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 사무국 날짜 : 09-12-11 01:52 조회 : 1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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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을 그어라 우리 앞에 현실이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대전작가회의 출범을 선언한다. 이것은 그러므로 현실의 목소리이고 현실 속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그렇다. 이것은 잠자는 자들의 목소리가 아니다. 외면하는 자들의 목소리도 아니다. 다른 목숨을 짓밟고서야 희희낙락하는 목소리도 아니며 저 홀로 풍족하여 거리낄게 없는 목소리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 지금 함께 미지의 시간을 향해 선언한다. 이곳에 작가들이 살아 있다. 지금 한국문학은 영문 모를 풍성함으로 감싸여 있다. 소설은 상금으로 흥청대고 시는 쇼타임의 음악으로 넘쳐흐른다. 그것은 즐거운 세상의 장식품이기를 넘어서서 즐거움 자체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 기뻐 불타는 세계의 불씨라도 되는 것처럼 문학은 빛나는 상품들의 용광로 속으로 돌진하는 중이다. 여기에 그러나 문학은 없다고 우리는 선언한다. 문학은 돈이 아니다. 문학은 저 숨가쁜 현실을 팔아 챙기는 명예도 아니고, 아득한 관념의 성채를 과장하고 위장하는 고독한 그리움도 아니다. 현실 속에 있는 문학은 그 상품, 돈, 명예, 관념을 불태우면서 자신의 현실을 저 미지의 시간을 향해 밝혀 놓는 횃불이다. 이 횃불과 함께 우리 작가들이 선언한다. 지금, 세상의 권력에 대해, 그 권력으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의 실물감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자는 더 이상 작가가 아니다. 현실의 억압과 싸움과 비참, 그리고 그 모든 고통을 언어로 고민하지 않는 자는 더 이상 작가가 아니다. 이 작가 아님의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더 이상 작가가 아니다. 역사는 언제나 두려운 형상으로 오고, 그 두려움을 견뎠을 때 비로소 우리가 한국문학의 산 증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는 몸소 경험하고 있다. 두려움 때문에 현실을 외면하기 시작했을 때, 힘들고 번거롭고 귀찮아서 개인의 안락한 성채에 물러 앉아 있을 때, 불타 죽고 투신해 죽고 배고파 죽는 세상이 와서 드디어 우리 문학마저 죽게 되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아름다운 작가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저 공포의 시대에 시작된 대전 진보문학의 뿌리는 그 죽음의 시대를 넘어온 우리의 발자국이다. 대전충남민족문학인 협의회가 있다. 대전충남작가회가 있다. 모든 개별적인 역량들이 한데 모인 이 힘을 바탕으로 해서 오늘 대전작가회의가 새 발을 딛는다. 오늘 우리는 현실의 모든 부정성을 넘어서 저 미지의 시간을 밝혀줄 언어의 횃불을 든다. 자본과 권력, 성공과 명예를 멀리 두고, 문학을 다시 고통의 언어로 현실 속에 두어야 하는 작가들이여 들으라. 작가와 작가 아닌 선명한 경계선이 지금 우리 앞에 분명히 그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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