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똥비름 ◀
/ 김승기
말똥 쇠똥 뒤집어쓰고
발길에 채이며
많은 세월을 무시당했느니라
참으며 이겨내야 좋은 꽃을 피운다 해서
괴로움을 약으로 삼았느니라
아무렴, 죽기는 쉬워도
살아내기가 더 어렵다는 겨울
그렇다고 쉽게 죽을 수야 없지 않느냐
이 줄기 저 줄기
드문드문
한겨울에도 살아 있는
시퍼런 잎사귀,
억척으로 살아온 삶의 누더기
왜 떨쳐버리고 싶지 않았겠느냐
겨울을 건넜다고
쉽게 또 살아지는 세상이더냐
그래도 살아야지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도 다 뜻이 있어
이 세상에 나왔을 터,
꽃을 피우고 나야 죽어지는 목숨
작지만 눈부시게 피워야지
차거운 땅바닥에 드러누워
천대받으며 살았어도
돌각서리 틈바구니에서
단단해지는 두터운 잎으로
노랗게 꽃 피워내는 걸
그래, 보고서도 모르겠느냐
그렇지, 진주도 살을 에는
아픔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
고통의 기름으로 피우는 등불이어야
어둔 하늘에 별이 되지 않겠느냐
딱딱한 길바닥 위에서
눈물나게 천진스런 웃음이
여름햇살 아래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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