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이나 개평을 뜻하는 '뽀찌'라는 말의 유래는?

작성자제자리|작성시간06.04.30|조회수13,376 목록 댓글 1

팁이나 개평을 뜻하는 '뽀찌'라는 말의 유래는?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간혹 '뽀찌'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직접 이 말을 사용해본 적은 없더라도,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간혹 만난 적은 없지 않을 것이다. 보아하니 요즘은 신문기사에도 간혹 이 '뽀찌' 또는 '뽓지', '뽓찌'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을 구경할 수 있다.

 

대개는 이것이 "상납금, 사례금, 알선료, 촌지, 개평, 팁, 뒷돈"이라는 정도의 뜻을 담은 '비속어'인 줄로 안다.

 

그렇다면 이 말의 정확한 어원은 무엇일까?

 

우선 아래의 글을 한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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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로아(朴露兒), "카페의 정조(情調), 서울맛·서울정조(情調)"
<별건곤> 제23호 (1929년 9월)
 
더웁다. 몹시 더웁다. 병 아가리 속에 들어앉은 거만치나 갑갑하고 숨이 막힌다. 이래서야 견디어 뱃길 수가 없으니 어디 시원하고도 산뜻한 곳을 찾아 나서자!
...... (중략) ...... 그러면 카페의 정조는 어디 있는가? '웨트레스'들의 색채찬란한 의복의 곡선에 잇는가. 새로 2시까지 테블을 끼고 속살기는 물거품 같은 사람에 있나. 테블마다 기분이 다르면서도 은연중 방 전체의 둔탁(鈍濁)한 공기 속에 녹아드는 사진(砂塵) 같은 통일에 있느냐. 그렇지 않으면 둘러싸는 7, 8명 '웨트레스'들의 정다운 전송(餞送)을 빛발 같이 받으며 귀공자와 같이 자동차에 몸을 싣고 흔들거리는데 있느냐.
그러나 그렇지도 않다. 카페의 정조는 카페가 가진 게 아니요 카페에 모아드는 객(客)들의 기분과 정서에 있는 것이다. 카페는 오즉 그 지배를 받을 뿐이며 그 정서를 조화하며 기분을 융화하는 매개소 밖에는 더 되지 못한다. 그럼으로 학생촌에 있는 카페에는 학생기분이 떠돌며 신사촌에는 신사풍이 있고 삼각정(三角町, 水標町 부근)에 새로 생긴 카페(실은 갈보우동집)에서는 싸움하지 않고 술을 먹지 못한다. 그러면 카페에 모여드는 여러 사람들의 기분과 정서 감정들이 카페의 모든 설비에 힘을 얻고 나래가 돋쳐 자유롭게 흘러나와 다시 연기와 같이 푸른 안개와 같이, 융합(融合)된 것이 카페의 정조라고나 할까!?
사랑하는 모뽀들이여! 부질없이 카페의 고묘한 설비에 지배를 받으며 어여쁘게 가장한 '웨트레쓰'들의 환심을 사려고 10전 20전이면 족할 '팁'(쁫지)을 1, 2원씩이나 풍풍 내던지며 3경 4경까지 기형적(畸形的) 심리에 눌리여 테블만 지키고 앉아서 아까운 시간과 돈과 정력을 낭비하지만 말고 시(時) 혹 사업에 실패하거나 큰 뜻을 이루지 못해 마음이 울적하며 창자(腸子)에서 비참의 불길이 치밀 때가 있거든 기(幾) 10전 호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점잖은 선술집을 찾아 가보라.
잔치(宴)집 모양으로 서서 옥신옥신하는 사람들 틈에 끼여서 약주잔을 거듭하는 가운데 의외에 그대들의 동지를 찾고 친구를 만나며 지도자를 얻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시원치가 않거든 잔을 던지고 일어나서 카페의 문을 두들겨 그 천하를 호령할 만치 쾌활하고 발랄한 청춘의 기분으로 카페을 뒤흔들어 보라! 그 곳에 카폐의 정조는 뛰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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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명백히 '팁'이라는 말뜻으로 사용되었다. 이 해묵은 잡지의 용례로 보면 이 표현은 비교적 근년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확인해보았더니, 이 '뽀찌'라는 표현은 일본말이었다.

 

ぽち [名] [俗] (1) 작은 점  (2) (京都, 大阪 지방에서) 행하(行下), 팁. (3) (얼룩) 개. 바둑이 또는 개 등에게 붙이는 이름.

 

요컨대 '뽀찌'는 몰랐으면 모르되 그 어원이 일본어, 그것도 속어라는 것이 확실해졌으므로,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극히 삼가야할 단어가 아닌가 싶다.

 

(정리 : 2006.4.30, 이순우, http://cafe.daum.net/distor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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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경래 | 작성시간 06.05.11 돌아가신 어머니가 화투치실때만 쓰시던 단어가 그냥 비속어인줄 알았는데, 일본 사투리네요. "뽀지"를 보는 순간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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