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사기에 대한 판례 및 학설의 태도
1. 판 례
_ 먼저 대법원은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하여 제3자의 재물을 편취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 그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법률상의 주장을 하고 민사재판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이념과 상치될 수 있고 따라서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그 적용에 있어 엄격을 요한다"고 하여 소송사기의 인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주4) 그러므로 기망행위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그 소송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한 흔적이 있는 등의 적극적인 사술행위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주5)
주4)
_ 참고로 소송사기의 주체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민사소송의 적극적 소송당사자인 원고뿐만 아니라 방어적인 위치에 있는 피고라 하더라도 허위내용의 서류를 작성하여 이를 증거로 제출하거나 위증을 시키는 등의 적극적인 방법으로 법원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지게 한 결과 승소확정판결을 받음으로써 자기의 재산상 의무이행을 면하게 된 경우에는 그 재산가액 상당에 대하여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법원을 기망할 의사를 가지고 허위내용의 서류를 증거로 제출하거나 그에 따른 주장을 담은 답변서나 준비서면을 제출한 경우에 사기죄의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하였다.주6)
주6)
_ 다음으로 대법원은 소송사기에 있어서도 일반 사기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재산처분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른바 소송사기에 있어서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판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착오에 의한 재물의 교부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주7) 이러한 견해는 소송사기의 판례들에서 일관되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할 내용과 효력을 갖는다고 보아 처분행위를 인정한 판례의 예로 [대상판례 1]의 경우를 들 수 있다.주8)
주7)
_ 반면에 처분행위를 인정할 수 없어 사기죄의 성립이 부정되는 경우로는, 피고인이 타인과 공모하여 그를 상대로 의제자백 판결을 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로 이는 소송 상대방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착오에 의한 재산적 처분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어 동인으로부터 부동산을 편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또 그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가 따로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의제자백 판결에 기하여 그 진정한 소유자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이 아니므로 그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편취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없다고 하였다.주9)
주9)
_ 대법원은 재산감소를 가져오는 재산처분행위가 있으면 사기죄 성립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소송사기가 성립했느냐의 여부는 피기망자의 재산처분행위를 인청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_ 소송사기에 있어 실행의 착수시기와 관련하여서는 대법원은 [대상판례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극적인 방법으로 법원을 기망할 의사를 가지고 허위내용의 서류를 증거로 제출하거나 그에 따른 주장을 담은 답변서나 준비서면을 제출한 경우에 있다고 보고,주10) 범죄가 종료되는 시기는 소송이 종료된 때라고 본다.주11)
주10)
2. 학 설
_ 학계의 견해주12) 도 대체적으로 판례와 마찬가지로 소송사기에 있어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한다. 즉 삼각사기의 전형적인 예로 소송사기를 들면서 법원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주장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여
주12)
_ 또한 피고인의 제소가 사망한 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면 그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여 상속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1987.12.22. 선고 87도852 판결: 1997.7.8. 선고 97도632 판결).
_ 피고인이 국가 등의 소유인 토지들이 미등기임을 기화로 갑과 공모하여 을을 그 소유자로 내세운 다음 갑이 을을 상대로 위 토지들에 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의 소를 제기하여 소송진행중 쌍방의 소송대리인 등에게 화해하도록 하여 재판부로 하여금 을이 대금수령과 상환으로 갑에게 위 토지들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한다는 취지의 화해조서를 작성하게 한 경우, 이와 같은 소송상 화해의 효력은 소송당사자들 사이에만 미치고 제3자인 토지소유자에게는 미치지 아니하며 그 화해조서에 기하여 위 토지들에 대한 제3자의 소유권이 갑에게 이전되는 것도 아니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87.8.18. 선고 87도1153 판결).
법원을 기망하에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고 이에 기해 상대방으로부터 재물 혹은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면 피기망자와 재산상의 피해자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기망행위와 재산처분행위 등과 관련한 학계의 견해들은 대부분 법원의 판례를 인용하는 것으로 그 논거를 대신하고 있다.
_ 다만 배종대 교수는 피기망자와 피해자가 일치하지 않는 삼각사기의 경우 재산처분행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의사(계약관계)에 의한 경우에만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여 재산처분행위와 관련하여 소위 계약관계설을 취하고 있다.주13) 그러나 소송사기를 삼각사기로 보아 법원의 판결을 재산처분행위로 인정하는 데에는 다른 견해와 차이가 없다.주14)
주13)
_ 구성요건별로 살펴보면, 먼저 기망행위와 관련하여서는 통설적인 견해는 판례의 견해에 동조하나, 그 중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쟁점사안에 대해 그 변론과 증거방법을 종합하여 자유심증으로 결정하는 것이므로 그 판단을 그르치기 위한 의도로써 허위의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기망 그 자체로 보아야 한다는 좀더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한 견해도 있다.주15) 따라서 증거에 의하지 않는 단순한 허위의 진술도 사실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여 법원을 착오에 빠지게 함에 족한 정도의 것이면 기망이라고 본다. 다만 스스로 불리한 사실을 진술하지 않는다든가 단순히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기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주16) 그에 반해 민사소송의 당사자에게는 진실의무가 있고 신청인은 지급명령의 신청에 의하여 신청내용이 진실임을 묵시적으로 설명했다고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법원은 지급명령의 신청이 형식적 요건을 구비한 경우에도 내용이 허위임을 안 때에는 지급명령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경우에도 기망행위와 이로 인한 착오가 있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주17)
주15)
_ 재산처분행위와 관련하여서는, 법원이 승소판결을 내리는 것을 재산적 처분행위로 보는 데에는 학계의 의견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 또한 판례와 마찬가지로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판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착오에 의한 재물의 교부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주18)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재산처분행위가 되는 근거를 좀더 상세하게 설명한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패소자인 피해자는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산처분의 명령에 따를 의무를 법적으로 지고 있기 때문에 피기망자의 의사지배하에서 재산을 교부를 하는 것이므로 피기망자인 법원과 위와 같은 의무를 지닌 패소자를 일체적으로 파악하여 처분행위를 명하는 법원에 그 임의성을 인정할 수 있는 이상 그와 같은 법원의 의사지배하에 있는 패소자의 처분행위도 피기망자인 법원의 임의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은 재산처분행위가 된다는 것이다.주19) 즉 임의적인 법원의 재판은 소송당사자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에 대해 그 효력을 미치고, 법원은 위와 같은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에 관하여 이를 처분할 수 있는 권한 내지 지위를 갖는다고 한다. 법원의 힘을 통해 강제하기 때문에 재산처분 행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와는 조금 다르게 법원이 패소자의 재산에 대한 점유관리자는 아니지만 판결에 의해 패소자의 재산에 손해를 끼칠 법적 가능성이 있으므로, 법적 처분자로서의 법원과 피해자의 재산 사이에 법적인 밀접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재산처분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주20)
주18)
_ 다음으로 소송사기의 실행의 착수시기에 대해 통설적 견해는, 역시 판례와 마찬가지로,주21)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때로 보고 기수시기는 승소판결이 확정된 때라고 한다.주22) 그에 반해 승소판결만 있으면 기수가 된다는 견해,주23) 승소판결이 확정되고 패소자로부터 실제적으로 재물의 교부를 받았을 때 기수가 된다는 견해주24) 가 있다. 결론적으로 소송사기의 인정여부, 재산처분행위의 내용 아울러 실행의 착수시기에 대해 통설적 견해는 판례의 견해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주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