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강동미
가방을 메고 말레이시아 물루산 피너클을 향해 여행을 떠났다
나이 오십 대에 지금 하지 않으면 더는 못할것 같았다
비행기 7시간 롱보트 1시간 정글 속을 3시간 걸어 현지에 도착한 건기기후
이박삼일의 일정으로 가이드 안내를 따랐다
도움을 받아야 갈수 있는 자연의 명작 석회암 피너클, 생명을 가진 모든 숨이 시작되는 곳
열대기후의 장대비가 수백만 년에 걸쳐 만든 산자락 작품
사십오도 경사를 올라 구십도에 가까운 철제 사다리 열일곱개를 올랐다 어떤 인생 같은 발 디딜 곳 없는 절벽. 밧줄 옆 이끼이고 싶었다 끝끝내 액체와 고체로 견뎌야 했다
가이드는 할수 있다는 말보다 갈수 있을까 내려 가자는 말을 더 많이 했다
여긴 그런 선택과 판단이 필요했다
결국 전망대에 올랐다 펼쳐진 수십 개의 피너클에 눈물이 흘렀다
과거를 견뎌 이 아름다움을 간직한 너
티비 EBS 방송에서 화면속으로 본 여행
근사한 너
내 인생의 정원 오후 네시 논두렁길에서
늦겨울 포근한 황금 햇볕 멋진 너
두팔 벌려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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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강동미
오월의 뜰에
들어서는 순간 느티나무와 식물은
소설 속 육백명 넘는 인물로
상기된 얼굴 윤슬 빛 이었다
작고 단단한 손으로 호미 쥐고,
고추 말리던 햇볕이 당신과 와 있었다
토지를 쓰던 방엔
아우르던 생명
존재에 대한 존중의 눈빛
글줄의 자유
그의 영혼은 충만했다
손자국 발자국 음식냄새 체온이 있었다
리의
꽃상여 소리가 들린다
그의 뒤를 글자들이 따른다
집에 와서 소설을 읽었습니다
손가락 지문에 닿을 듯 글줄에
담긴 당신의 생명과 함께
얼갈이 한단, 열무 두단에 빠알간 고추가루를 넣고 버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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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붙일 수 있는 꽃
강동미
올겨울은 유난히 멀리 산 위로 해 뜨는 여명은 시선을 오래 붙잡는다. 안산 밑으로 매년 고구마를 심는 넓은 밭과 이천을 자랑하는 쌀 농사짓는 논도 즐겨보는 풍경이다. 역 근처라 전철 지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산책하는 곳은 성당이 있고 아래에는 작은 절과 몇몇 집들이 있다. 서로 주고받는 새 소리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청설모도 만난다. 어쩌면 마음 붙이고 있는 동네다.
작년 12월 초, 미루던 김장을 했었다. 하루에 다 할 수 없어서 힘을 나누었다. 미리 준비해놓은 김칫소를 배추에 버무려 다음 해 먹을 김장은 시원하게 끝냈다. 이때 달고 단단한 무가 몇 개 남았다. 보일러실에 두고 먹다가 얼까 봐 거실 구석에 옮겨 둔 무우 반쪽. 새해가 되고 입춘이 지났다. 구정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파란 비닐봉지 사이 손가락만 한 굵은 무우 꽃대가 올라왔다. 기특하게도 무우 안에 있는 수분 만으로 해낸 거다. 대견한 생명으로 작은 꽃봉오리는 뽀얀 아기 얼굴로 날 보고 있었을까. 살짝 벌어진 보랏빛 하얀색이 섞인 꽃잎과 초록 줄기는 싱그러운 새것으로 이른 봄이었다. 꽃이 지면 씨가 맺을 텐데. 몇 주 후 씨 모양은 달렸고 작은 풋고추 모양에 콩 껍질 같았다. 무채색 겨울에 찾아와준 무꽃은 마음까지 상큼하게 색을 입혀주었다.
박완서 작가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에세이 책을 읽고 있던 때였다. 작가는 모시던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개성 고향이 그리울 때, 마음 붙일 수 있는 꽃을 마당에 두었다. 어릴 적 뜰에 핀 고향의 꽃을 만날 때면 씨를 받아와 마당에 뿌렸다. 새벽이면 꽃을 만지고 눈을 맞추며 풀을 뽑으면서 마음의 정원까지 가꾸고 있었다.
마음 의지할 곳
마음 둘 수 있는 곳을 절실히 찾고 있는 사람들
나도 오래전부터 마음 둘 곳을 찾고 있었다. 책을 읽고 있을 때 만나고 싶은 무언가를 글로 확인하는 순간은 행복하다. 작가가 곁에 있는 듯한 연결이라고나할까.
얼마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EBS 방송에서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 영화를 봤었다. 고아가 된 주인공 소녀 메리는 친척 영국 외딴 저택에서 외롭게 있었다. 돌아가신 고모님이 가꾸던 정원 열쇠를 발견한다. 비밀의 정원에 들어가 버려지고 죽어가던 식물을 가꾼다. 피어나는 식물, 세 아이의 우정과 성장, 생명과 죽음, 어른들까지도 인간관계가 회복되어 가는 내용이다. 따뜻한 장면들이 기억난다. 마음 둘 곳을 찾아 만들어 가는 봄이 그 아이들 마음 어딘 가에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시작된다.
나는 핸드폰 메모 앱에 일상에 대한 글을 쓴다. 변덕스러운 날씨 같은 감정을 쓴다. 신작로, 미루나무, 저녁 나의 고향을 정리하며 쓴다. 몇 번이고 고쳐서 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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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문인협회원
이천 문학상 신인상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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