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볼 장사
황 종 찬
허리(腰)의 고통 때문에 매일 한차례 병원에 물리치료를 받기위해 병원에 다녀온다. 병원 가는 길목에는 큰 건물 이라고 할 어는 은행의 연수원 건물이 있고, 그 앞에는 시내버스의 정류장이 있다. 내가 병원에 가기위해 이 버스를 타자면 두셋전거장 가서 내려야 하는 정류소가 바로 이 정류소다.
그 앞이 은행연수원 자리인 것이다. 여기에 하차하여 2-300m걸어가면 병원이 나온다. 이연수원 때문에 엿장수는 은행으로 들어가는 입구 계단에 전을 펴놓고 엿을 파는 중년의 엿장수 사내다. 다소 사람이 북적되는 연수원과 정류장 때문일까 사람왕래가 잦아 리어크를 때고 팔고 있는 것이 아니랴 싶다.
내 어려서 온 동네를 휘짖고 다니면서 엿판퉁이를 목에 걸고 다니면서 엿가위를 철걱거리며 조용한 시골 동내를 발칵 뒤집어 놓은 엿장수를 왕왕 불수가 있었다. 그른 엿장수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그 엿장수 생각이 나서 그른지 정류장에 내리면서 이 엿장수가 오늘도 전을 폇는냐 안 나왔느냐는 생각을 그려보게 된다. 엿이란 놈은 관리를 잘 해야만 하는 것인데 잘못하면 더운 햇볕에 녹아나 팔지 못하는 것이 된다. 그러고 보면 생물과 같은 먹을거리다.
어려서 시골에서 생장한 나로서는 아이들 속에서 유일하게 호기심을 끓었던 이 엿 생각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엿 하면 어린 시절과 시골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 엿말고도 얼마든지 좋은 먹을거리가 있는 판에 별 주전버리 꺼리가 안 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관심을 일언지 오래 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리는 정류장 앞에 있는 이 역장수가 관심이 간다. 오늘도 이 엿장수가 엿을 잘 팔고 있는가. 해서다. 그래서 이 엿장수가 보이면 다행이다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 엿장수가 안보이면 그만 두었나 아니면 자리를 옮겼나 별에 별 생각을 다한다. 마침 오늘은 엿장수가 나와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볼일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엿을 한 봉지 사가리라고 하는 생각에서다.
치료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발길을 멈추고, 내가 가까이 가서 여러 종류로 된 좌판 앞에 가서 담은 엿값을 물었더니 일금 3000원이니 4000원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옛날 자주 싸먹던10cm안팎의 엿가락 도 2000원리란다. 생각보다는 비산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매가 별로 신통치 않아 보이는 엿장수에게 팔아준다는 생각에서 이었다. 나로서는 주머니 사정이 엷은 터라 주저가 되었다. 그래서 다음에나 팔아 주리라 생각을 하고 값만 물어보고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에나 가라 주어야만 하겠습니다. 고 한마디 하고 돌아
서려고 하자 엿장수는 [아침 마수걸이니 좀 팔아주십시오] 이제는 매달리는 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내 주머니에 가지고 나온 돈이 일금 만 원짜리가 아니라 천 원짜리 몇 장뿐이니 행여 어디 사용할 돈이 생길지 치몰라 돌아 서기로 한 것이다. 그런 사정도 알 특이 없는 엿장수는 또 다시 아저씨 가라주어요 한다.
긴 이야기를 해봐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 사정이 좀 있어요. 하고는 그 자리를 뜨는데 내 뒤통수에 대고 한다는 소리가
“돈도 없이 안 살 사람이 값은 왜 물어 바”
하고 비꼬는 듯 한마디 뜬 지다. 이 한마디나 순간 내 귀에 아주 거슬렸다. 사지도 않을 주제에 값은 웨 물러 보느냐 라는 투였기 때문이다. 이 소리를 듣자 속이 그만 상했다.
“ 남의 속도 모르면서...........”
한마디 쏫아주고 올까 씹어서나 아침부터 시비를 걸면 나만 손해가 생길가바 참고 돌아서고 말았다.
엿장수 생각대로라면 분명 내 쪽에 실수는 있다. 주머니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엿값만 물어 보고 떠나려 했으니 말이다. 허나 내 경험으로 바서는 그것은 그렇게 하는 사람의 손해가 된다. 나는 이 소리를 듣고 나니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상한 터이기 때문 이다. <그러시면 다음 갈아 주십시오> 라고 웃는 얼굴로 작별을 하여 보내주면 이분의 친절에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이분의 심정을 모를 배는 아니다. 사람이 물건을 사려다 생각이 달라져 안사고 돌아서는 수도 없지를 않다.
사람은 상대 적인 것이다. 엿장수가 기분 좋게 보내 줫든들 나는 기분이 좋았을 것이요, 내가 기분이 나쁘면 다시는 찾아 가지 않게 될 것이다. 아주 간단한 이치다. 그런데 엿장수나 나 어느 한쪽이 기분이 나빴다면 또 한쪽은 좋았을 것이 아닌가 -.
이른 경우를 우리는 불친절이라고 하지만 흔히 있는 일이 지 않는가. 그러므로 절대 손해날 장사나 인사를 해서 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두루 뭉실 통틀어 어는 쪽도 만족치 못해 이와 같은 말을 했을 것이 아닌가?
우리 속담에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고 하는 옛 말도 있지만 손님이 물건을 사려다 돌이켜 보니 그냥 돌아와야만 하게 되니 돌아 온 것인데도 등 뒤에서 돈도 없이 값을 웨 물어 바 - 해서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만다. 이것이 불친절이 아니고 뭣이겠느냐 -.
친절 이다 손님은 왕이다 라고 하고 있지만 이것이 불친절이자 장사가 망하는 결과가 아니고 뭣이겠는가 ― 우리는 순간을 이기지 못해 결국 내 손해만 보게 된다.
<프로필>
경북 경주 출생 / 서울대학 보건학 교수 역임 / (현)국제문화원 사무총장/평론가협회 회원 / 수필가협회 회원 / 한국문학상,이육상 문학상, 불교문학상, 세계환경문학상 수상 /
수필집: 대추가 영그는 마을, 아침마다 홍릉에서, 감옥에서 띄운 편지 외 40여권의 저서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