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고죄와 고소
_ 고소는 비친고죄에 대하여는 수사의 단서에 불과하다. 친고죄에 대하여는 소송조건이다. 따라서 친고죄에 있어서는 유효한 고소가 없으면 검사는 그 범죄를 소추할 수 없으며 법원도 구체적인 형벌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와같이 국가형사사법권의 발동이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제약을 받는다는데에 친고죄의 특질이 있는 것이다.
_ 일반적으로 검사의 공소권행사는 범죄에 대한 심판의 청구라는 법질서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개인의 의사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아니함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강간죄, 간통죄, 비밀침해죄에서 보는 바와같이 범죄의 성질에 따라서는 검사의 소추로 인하여 법익이 침해당한 사실이 사회적으로 공개되므로서 오히려 피해자의 명예를 해치게 되고 피해자에게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가져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피해자보호의 견지에서 국가 형사사법권을 발동함에 있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자는 데에 친고죄를 인정한 주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모욕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죄질이 경미하여 공익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범죄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소추를 구하는 의사가 없는 한 소추처벌할 실익이 없으므로 그러한 범죄는 친고죄로 하고 있다.
_ 친고죄는 상대적친고죄와 절대적친고죄로 구분된다. 전자는 친족상도의 경우와 같이 범인이 피해자와 일정한 신분관계가 있는 경우에 비로소 친고죄로 되는 경우이다. 따라서 상대적친고죄에 있어서는 특정의 신분관계가 있는 범인을 지정하지 아니하며 고소는 그 효력을 발생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서 후자는 범인의 일정한 신분에 관계 없이 범죄의 성질에 따라서 친고죄로 되는 경우이므로 그 고소는 범죄사실을 적시함으로서 충분하고 범인을 지정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착오로서 타인을 지정한 경우에도 고소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_ 친고죄에 있어서 고소는 소송조건이므로 검사가 기소한 사건에 대하여 고소가 없거나 고소가 취소되었을 때에는 소송조건을 흠결하게 되므로 법원은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리를 할 필요없이 형식재판인 공소기각의 판결로서 소송을 종결하여야한다(형소법삼이칠조이호).
_ 비친고죄에 있어서 고소는 수사의 단서에 불과하나 친고죄에 있어서 고소는 소송조건인 관계로 고소기간의 제한, 고소권자의 지정, 고소의 취소 포기 추완, 고소불가분의 원칙등은 친고죄의 고소에서 특히 그 의의를 갖는다. 본고에서는 친고죄에 있어서 고소의 특칙을 중심으로 해서 설명하고저 한다.
2. 고소권의 행사와 친고죄
_ 고소의 방식은 피해자 기타의 고소권자가 서면 또는 구두로 할 수 있고 대리고소가 인정되는 것은 비친고죄의 고소와 마찬가지이다. 고소권자도 원칙적으로 비친고죄의 경우와 일치하게 된다. 고소권의 행사에 있어서 친고죄의 고소로서 문제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일. 고소기간의 제한
_ 비친고죄에 대한 고소에는 고소기간의 제한이 없으므로 그 범죄의 공소권이 소멸 할 때까지 언제든지 고소할 수 있는 것이나 친고죄의 고소기간은 육월로 제한하였다. 즉 범인을 알게된 날로부터 육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이삼○조일항). 친고죄의 고소기간에 제한을 둔 취지는 형사사법권의 발동을 장기간 사인의 의사에 의존시키므로서 초래되는 폐단을 방지 하려는데 있는 것이다.
_ 「범인을 안다」함은 고소권자가 범인이 어떤 사람인가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아는 것을 필요로 하므로 범죄사실만을 알고 범인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고소기간은 진행하지 아니한다. 범인이라 함은 정범교사범 종범 임을 불문하며 공범인 경우에는 그중 한 사람을 아는 것으로서 충분하다.
_ 고소기간의 시기는 범인을 안 날부터이다. 따라서 기간의 초일은 산입하지 아니 한다는 형소법육육조의 규정은 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형법이구일조(혼인을 위한 략취유인)의 죄로 략취 유인된 자가 혼인을 한 경우의 고소는 혼인의 무효 또는 취소의 재판이 확정된 날로부터 고소기간이 진행한다(형소법이삼○조이항). 이 경우에도 범인을 안 날로부터 고소기간을 추행한다고 한다면 「혼인을 위한 략취 유인죄」의 피해자는 실질적으로 고소를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범인을 안 이후에 범죄가 종료한 경우에는 그 범죄의 종료시에 고소기간이 개시된다고 본다. 그렇게 해석하지 아니하면 불법감금죄와 같은 계속범의 경우에는 불합리한 결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_ 고소기간이 경과하면 고소권은 소멸한다. 고소를 할 수 있는 자가 수인인 경우에는 그 일인의 기간의 해태는 타인의 고소에 영향이 없다(형소법이삼일조). 따라서 각 고소권자에 대하여 각별로 범인을 안 날을 결정하여야 한다. 고소권자가 수인인 경우라 함은 고유의 고소권자가 수인인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며 고소권의 대리행사권자가 수인인 경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고유의 고소권자의 고소권이 소멸하면 그 대리행사권자의 고소권은 당연히 소멸하기 때문이다. 다만 형사소송법 이이오조 일항이항에서 규정한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등의 고소권이 고유권이냐, 독립대리행사권이냐에 관해서 견해가 대립되어 있으나 후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 고소권자의 지정
_ 친고죄에 대하여 고소할 자가 없는 경우에는 리해관계인의 신청이 있으면 검사는 이○일 이내에 고소할 수 있는 자를 지정하여야 한다(법이이팔조). 이 조문은 친고죄에 있어서 고소권자가 존재치 않으므로서 벌할 수 없는 경우를 위하여 규정한 것이다. 이해관계인이라 함은 법률상의 리해관계 있는 자에 한하지 않고 그 친고죄의 처벌에 대하여 사실상의 리해관계있는 자 예컨대 피해자의 주인 고용인 매수인 채권자 재산관리인 파산관재인 등도 본조의 이해관계인에 포함된다. 이해관계인의 신청이 있으면 검사는 고소할 수 있는 자를 지정하여야 한다. 검사의 고소권자지정이 의무적이란 점에서 고소권자의 지정이 검사의 자유재량에 속한 일본의 형사소송법과 다르다. 그러나 검사가 누구를 고소권자로 지정할 것인가는 검사의 재량에 속한다. 검사가 일단 고소권자를 지정한 후에 그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 한다고 본다.
삼. 조건부고소
_ 고소에 있어서와 같이 형식적확실성이 요구되는 소송행위에 있어서는 그 고소의 효력을 불확정하게 하는 조건 기한 등의 부관을 붙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조건부고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그 고소전체를 무효로 할 것이냐, 그 조건만을 무효로 할 것이냐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오늘날의 통설(통설)은 조건이 고소에 대하여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즉 그 조건을 제외하면 고소권자가 고소를 하지 않았으리라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고소는 무효이며 그렇지 않는 경우는 조건없는 고소로서 유효하다고 한다. 따라서 단순한 류보, 예컨대 장래 일정한 사정이 발생하면 고소를 취소하겠다는 뜻을 예고하는 경우라든가, 단순한 희망 예컨대 범인을 재산형으로 처벌하지 말고 자유형으로 처벌해 달라는 뜻을 기재한 경우는 그 조건이 고소에 대하여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조건없는 고소로서 유효함에 반하여 예컨대 장래 상대방이 화해조항을 이행하지 아니하면 고소하겠다는 경우에는 그 조건은 고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므로 그러한 고소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사. 고소제기와 범인의 지정
_ 원칙적으로 범인의 지정은 고소의 유효요건이 아니다. 따라서 범죄사실을 특정할 수 있는 한 범인의 지정은 없다 할지라도 고소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착오로서 범죄에 관계 없는 타인을 지정한 경우에도 고소의 효력은 그 진범인에 대하여 미친다.
_ 그러나 상대적친고죄에 있어서 고소는 특정인에 대한 것이므로 고소를 함에 있어서는 특정인을 지정하지 않으면 고소의 효력을 발생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범인의 지정은 상대적친고죄에 있어서만 고소의 유효요건이다.
오. 고소권의 남용
_ 고소권의 남용이라 함은 형식적으로는 고소권행사와 같은 외형을 구비하였으나 수사기관에 대하여 범죄사실을 신고하여 그 소추를 구한다는 고소 본래의 사명을 일탈하므로서 실질적으로는 고소권의 행사라고 인정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어느 경우에 고소권의 남용이라고 인정할 것이냐는 고소제도자체의 목적에 입각해서 고소에 이른 동기, 원인 고소사실의 내용, 고소인 및 피고소인의 년령 성격 경력 직업 재산상태 사회적지위등 여러 사정을 검토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판례는 피해액이 많지 않고 검사가 다망을 극한때에 제기한 고소는 고소권의 남용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소화이삼년이월이삼일동경고재판결). 전술한 고소권남용의 이론에 비추어 타당한 견해라고 본다.
_ 현행법상 고소사건에 대하여 무죄나 면소판결이 선고된 경우에 고소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케 하는 제도나 고소사실이 허위인 경우 고소인이 무고죄로 처벌 받는 것은 고소권남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충분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번 법무부 당국에서 거론된바 있는 고소장에 인지를 첨부하자는 견해는 고소권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시론이긴 하나 입법론상으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필자의 생각은 현행법상 사문화되어 있는 소송비용부담제(고소인에대한)를 강화하고 고소인에 대한 무고죄의 성립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병행하여 허위사실로 고소를 제기하는 자에 대해서 무고죄로서 엄단하므로서 고소권의 남용을 억제할 수 있으리라고 보며 립법정책적인 견해로서는 고소장(구두고소인 경우는 고소조서)을 예비심사 하는 기구를 검찰청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 점에 관해서는 다른 기회에 상론하기로 한다. 고소권남용의 문제는 친고죄, 비친고죄를 막론하고 중요한 의의를 가짐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