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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거리-나영순

작성자청경 나영순|작성시간26.06.16|조회수10 목록 댓글 0

안개의 거리

 

                                         나영순

 

눈을 뜨면 안개였다

눈꺼풀 틈으로 비좁은 물방울들을

뿌리는 안개

눈을 감으면 얼굴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게 했던 얼굴

오늘도 안개는 거리에서

눈이 되고 얼굴이 되고

내가 됐다

손을 놓고 있으면 더욱 또렷이

흔적이 되었던 거리의 안개들

창문을 닫는 일이 늘수록

안개는 점점 멀리서 이쪽을 지켜봤고

힘껏 잡아당기면 저쪽에서 점점 더

흐려졌다

길게 드러누운 거리를 밟을 때마다

발등에 얹힌 안개가

흰 머리카락처럼 세상을 읽고 있었고

물살 좋은 여울을 떠미는

피라미처럼 떼 지어 그림자를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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