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1. 일반적 판단기준
(1) 학 설
_ 혼인관계가 어느 정도의 위기에 이르렀을 때 민법 제840조 제6호에 규정되어 있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볼 것인가.
_ 이에 관하여는 학설상, 민법 제840조 제1호 내지 5호 사유 이외의 이와 유사한 중대한 사유임을 요한다는 견해(유사사유설), 법관의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견해(재량설), 혼인관계가 심각하게 파탄되어 다시는 혼인에 적합한 생활공동체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객관적 사실이 있고 이러한 경우에 혼인의 계속을 강요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복합불능설), 혼인의 본질에 상응한 공동생활의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될 만큼 심각하게 혼인을 파괴하는 사유라는 객관적 표준에 의하여 결정할 것이라는 견
해(객관적 불능설) 등이 제출되어 있다.주10)
주10)
(2) 판 례
_ 대법원 판례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으로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함으로써 학설상 이른바 복합불능설에 가까운 설시를 하고, 나아가 그 판단에 있어서는 '혼인계속의 의사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제반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므24 판결, 1991. 7. 9. 선고 90므1067 판결).
_ 그런데 우리 대법원 판례는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혼인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또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므1078 판결은 '재판상 이혼에 관하여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우리 법제 아래에서는 민법 제840조 제1호 내지 5호의 이혼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위 각호의 이혼사유를 일으킨 배우자보다도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대방 배우자는 위 이혼사유를 들어 이혼청구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는바, 결국 우리 대법원 판례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의 해석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유책주의의 기조를 취함과 아울러 그 정도에 있어
서 민법 제840조 제1호 내지 5호와 유사한 사유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 구체적 고찰
(1) 정신적 내지 정서적 사유
(가) 긍정된 사례
_ ① 불치의 정신병 : 처가 정신분열증의 진단을 받고 여러 차례에 걸쳐 입원치료를 거듭하였으나 완치될 가망이 거의 없으며 호전되더라도 재발이 예상되어 정상적인 가정생활은 어려운 경우(대법원 1991. 1. 15. 선고 90므446 판결), 처의 조울증이 장기간 지속되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정신질환으로 이환된 경우(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므608 판결)
_ ② 파렴치한 범죄 : 남편이 유부녀 강간, 현금 강취라는 파렴치한 범죄로 인하여 징역 4년의 장기복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대법원 1974. 10. 22. 선고 74므1 판결)
_ ③ 광신적인 신앙생활 : 처가 혼인 후에 가지게 된 신앙의 교리상의 이유로 시부모 생일이나 시댁 제사 참석을 거부하고 자식들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나 애국가 제창을 하지 말도록 교육하고 남편이 신앙생활을 용인하고 다만 가정일에 충실해 달라는 거듭된 부탁을 무시하고 종교집회에 참석한다고 집에 들어오지도 않는 등 처가 신앙생활에만 전념하면서 가사와 육아를 소홀히 한 탓에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된 경우(대법원 1996. 11. 15. 선고 96므851 판결)
(나) 부정된 사례
_ ① 회복가능한 정신병적 증세 : 부부의 일방이 난폭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등 정신병적 증세를 보여 혼인관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증상이 가벼운 증세에 그치는 경우라든가 회복이 가능한 경우인 때에는 상대방 배우자는 사랑과 희생으로 그 병의 치료를 위하여 진력을 다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이러한 노력도 하여 보지 않고 정신병 증세로 인하여 혼인관계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대법원 1995. 5. 26. 선고 95므90 판결). 처가 시부모를 모시고 혼인생활을 하던 중에 우울증 증세를 보였으나 치료를 받아 일상생활을 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고 처가 시댁에 들어갈 경우 우울증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므861 판결).
_ ② 혼인 전부터의 신앙의 차이 : 남편이 처에게 혼인 전부터 가진 신앙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면서 폭행함으로써 처가 가출한 경우 처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다(대법원 1990. 8. 10. 선고 90므408 판결).
_ ③ 부부나 친족간의 심한 감정대립 : 부부나 친족 사이에 행동이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감정의 갈등균열 내지 대립이 생긴 것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65. 10. 5. 선고 65므16 판결).
_ ④ 성격 불일치, 애정상실 등 : 성격차이, 연령차이, 학력차이, 복잡한 가정환경 등으로 인하여 자주 부부싸움을 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상실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다른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한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
의 입장이다. 재혼 부부간에 전처 소생의 자식이 있어 부부간에 불화가 있는 경우(대법원 1967. 2. 7. 선고 66므34 판결), 부부간의 연령차이가 10년이고 학력과 재력이 심히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부부간에 애정이 상실된 경우(대법원 1979. 2. 13. 선고 78므34 판결), 해외 유학을 위한 장기간(8년)의 합의 별거로 인한 애정 냉각(대법원 1966. 4. 26. 선고 66므4 판결) 등은 이혼사유가 되지 아니한다.
(2) 육체적 사유
(가) 긍정된 사례
_ ① 성적 불능 : 남자가 성기능이 불완전함에도 이를 은폐한 채 결혼식을 거행하고 젊은 부부로서 신혼생활 6개월간 한번도 성교관계가 없는 경우(대법원 1966. 1. 31. 선고 65므65 판결, 다만, 이 사안은 사실혼관계의 해소에 따른 위자료 청구 사건이다)
(나) 부정된 사례
_ ① 임신불능 : 임신불능은 법률상 이혼사유가 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1. 2. 26. 선고 89므365 판결).
_ ② 심인성 음경발기부전증 : 심인성 음경발기부전증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발기불능 또는 삽입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부부가 합심하여 전문의의 치료와 조력을 받는다면 정상적인 성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경우(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므621 판결)
(3) 경제적 사유
(가) 긍정된 사례
_ ① 무분별한 계 조직으로 인한 가정경제의 위협 : 처가 남편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계를 조직하여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들의 아우성으로 가정의 평화를 파괴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은 경우(대법원 1966. 1. 31. 선고 65므50 판결)
_ ② 낭비로 인한 수입 탕진 : 처가 남편의 월급여 대부분을 수령하여 부부만이 생활하면서도 뚜렷한 소비처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이를 탕진하고 집안에 연탄이나 쌀도 전혀 남겨 놓지 아니하고 부채로 인하여 친정집으로 간 경우(대법원 1987. 8. 18. 선고 87므33 판결)
_ ③ 상습적인 도박 : 처가 한 달에 20일 정도 외박을 하면서 도박을 하고 빚을 지고 남편의 만류를 듣지 않고 도박을 계속하면서 가사와 자녀를 돌보지 아니한 경우(대법원 1991. 11. 26. 선고 91므559 판결)
(나) 부정된 사례
_ ① 사업실패로 인한 채무부담 : 처가 남편의 동의 하에 양품점을 경영하다가 채무를 부담하고 채무담보를 위하여 남편의 인장을 도용하여 남편 소유의 가옥에 대하여 가등기를 설정한 경우(대법원 1982. 4. 13. 선고 81므56 판결), 부부가 공동으로 양돈업을 경영하다가 처가 남편의 이름으로 사업자금으로 금전을 차용하여 남편이 3건의 민사소송을 제기당한 경우(대법원 1986. 8. 19. 선고 86므18 판결)
(4) 부부간의 별거
_ 이 사유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지의 측면에서도 고찰될 수 있는 문제이나 어떠한 형태의 별거가 부부로서의 실체가 없는 별거
로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되는지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가) 긍정된 사례
_ ① 부부가 20년 이상 별거하면서 각자 다른 사람과 동거하는 경우 : 혼인한지 불과 10여일만에 남편이 강제징용으로 일본으로 간 이래 별거 상태에서 부부 각자 다른 사람과 사실혼관계를 맺고 자식까지 낳은 경우(대법원 1986. 3. 25. 선고 85므85 판결), 처가 빚을 진 후 집을 나가고 남편이 귀가를 종용하였음에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여 남편은 처가 가출한지 1년쯤 후부터 다른 사람과 동거하고 처도 다른 사람과 동거하면서 20년 이상을 부부로서의 실체 없이 지내온 경우(대법원 1991. 1. 11. 선고 90므552 판결)
_ 이와 같은 사정이라면 혼인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 책임이 어느 쪽에 더 크다고 할 수 없다.
_ ② 남편이 이혼 합의 후 10년 이상 다른 여자와 동거하면서 자식까지 낳은 경우 : 부부가 혼인신고 후 이틀만에 이혼하기로 합의한 이래 10년 이상 연락이 끊긴 채 별거하고 남편은 이혼 합의 후 2년쯤 뒤부터 다른 여자와 동거하면서 그 사이에 자식까지 둔 경우 이와 같이 남편이 이혼 합의가 있은 후에 다른 여자와 동거하였다면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7. 12. 22. 선고 86므90 판결).
(나) 부정된 사례
_ ① 첩과의 동거로 인한 장기간의 별거 : 남편이 20년 이상 첩과 동거함으로 인하여 처와 별거하였다는 사정은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대법원 1969. 3. 4. 선고 69므1 판결),
설사 혼인관계가 20년 이상에 걸친 별거생활로 파탄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원인이 남편의 축첩에 의한 것이라면 유책배우자로서 그 혼인관계의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1989. 10. 24. 선고 89므426 판결).
_ ② 일시적이거나 단순한 별거 등 : 혼인생활 중 부부가 일시 이혼에 합의하고 위자료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거나 재산분배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하여 부부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어 부부 쌍방이 이혼의 의사로 사실상 부부관계의 실체를 해소한 채 생활하여 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러한 이혼합의사실의 존재만으로는 제840조 제6호의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6. 4. 26. 선고 96므226 판결). 남편이 8년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미국 유학을 떠난 뒤 처음에는 몇차례 서로 교신이 있다가 중단되고 별거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제840호 6호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위 66므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