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의 길 / 유종인
어제 벗겨 먹은 귤껍질이
방바닥에 뒹굴고 있다 쪼글쪼글
점점 더 말라가고 있다
틀니를 들어내면 합죽이가 되는 어머니를
오랜만에 꿈속에서 만났다 온갖 가재도구며
잡동사니를 내다 마당에서 태우신다
모두 껍질인 거라 살다보면 껍질에 둘러싸여
알맹이 하나 찾는데 껍질이 태산 같구나
이 놈의 태산을 또 태우는데 불의
껍질이 얼마나 기일게 연기를 피우는지
전생(前生)의 눈알까지 맵고 눈물의 껍질이 또 한 겹 벗겨진다
어머니가 열매로 맺은 껍질, 나는
또 한 겹의 꿈에 싸여 어머니의 꿈을
까먹었지만, 되돌아보면 늘 껍질로 기일게
늘어나 있는 길들이 어떤 열매의 속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 마지막 씨눈을 파먹고 날아오르는 하늘의
껍질인 새떼들
귤껍질 속의 바다가 쪼글쪼글하게 마른
방바닥에 앉아 보면, 태산이
상수리 열매 하나를 감싸는 껍질로
날로 푸르러지고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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