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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작성자보물|작성시간26.06.12|조회수6 목록 댓글 0

두부
                        /고영민

저녁은 어디에서 오나
두부가 엉기듯

갓 만든 이 저녁은
살이 부드럽고 아직 따뜻하고

종일 불려놓은 시간을
맷돌에 곱게 갈아
끓여 베보자기에 걸러 짠
살며시 누름돌을 올려놓은

이 초저녁은
순두부처럼 후룩후룩 웃물과 함께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좋을 듯한데

저녁이 오는 것은
두부가 오는 것

오늘도 어스름 녘
딸랑딸랑 두부장수 종소리가 들리고
두부를 사러가는 소년이 있고
두붓집 주인이 커다란 손으로
찬물에 담가둔 두부 한 모를 건져
검은 봉지에 담아주면

손바닥을 도마삼아
숭덩숭덩 저녁이 썰어 끓여낸
새우젓국 두부찌개 한 입을
추운 속이
얻어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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