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무개념 공주 검사 마혜리. 그런 그녀가 사람과 사랑을 통해 진정한 검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드라마 검사프린세스! 초기엔 수목드라마중 시청률이 최하위였지만, 최근 동시간대 시청률 2위로 올라서며 막판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9~10회에 나왔던 살인사건 에피소드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D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맡게 된 마검사. 사건을 살피다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한 마혜리는 가해자를 조사하던 중 가해자와 피해자의 남편이 불과 4개월 전까지 내연관계였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최근에 피해자 남편의 권유로 가해자가 운전자 보험에 3개나 가입했고, 피해자 남편은 10억이 넘는 돈을 보상금으로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두 사람이 보험금을 노리고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확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미 화장되었고, 가해자는 CCTV가 없는 곳으로만 이동하였기때문에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 가해자와 피해자 남편은 당연히 죄를 부인합니다. 마혜리는 도로위의 상점내부에 설치된 CCTV에 이들의 모습이 찍혔을 수도 있음을 생각해 내고 눈이 빠지도록(?) CCTV 화면을 돌려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결국 증거를 찾아내게 되지요.
결국 범인들은 죄를 인정하게 되고, 마검이 묻습니다. "어떻게 죽였어요?"
간호사였던 가해자는 대답하지요. "주사 놨어요. 하나만 놔도 바로 사망인데 확실하게 하려고 두 대 놨어요. 집을 나올 때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사건은 해결되었으나 저는 궁금한게 생겼습니다. 하나만 맞아도 바로 사망하는 주사? 무엇일까요?
고농도 전해질인 KCl(염화칼륨)이라고 생각했는데, 화면을 아무리 되돌려 봐도 주사 바이알이 제대로 안보이더군요^^; 게다가 극중 가해자는 시건장치가 되어있는 장에서 그 주사를 꺼내고 있는데, 실제로 마약류(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를 제외하고는 시건장치가 되어있는 장에 보관하는 약은 거의 없기 때문에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시판되는 KCl 중에 vial로 나오는 제품은 없는 것 같고, KCl을 시건장치에 보관하는건 더더욱 아닌것 같고....
그래서 저는 극중 마혜리가 그랬던 것처럼 눈이 빠지도록(?) '하나만 맞아도 사망하는 주사'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극중의 주사가 KCl이라는 증거를 찾아본 것이지요. 그리고 결국엔 저도 마혜리처럼 증거를 찾는데 성공했습니다!!
증거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214&aid=0000066344
놀랍게도 이 에피소드는 2008년 광주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었습니다. 작가님이 그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으셨던 것 같네요. 피해자 남편이 전 보험설계사 였다는 것과 교통사고로 위장한 것 등등 대부분의 내용이 똑같기 때문에 실제사건에서 쓰였던 주사인 KCl이 맞는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눈이 빠지기 전에 그렇게 믿고싶었던 걸수도 있지만요^ㅁ^)
KCl은 플라스틱 용기로 제작되기 때문에, 극 중에 나온 주사는 실제 KCl은 아닌것 같고, 긴박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시건장치가 있는 장을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실제 주사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은 저에게 연락 좀 해주세요^^;)
KCl은 일시적으로 대량 투여시 심장전도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희석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병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KCl을 포함한 고농도 전해질의 경우 고위험 약물로 분류하여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의 경우에는 KCl은 빨간색, NaCl은 파란색, 포스텐은 녹색의 뚜껑이 있는 곳에 보관하게 되어있고, 고농도 전해질은 아니지만 고위험 약물로 분류되는 헤파린은 노란색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고위험 약물은 더더욱 신경써서 관리되어야 겠지만, 고위험 약물 뿐 아니라 모든 약은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올바르게 투약되어야 겠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최수연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