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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아버지 외 2편

작성자이영호|작성시간26.06.18|조회수26 목록 댓글 0

하나님, 아버지(이영호)                


아버지는 운이 없었다

평생을 섬겨 온 신 마저도

아버지의 가난을 비껴갔다

 

아이 다섯을 둔 남자에게

월세방을 쉽게 주지 않았고
여든이 넘어서야 아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임대 아파트를 얻었다

아버지의 지갑에는

늘 바람만 들어 있었다

그 어떤 운도 찾아오지 않았고
세상의 많은 돈은

한번도 집 문턱을 넘어오지 않았다

 

기도는 평생 하늘로 올라갔는데

원하던 응답은 내려오지 않았을까

아버지는 처마 끝이 매달린 낡은 풍경처럼

평생을 끼니 걱정으로 흔들리며 살았다


어쩌면 냉정한 신은

아버지의 가난한 빈손보다

헌금 많이 바치는 손들에게만

관심 가졌을 수도



 

 

 

 

 

 

 

버찌(이영호)

 

버찌가 알알이 까맣게 익어 갈 때면

이제는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은

어릴 적 친구들이 생각난다

 

애순

금자

만숙

 

끼니를 걱정하던 시절이었지만  

마음만은 풍성했던

보성군 회천의 작은 마을

운동장이 넓었던 초등학교와

봄이면 버찌를 달고 오던 벚나무들

 

학교 가는 길옆으로

졸졸 우리를 따라오던 개울물과

친구들과 줄 지어 한참을 조잘대며 걷던 길

 

떠나온 지 수십 해가 흘렀어도

기억 속에 선명히 머무는

그리운 나의 회천.

내 유년의 영원한 쉼표로 남아 있는

아직도 버찌가 검붉게 익어 가는 마을

 

무 말랭이(이영호)

 

어머니는 무말랭이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625사변때 돈 보따리 지고 피난 가고

스무 살 때 집 나와 자원 입대하고

 

아침에는 날계란 두 개

젓가락으로 구멍 내어 마시고 출근하며

 

겨울에는 뜨거운 물 주머니

수건으로 둘둘 말아 껴안고 잠이 들던

 

세상 속을 달리며

그 억척스럽고 용감한 손으로

조신함과는 거리가 먼

선머슴처럼 거침없이 살았다는데

 

그 사납고 거친 세월의 고비 속에서

언제 누구에게

차분한 마음으로

무말랭이 만드는 법을 배웠을까

 

식당에서 반찬 접시에 놓인

무말랭이 보고

어머니가 받아내셨을

세월의 매운 바람을 생각한다

 



 

 

 



약력

이천시청 근무(정년퇴직)

이천문인협회 (전)회장

 

글시체  함초롱으로 못 바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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