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한은 왜 전공적합성을 버렸나
작년 성균관대 설명회는 '전공적합성'과 이별하는 자리였습니다. 성대는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는 미등록 비율이 엄청나죠. 올해 같은 경우에도 경영학과는 교과전형에서 700 % 추합이 나왔습니다. 왜 최고 명문대로 발돋음하는 성균관대, 그리고 서강대와 한양대에서 이런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걸까요?
저는 서성한의 비극이라고 부릅니다. 요즘은 여기에 고려대까지 합류하는 분위기. 고대도 추합 어마무시합니다. 그래서 논술도 새로 만들고... 교과 학추와 종합 학우 중복지원 막고, 종합전형 학업우수형은 면접까지 없앴는데도 추합률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계열적합형에서는 기껏 과학고 뽑아놓으면 역시 등록을 안해서 일반고 와도 된다고 호소하는 분위기.
이 비극의 원인은 바로 수시 원서 6장입니다. 원서를 6장 지원할 수 있다보니 의대 쓰고, 치대 쓰고, 혹은 약대와 수의대 쓰고, 한의대 쓰고..... 서울대, 연세대 쓰다 보면 1장 정도가 남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좀 만만한 대학이 서성한.... 카이스트는 과기원 산하라 6장에 안 들어가니 거기도 써보고... 그리고 그 대학 중에 합격하면 결국 서성한은 버리는 카드가 됩니다. 거기에 슬쩍 이제 고려대도 합류하는 분위기.... 중경외시가 그 다음인데 요즘 중앙대가 앞서 나가는 분위기.. 그리고 건국대가 건경외시 쯤으로 올라 오고 있는.. 더 정확히 말하면 시건경외 쯤이랄까요 (물론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전공적합성을 성대도 서강대도, 한양대도 안 본다고 노래를 부르는 원인은.. 아래 3가지 이유때문입니다.
① 학생부 항목 축소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전공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모두 줄었습니다. 자기소개서도 사라졌습니다
전공적합성은 그동안 진화가 아니라 계속 축소돼왔습니다. 지나친 전공관련 스펙 추구로 인해서 불필요한 활동이 너무 많았고, 이런 활동을 부추키는 엉터리 '사교육'도 한 몫을 했습니다. 전공적합성 → 계열적합성 → 진로역량 등으로 이름을 '순화'하면서 점점 희미해져 온겁니다. 교내대회도, 자율동아리도, 외부 봉사활동도 모두 대학에서는 볼 수가 없게 됐습니다. 심지어... 학교생활기록부에서 200자 이내로 기록하던 '진로희망' 항목도 대학은 볼 수 없습니다.
② 지나친 전공적합성 집착 - 과유불급 (過猶不及) -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전공적합성이 중요하다고 하니까, 지나친 집착이 생겼습니다. 모든 것은 '전공적합성'으로... 영어도 한국사도 심지어 화법과 작문 과목에서도 선생님이 '전공 관련 보고서 하나 써 와' -- 그래서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화법과 작문'에서
국어 과목에서 대학이 평가하고 싶은 역량은 의사소통, 자료정보활용, 문화향유, 자기성찰 등이죠? 그런데 이 세특을 한 번 볼까요?
의대를 가겠다는 생각이 앞서다보니 말하기와 글쓰기 능력이 보여야 하는 화작에서 이렇게 항생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세특이 되어 버렸습니다. 서울대 의대가 '병원에서 일할 의사'를 뽑는 것이 아니라, 예과에 와서 의사가 되기 위한 '수학' '과학' 학습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 - 고 한 말을 잘 생각해보자구요. 국어 과목의 핵심역량인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 영역의 성취 기준에 제시된 사항을 내면화했는지가 확인돼야 하는데, 지나친 전공적합성 대한 집착때문입니다. 아래 세특과 비교해보세요
③ 융합의 시대로 - 무전공 확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무전공 선발이 확대됐습니다. 30%가 넘습니다. 대학 신입생 10명 중에 3명은 전공을 아직 정하지 않고 온 학생들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전공적합성의 시대에서 무전공의 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진로 방향을 미리 잡아야 목표를 갖고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은 전혀 틀린 것이 아니지만, 우리 환경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에도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이 많을 수 밖에 없죠.
UN 미래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출생자들의 평균 수명이 130세라는 발표도 있었으니만큼 투 잡, 스리 잡을 넘어 이제 평생직장, 평생 직종은 큰 의미가 없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서울대가 말하는 'T'자 형 인재. 즉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과학 등 가로축으로는 넓게, 그리고 세로 축으로는 자신의 전공 분야를 깊에 알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죠.
그 · 래 · 서...
이제 기존의 전공적합성이나 활동의 다양성 (진로역량 평가항목)이 → 탐구역량 : 스스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식을 찾으려는 탐구의 확장 역량으로 바뀌게 된 겁니다.
입시 성공 공식은 단순합니다.
공통과목과 진로과목 시험 잘 보고,
공통과목과 진로과목 탐구보고서
잘 쓰면 됩니다.
많이 할 필요도, 아니 그렇게 쓸 공간도 없습니다. 절대 화려한 비교과만으로 대학 갈 수 없습니다. 내신 잘 하려면 비교과 포기하고, 비교과 열심히 하면 내신 떨어지는 것 아닙니다. 그런 흑백 논리는 이제 그만 버려야 합니다.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 활동만을 골라서 대학의 평가기준과 배점에 맞춰 잘 기록되게 하고, 남는 시간에 내신과 모의고사 공부를 해야 합니다.
새는 두 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는 메타포같이 '내신'은 필요조건으로, '비교과'는 '충분조건'으로 준비해야 대학으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종합전형'은 말 그대로 내신과 비교과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