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아침 편지】
기분 좋은 ‘아침 까치’ 이야기
― 손자와 나누고 싶은 ‘흥미로운 인사법’
― ‘까치의 언어’를 할아버지가 번역하다
윤승원 수필가. 지환이 할아버지
사랑하는 지환에게
아침 5시, 창문을 열자마자 요란했다. 마치 ‘듀엣’ 가수의 노래라고나 할까?
이웃집 교회 지붕 위에서 들려오는 두 마리 까치의 신나는 이중창.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노래했다.
새들의 지저귐을 사람들은 보통 ‘운다’라고 하지. 그런데 이럴 때는 ‘운다’라는 표현보다 ‘노래한다’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 이른 아침, 이웃집 교회 지붕 위에서 힘차게 노래하는 두 마리 까치(삽화=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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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까치는 왜 아침에 힘차게 노래하는 것일까? 물론 때를 가리지 않고 노래하는 것이 새들이지만 유독 까치가 아침에 창밖에서 노래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스름이 걷히고 새벽빛이 막 밀려오는 아침 5시. 할아버지가 창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웃집 교회 지붕 위에 나타난 두 마리의 까치.
“깍깍! 까르르, 깍깍!”
두 마리의 까치 녀석들이 어찌나 신나게 지저귀는지, 마치 교회에서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나온 성도처럼 밝은 표정으로 찬송가나 동요를 부르는 것처럼 느꼈단다.
자연과 오랜 세월 가까이해 온 할아버지는 ‘새들의 언어’를 알아듣는단다. 까치가 말하는 것, 노래하는 것, 가사까지 번역하는 것이지.
그렇다면 오늘 아침 창밖의 가치는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왜 신나게 노래했을까?
여기에는 아주 신기한 자연의 비밀과 마음의 비밀이 숨겨져 있단다. 할아버지가 그 비밀을 하나씩 이야기해 줄게.
▲ 서양화 작가인 지환이 삼촌이 그려준 까치 - 눈동자가 유난히 인상 깊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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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까치는 왜 하필 ‘아침’에 가장 신나게 노래할까? 그에 대한 궁금증부터 풀어보자.
새들에게 아침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란다. 까치들이 아침 일찍부터 목청을 높이는 데는 아주 똑똑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여긴 내 구역이야!”라는 ‘영역 표시’지.
까치들은 아주 책임감이 강한 새로 알려져 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며 “여기는 우리 가족이 사는 동네야! 다른 새들은 들어오면 안 돼!” 하고 씩씩하게 동네방네 알리는 것이란다.
또 다른 해석은 “얘들아, 잘 잤니?”라는 ‘가족 확인’이지.
밤새 깜깜해서 서로 볼 수 없었잖아? 그래서 아침이 되자마자 “나 밤새 무사히 잘 잤어! 너도 잘 잤니?” 하고 다정하게 안부를 묻는 것이지.
오늘 만난 두 마리 까치도 어쩌면 부부이거나 단짝 친구인 것으로 짐작된다.
아침 공기는 노래하기 딱 좋아! 여기엔 어떤 과학적인 비밀이 있을까?
아침 공기는 낮보다 차갑고 잔잔하지. 이 잔잔하고 맑은 아침 공기를 타고 까치의 노래가 더 멀리, 더 또렷하게 퍼져나갈 수 있는 거란다.
두 번째 궁금증, 까치 소리를 들으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그건 바로 까치 소리에 우리 조상님들부터 이어져 온 ‘행복한 마법’이 걸려있기 때문이야.
기쁜 소식을 전하는 반가운 손님의 상징이지.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까치를 ‘길조(吉鳥, 좋은 일이 생기게 하는 새)’라고 불렀단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라는 속담 들어봤지?
까치는 영리해서 낯선 사람이 오면 경계하며 울기도 하지만, 늘 우리 집 주변에 머물며 친근하게 다가왔거든.
그래서 까치 소리를 들으면 우리 마음속에서 은연중에 “오늘 좋은 일이 생기려나 봐!” 하는 설렘이 피어나는 거야.
또 하나, 아침 까치 소리는 ‘자연이 보내는 싱그러운 알람’이지.
시끄러운 기계 알람 소리는 짜증을 부르지만, 까치의 노랫소리는 살아있는 ‘자연의 소리’란다.
아침을 힘차게 시작하는 까치의 활기찬 에너지가 창문을 타고 들어와 우리 마음도 건강하고 싱그럽게 깨워주는 것이지.
할아버지도 까치를 향해 반갑게 응답했다.
“굿모닝!”이라고 인사했어. 그러고 나서 또 한 번 “안녕!”이라고 우리말로 반복했지.
지환이 네가 몇 해 전 장태산에 갔을 때가 떠오른다.
유모차를 타고 가는 어느 아기에게 네가 반갑게 “안녕?”이라고 인사했지?
그런데 아기도 무표정, 아기 엄마도 무표정이었어. 그러자 네가 툭 던진 한마디가 잊히지 않는다.
“재는 반응이 없네.”
할아버지는 웃음이 빵 터졌지. 바로 그거야, ‘인사’란 서로 오가는 것이지. 주고받는 것이 인사의 개념이지.
그런데 요즘 누리소통망(SNS)에서도 ‘읽씹’이라는 속어가 유행하고 있어. ‘읽고 씹다’라는 준말이라고 한다.
문자나 메신저 내용을 읽었음에도 아무런 답신을 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메시지를 읽었는지의 여부를 바로 알 수 있기에 생긴 말이다.
단순히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다고 ‘씹는 행위’라고 볼 수만은 없다. 상황상 답장을 할 수 없었거나, 읽었지만 답장을 고민하느라 보내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뭐가 됐든지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무시당했다고 느낄 여지가 충분하기에 예의 있는 행동은 아니란다.
이야기가 잠시 빗나갔구나.
어쨌든 아침 까치와 소통하는 할아버지의 인사법은 명쾌해.
▲ 아침 까치의 언어를 번역하는 할아버지(삽화=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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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할아버지에게 ‘알람’과 같은 노랫소리로 먼저 인사했으니 할아버지도 반갑게 “안녕”이라고 답한 것이지.
사실, 우리는 ‘까치의 순수한 뜻’을 알아들어야 해.
이웃집 교회 지붕 위의 까치들은 오늘 하루를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행복하게 시작하라고 할아버지에게 “굿모닝!” 인사를 건넨 것이라고 할아버지는 해석했어.
그래서 할아버지가 창문을 열고 응답했지.
“까치야,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해 줘서 고마워!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보내자!”
지환아, 마침 오늘은 일요일이구나.
간밤에 할아버지가 너와 손잡고 도솔산 약수터에 오르는 꿈을 꾸었는데, 아마도 그것도 길몽이었나 봐.
엄마, 아빠와 함께 즐거운 휴일 보내길 바란다. 그럼 안녕! ♡♡♡
2026. 6. 14. 아침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보내는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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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노래 / 바로 듣기 :
【윤승원 창작곡 에세이】
‘할아버지의 인생삼락’ 노래 만들기
― ‘아침 까치’가 힌트를 주어서 만든 창작곡
https://blog.naver.com/ysw2350/224315348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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