 말하는 걸 보니, 너…」

「어벤져. 전 저 괴물들을 제거하고 싶습니다.그러기 위해 당신의 힘을 빌려주세요.」

「」

역시 그렇게 나오셨나.

나 참. 성실한 우등생은 어쩔 수가 없구만.

못 참고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지는걸.

「일반인을 휘말리게 하지마, 라는 명령에 비하면 내 취향이지만 말이야.

 잘 들으라구 마스터. 너, 성배전쟁에서 이기는 게 목적이었잖아.

녀석들의 주인이 방해된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녀석들이 인간을 죽이고 다니까 제거한다, 라는 건 모순돼있어.

나쁜 아이가 되기로 했는데 착한 아이도 되고 싶다, 라니 그건 너무 자기 좋을대로 아냐?」

자, 나도 적의를 숨기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 살투가 벌어질 거라는 건 명백했다. 

손을 뒤로 돌리고, 애용하는 단검을 구현화한다. 

방금 전의 예감…한번 정도 죽일 맘으로 싸워보자…라는 게 10분 후에 실현되다니 예언자가 될 것 같군.

내 쪽에서 덤비는 일은 없지만 저 쪽에서 먼저 덤빈다면 응해준다는 게 내 방침이다. 

진심으로 유감이긴 하지만 한번 정도는 이렇게죽이는 것도 응?

「당신의 말 대로에요.확실히, 사람을 구하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작은 망설임.

그걸 현명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잘못되어 있는 건 바로잡고 싶습니다.알게 된 이상, 전 보고 나서 못본 체 할 수 없어요.」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여자는 말했다.

「……흐음. 그건 무슨 이유로?녀석들이 사람을 죽이는 게 나쁘다는 거야?

그걸 못 본 체하는 자신이 나쁘다는 거야? 

그것도 아니면,성배전쟁보다 사람을 구하는 쪽이 소중하다는 뜻?」

아마 그 모두겠지.

그렇기에 바제트는 얽매인 모순에 괴로워하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저렇게 괴로운 듯한 얼굴은 하지 않는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마술사로서의 모순된 자신을 억누르면서.

「옳다고 생각되는 행동에 이유는 없어요.

…아니, 이유가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옳다고 생각했다면.」

이유, 이익 같은 말을 방패로 삼아선 안 된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우와. 독선이구만-, 위험해- 그런 생각.」

「예.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듣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강한 태도로 나왔다.

그것이 그녀가 믿고 싶은 “옳은” 존재 방식이겠지. 반면, 지금의 바제트·프라가·마크레밋츠는 협회에 예속되어 있는 몸이다. 그렇게 어느 쪽도 하겠습니다, 라는 게 밸런스가 잡힐 정도로 튼하면 좋겠지만.

「뭐, 훌륭하신 사상은 좋지만 말이야, 굳이 거기까지 정의를 따라갈 필요는 없잖아. 그건, 원래부터 형태 없는 거다.

아무리 구애해도 맞은 편에서 돌아오는 건 없다구. 그것보다 좀 더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에 노력하는 게 좋지 않아?」

「…그러니까, 저도 마술협회에 소속해있습니다.저도 보답은 바랍니다.

그것과는 달리, 할 수 있는 한 옳게 있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지요.」

옳게 있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어째서인가.

 

그건

그 인간이 자신을 옳지 않다고 생각할 때다.

그렇기 때문에 옳은 행동을 해서, 더러운 자신을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보이려 발버둥치는 거다.

나 참.

「성실한 너 답군.간단히 말하면 덕이 높은 녀석이 되고 싶은 거구만.」

서투르고 꼴불견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이 인간은.

「…그럴, 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저에겐 이룰 수 없는 소원이죠. 저는 부수는 것으로 밖에 감사받을 수 없는 인간입니다.

인덕이란 건 다른 이에게 존경 받는, 다른 이에게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인간이 얻는 것. 

결코, 저에게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세상에 공헌하는 것.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덕 이다. 그녀는 부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만드는 손을 가지 못한 인간에겐 진정한 의미의 신뢰는 얻을 수 없다고, 그녀의 눈이 호소하고 있다.

「그건 오해라고 생각하는데.」

「아뇨. 저에겐 사재를 털어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도 할 수 없어요.

어디까지나 하나의 톱니바퀴로써 언제까지나 작은 개인으로 밖에 살 수 없습니다.

…그런 인간이 높은 덕 같은 걸 얻을 수 있을 리가 없겠죠.」

 

 

「설마…」

이런, 무심코 진짜로 열 받아 버렸다.

위험한걸, 진지해져 버린 걸까, 나.

「그것 만은 완벽하게 틀렸어. 돈으로 덕은 살 수 없어. 덕이라는 것은 영혼의 질이다.

그건 얻는 것이 아냐. 고통 받으면서 자신의 안에서 가꿔가는 거겠지.」

「」

아무리 왜소한 인간에게도, 아무리 무력한 인간에게도, 아무리 가치 없는 인간에게도. 

그건 탄생했을 때부터 모두 가지고 있는 평등한 기능.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에 의해 닦여지는 빛이다.

…선악의 구별 없이.

생물로써 높은 곳을 목표하는 자에게만 오직 자신만의 깨달음의 길이 열리는 것처럼.

「덕은자신의 가치는, 외적 평가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까?」

「아? 아니, 가치라는 건 외적 평가 전부지.그걸 위한 덕, 그걸 위한 자기단련이다.

 있는 힘껏 있는 체 해서 자신을 자신 이상으로 높이 평가해 주는 녀석에게 달라붙기 위한 파라미터야.」

내적 우주의 향상은 결과적으로 외적 우주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겉치레 잘하고 쓸함을 잘 타는 인간일수록 『좋은 사람』이길 고집하고 그 한심스러움을 부끄러워하는 거다.

미움 받기 싫다고 착한 이가 되려 하다니 자신은 왜이리 이기적인 걸까, 라고 하지만.

 

「그래도 괜찮잖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은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거야.

그 마음이 있는 녀석은 똑같이 분명 누군가를 인정해줄 수 있어. 

네 방침이 결국은 자신을 위한 거라고 하면 잘못되진 않았다는 거지.」

함께 즐거워지자, 라는 애정의 아름다운 점이 거기 있다.

아직 그녀는 그 경지에 달하지 못했고 죽을 때 까지 알 수 있을지 어떨지 의심 가지만. 

이 여자, 어쨌든 요령이 없는 거다.

그런 주제에 굉장히 재주가 좋아서 이렇게 뭐든지 할 수 있게 돼버렸다.

철면피에 부정적.한결같이 길을 돌아가는 자기개혁. 

잘못되어 있다고 알고 있으면서 별거 아니라고 불평하면서, 바둥바둥 발버둥쳐 밝은 쪽으로 나아간다.

아나는, 그런 인간에게 협력한 건가.

「……그.

당신답지 않게 좋은 말이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이후의 방침에 불만은 없다, 라고 해석해도 괜찮겠습니까?」

「아. 괜찮잖아. 정의 편이라는 것도? 

기분 좋을 것 같고 가끔은 불합리한 죽음으로부터 인간들을 지킨다는 것도 나쁘지 않아.」 

정의 편이라는 울림엔 구역질 나지만 여기선 그게 가장 적절하겠지.

「…의외군요. 정의라는 말.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말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싫어. 하지만, 그런 방향성은 좋아하거든.」

「예?」

왜냐면 하는 일은 변함없으니까.

우리들은 밤 거리를 배회, 다른 마스터들을 죽이고 그 괴물자식들을 죽인다.

우선순위가 똑같아졌을 뿐이다. 아직 충분히 내 범위라고 할 수 있지.

후유키에는 아직 충분한 생명이 있다.

마스터가 만족할 때 까지 잔이 마를 일은 없다.

죽음을 모르는 우리들은 승리를 알지 못한 채, 패배만을 넘나든다.

「그래, 네 기분이 족할 때 까지 하자구, 마스터. 무슨 일이라도 경험이야. 질릴 때까지 즐기도록 해.」

혼자, 휘몰아치는 바람을 헤아린다. 가장 하늘에 가까운 이 탑에서 보면 마을의 불빛들은 마치 환상처럼 느껴진다.

성배전쟁은 언제까지나 계속되어 간다.

내 살인은 언제까지나 계속되어 간다.

아마도, 당장 내일에라도 우리들은 다른 마스터에게 패배해 또다시 되살아나겠지.

 

그 때까지, 바제트가 방침을 바꿀 때까지, 한동안 어울려 주자.

이곳은 멀고도 깊은 허무한 하늘. 얻을 수 있는 것 따윈, 어차피 모두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너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하자구, 마스터.무슨 일이든 경험이야. 질릴 때까지 즐기면 돼.」

그렇게 말하며, 서번트는 나에게서 시선을 뗐다. 

어떤 심경의 변화인지, 저 가벼운 입을 놀리지 않으며 얌전하게 야경을 바라보고 있다.

…서번트, 어벤져.

7개의 클래스에 해당하지 않는 클래스지만, 성배전쟁은 때로 예외를 낳아 왔다고 한다. 어벤져도 그 중 하나겠지.

복수자를 의미하는 영웅이라고 하는 것은 모순되어 있지만, 애시당초 앙그라 마이뉴라고 하는 명칭 그 자체가 이상하다. 

영웅 중에서는 태어날 때 붙여진 이름이 아닌 뒤에 얻은 호칭으로 기록되는 자도 많다. 

내가 그에게 말했던고향영웅의이야기도 그런 예의 하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앙그라 마이뉴란 울림은 지나치게 불길하다.

언젠가 그 불길한 이름이 아닌 태어날 때 받은 이름을 듣지 않으면.

내려다 본 거리에는, 군데군데 어두운 그림자가 배회하고 있다. 원경의 룬을 써도, 여기에선 신토의 상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후유키를 둘로 나누는 미온 강. 대교를 넘어 앞의 미야마 쵸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직접 걸어서 돌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저 검은 괴물은, 미야마 쵸에도 잠복해 있겠지.

…저 괴물은, 어떠한 술식으로 사역되는 사용마인가. 협회에서도 저런 타입의 사용마는 본 적이 없다.

이상하게도 통솔이 잡혀있고, 지성이 없는 듯하면서도 목적같은 것이 숨겨져 있다.

전투능력은 나름대로 높다. 대형의 수렵견, 야생화한 원숭이를 인간형으로 증폭시킨 듯한 것이다.

 

전투경험이 없는 인간이라면 저항도 못하고 즉사,

무술, 스포츠로 10년이상 단련되어 온 인간이라면, 조건이 좋다면 몇 초정도 항전은 가능, 내지는 도망칠 가능성도 있겠지.

하지만, 어쨌거나 수가 많다.

덧붙여서 저런 형태다. 생리적인 혐오감을 부르는 모습, 드러난 날붙이 그 자체인 손톱, 나무껍질같이 단한 몸

다수의 저것이 인간을 습격한다면, 화기라도 없는 한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다.

 

거기에,

「」 …저 울부짖음이 너무도 불쾌하다.

용감한 짐승의 포효와는 전혀 다른, 듣고 있기 힘든 쇳소리.

음지에서 무리를 짓는 해충이 발성기관을 가지고 있다면, 저런 비명소리를 울릴 것임이 틀림없다.

그……어벤져는 저 소리가 신경쓰이지 않는 듯하다.

아까의 전투도, 경박하게 작업을 해나가듯이 괴물들과 싸웠다.

애시당초, 그의 실력은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칭, 최약의 서번트란 말은 올바르다.

……올바르지만, 영령이기도 한 자가 그 정도의 피래미에게 고전하다니 사기가 아닌가.

「사기가 아니겠지. 첨부터 최약이라고 단언했으니까.」

「기다려요. 당신, 제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까?」

「못 읽어. 그런 식의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말해봤을 뿐이야.

  뭐, 읽었다면 필시 재밌었겠지. 너는 내용물과 외견이 끝내주게 짝이 안맞으니까.」

무례하게 서번트는 웃는다. 이 남자의 이런 야비한 점이 나에게는 너무도 안맞는다. 약하고. 입만 살았다.

세이버에게의 복수전은 내가 철저해지는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렇게 나쁜일 투성이인 것은 아니다.

이 서번트는 죽지 않는 것에 관해서는 특화되어 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니까 애시당초 “죽일 수 없다”지만, 이런 마음의 여유가 있으니까, 방어전은 터무니 없을 만큼 뛰어나다.

방금 전의 난전. 나는 적의 포위망을 초단위로 하나씩 붕괴시켜 가면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는 둘러쌓인 채로, 내가 응원으로 급히 뛰어갈 때까지 버티고 있었던 거다. 

이기지는 못하지만 지지도 않는 전투 스타일.

그것은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의 전투방침과 뛰어나게 상성이 좋다.

순간, 강한 바람이 지나갔다. 시계의 구석, 곁에 선 서번트의 머리카락이 길게 깔린다.

「에?」

황야에서 불어올라오는 바람을 맞는, 원시의 기도사.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받아들여, 함께 살고 함께 멸망해가는 순박한 모습을 환상으로 봤다.

「어벤져, 방금…」

「슬슬 가자구. 녀석들이 떼지어 몰려있는 장소는 파악했잖아? 저래뵈도 생물이니까, 박살내면 기분 째진다구.」

…착각이다.

어벤져는 괴물들이 모이는 곳을 찾고 있던 것 뿐이다.

「아. 그래, 어렵게 생각하는 애가 아녔지.

히, 너도 사람이 나쁘구만, 마스터. 결국말야, 눈에 띄는 적은 전부 죽인다는 이야기잖아.」

흉악한 날붙이를 솜씨좋게 휘두르면서, 그는 가슴 깊이 쾌락을 느끼는 듯이 입가를 끌어 올린다. 

생명을 죽인다면 그걸로 좋다, 고.인간도 동물도 다르지 않다.그것들은, 애시당초 똑같은 짐승이라고.

「」 

서번트를 노려본다.

「겍. 아냐 아냐. 인간은 죽이지 않습니다. 죽이는 건 마스터와 괴물들 만으로 할테니까, 그 무서운 얼굴은 그만둬주세요.

 …아 진짜, 시하다구, 울 마스터는 기량이 쪼그맣다니까-. 큰 건 가슴뿐이냐고-.」 

가벼운 입을 마구 놀리면서, 그는 빌딩안으로 사라졌다.

「최저에요. 저건, 무슨 소릴 해도 저 상태군요.」

한숨을 쉬고, 나도 옥상을 뒤로 한다.

머리 위엔 불길한 달, 눈 아래엔 심해의 거리. 함께 싸우는 서번트에겐 혐오와 의심. 

불안한 재료들만이 모여가는 성배전쟁.

…에도 개의치 않고, 나는 저 서번트에게, 어제보다는 아주 적게나마, 애착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거리를 바라보고 있던 서번트.

냉담한 저 모습을 보고 이유도 없이 생각하고 말았다.

저 남자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의 악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는, 같은 정도로 인간을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모순된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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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Emiya 시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3.08 네,그렇군요 작업시간때 소설쓰다가 된통혼났다는.집에오면 샤워하고하니 쓸짬이없더군요.또,사촌 동생들도 신학기인지라 지출이심했습니다^&^
  • 작성자Francis | 작성시간 08.03.10 시로님 오랜만에 뵙네요...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__))
  • 답댓글 작성자Emiya 시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3.10 저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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