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다
강물을 따라 강둑 길을 걷는다
강물은 내려가고 나는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 어느 지점 돌무덤 아래 멈춰 서서
물소리 듣는다
목숨 가진 것들은 다 울며 가는 것인가
강둑에 엎드려 울던 풀잎도 풀벌레도 모두
제 키 낮춰 제 몸의 계단으로 내려간다
나는 내가 없는 빈 몸으로 간다
달빛이 강물에 누워 어른대듯
내 가는 길 암호로 일렁인다
어느 꼭짖점에 이르러야
내 가야 할 길
저 적멸에 드는 물의 길 갈 수 있을까
언듯언듯 무릎 꿇고 앉은 싯다르타의 굽은 등
스쳐간다
강물을 향해 적멸에 든
저 큰불기둥 얼굴 하나
나는 그 앞에 오래오래 공수拱手로 서서
눈먼 짐승으로 운다
- 이영춘 '오늘은 같은 길을 세번 걸었다'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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