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오리 기차
/김 성 춘
해질 무렵 10량짜리 KTX 기차가
산모롱이를 돌아 사라졌다
나는 방죽길에 서서
오지 않는 내일을 기다렸다
아파트 방죽길을 걷다
벼가 시퍼런 여름을 한참 바라보았다
갈숲 사이로
음악같은 들오리 한 쌍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잡목과
허공의 손을 잡고
헤엄치는 들오리 한 쌍의 눈을 오래 바라보았다
눈이 깊었다
70대 노부부 같은 황혼
들오리의 어깻죽지까지 내려와 있었다
10량짜리 삶이 지나가는 소리가
벼 포기마다 싱싱했다
나는 잘 못 산 시행착오 앞에서
고아처럼 서성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먼 곳이 가까웠다
괴롭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던
구름 아래 시간들
들판의 먼 아지랑이 같은
구름 아래 슬픈 음악 같은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