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니 새벽이다. 5시가 되기에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집을 나섯다. 효원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편도 4차선, 전체 8차선을 부드럽게 넘어가는 고가도로를 지나면 된다. 아직 5시 전인데 공원은 특별한 손님들이 주인행세를 한다.
20대후반 젊은 청춘 1쌍이 걸어간다. 남자는 핸드폰을 들었고 여자는 청바지에 핸드백을 메었다. 이 새벽에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아주 여유롭다. 최근에 떠오르는 제주도 올래길을 가는 듯 찬찬히 갈지자(之)를 그리며 걸어간다.
하지만 공원 옆길 4차로에는 택시와 승용차가 경주를 한다. 도대체 이시각 차를 달리는 사람들의 직업은 무었일까? 이 새벽에 저리도 급하게 차를 몰아 가는 곳이 어디일까? 물론 월요일 새벽이니 주말 부부 김치싣고 달리는 신랑의 차일수도 있을 것이고 어머니가 챙겨주신 내복을 싣고 달리는 외아들의 출근길일 수도 있겠다.
월화원 건물을 지나 돌아가니 삼각주 형태의 오솔길이 나타나고 오른쪽에는 한 2년전 준공한 것 같은 주상복합 건물의 창문이 보인다. 불켜진 창이 서너개인 듯 한데 사실 이 주택은 분양율이 아주 낮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두산위브 이외에 주변의 주상복합들은 모두 분양에 실패한 것 같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아파트 단지는 선호하는데 별도의 건물로 지어진 주상복합은 거리를 두는 것 같다. 주거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아마도 아내일 것이다. 어머니들이 살 집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주상복합은 분양율이 낮은가 보다.
원시인 시절에 모계사회 시대가 있었다고 하던데 중세와 근세를 지나 21세기에 신 모계사회가 완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거는 물론 학교 결혼 퇴직 등 과거 아버지가 주관하던 일들이 건건이 지휘봉을 아내에게 넘겨준 것 같다.
정말로 모계사회인가보다. 코너부분에 4각정이 있는데 50대 여성 3-4명이 담화를 나누고 있다. 아직도 새벽 5시 전인데 도대체 몇시부터 저 정자에 앉아서 도대체 무슨내용을, 어떤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한단 말인가?
이어서 보도브럭 길에는 아까보았던 부부가 1박2일 상근이만한 개를 데리고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랑은 오후근무자인 듯 여유가 넘친다. 부럽다. 아침시간에, 더구나 월요일 아침에 시간을 여유있게 보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는가?
말미에 만난 분은 중국음악을 틀러놓고 더더욱 여유롭게 손을 올리고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는 이른바 청산~~리 벼~억~계수야 편이다. 남녀 5명이 모두 흰옷을 입었는데 시간이 정지된 듯 여유롭다. 평화롭다. 우리가 살면서 한번이라도 저처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 일이 있는가?
참으로 오랜만에 새벽시간을 보내면서 다양한 분들이 이색적인 삶의 단면을 보았다. 앞으로도 더 많이 시간을 내서 공원의 여유를 가져와야 겠다. 사실 아침 잠을 포기하면 더 많은 삶의 아름다운 진주, 보석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삶에 모자이크 장식을 할 수 있다는 어려워보이지만 참 쉬운 생활의 에너지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