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 김준태
바람 따라 걷기 삼삼한 사월의 맑은 하룻날
앞서 걷는 아내 뒷머리에
민들레 세 송이 꽂아주고 나는 좋아라, 나는 슬퍼라
너는 어쩌다가 내 색시가 되어 난 어쩌다 네 신랑이 되어
오늘도 우리끼리 걷는구나 생각자면 금세 낯설고 막연해지는 이 길
백 년을 걸어도 바람은 그냥 바람,
들판은 그냥 들판,
흔한 겨울 시 한 편 내 주지 않을 심심한 부부의 일상인 줄 알아서
오래 망설이다, 붙인 이름이
'당신의 꽃길' 폭 삭은 산책로엔 터무니없는 호칭이지만
돈 드는 일도 아니고 푯말을 부칠 것도 아닌데, 뭘
사는 게 도무지 민망해질 때면 아내 손을 잡고 나서면서 꽃길이네,
여기가 꽃길 일세 함께 있으니 이리 같이 걸으니
우리 걷는 지금이 천국일세
그렇게 읊고 나면 묘하게도 마음이 따뜻해져서 아내 손을 더 꼭 잡고
쉴 새 없이 도닥거리면서 이거 봐.
여기 당신도 있고 꽃길도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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