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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23년 7월)의 좋은 동시(한국동시문학회선정)

작성자이옥근|작성시간23.07.01|조회수76 목록 댓글 0

오늘 하루는

노원호

 

 

오늘 하루는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별

그래서 오늘 하루는

누군가에게

반짝반짝 빛을 보내주고 싶다.

 

-《동시발전소》 (2023 여름호)

 

 

 

길냥이 발

박승우

 

 

담장도 풀쩍풀쩍

지붕 위도 성큼성큼

용감한 발

 

대문 밑으로 살금살금

쓰레기 봉지 앞에서 멈칫멈칫

겁 많은 발

 

이곳저곳

맘대로 다니는

자유로운 발

 

찬바람 부는 겨울날

저 발은 어디로 갈까?

 

온기를 나눌

가족은 있을까?

 

자꾸만 눈이 가는

저 발

 

 

-《어린이와 문학》 (2023 여름호)

 

 

 

모를 줄 알았는데

서담

 

 

-귀 좀 가까이

 

쏙, 민지가 넣어 준 말이

딱, 귀로 떨어진다

 

-시험시간에 너 커닝하는 거 봤어

 

귀에 들어온

아주 작은 말 하나가

 

쏙딱쏙딱 쏙딱쏙딱

종일 맘속을 들쑤시고 다닌다

 

-《아동문예》 (2023 1•2월호)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서정홍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어요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감나무 가지에 할미새가 날아왔어요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산밭에 하얀 감자 꽃이 피었어요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열 달 만에 은지 할머니가 퇴원했어요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은지 어머니가 호박죽을 끓이고 있어요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서한 삼촌 집에 송아지가 태어났어요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열린아동문학》 (2023 여름호)

 

 

 

나도나도

신이림

 

 

쑥부쟁이 찰칵

달맞이꽃 찰칵 찰칵

데이지꽃 찰칵

 

-우린 왜 안 찍어 줘?

 

질경이가

쇠뜨기가

빤히 쳐다본다.

 

질경이한테

쇠뜨기한테

내가 찍혔다.

 

-《시와 동화》 (2023 여름호)

 

 

 

 

달 도둑

오순택

 

 

둥근 달을

올빼미가 뾰족한 부리로

콕콕 찍어먹고 있다.

 

저것 봐,

올빼미의 부리에

노란 달빛이 묻어 있잖아.

 

-『달 도둑』 (2023년 아침마중)

 

 

 

당찬 모과나무

유은경

 

 

창문을 가린다고

가지를 몽땅 잘라버렸어.

 

그래도

꽃 피웠어.

모과를 낳았어.

큼직한 모과 한 개

 

박새가 와서

한참을

축하해주고 갔어.

 

-《열린아동문학》 (2023 여름호)

 

 

 

엄마의 집

이봉직

 

 

할머니는

우리 엄마가

엄마, 하고 달려가는

집이다

 

할머니라는 말은

얼마나 많은 엄마가 모여야

 

생겨나는 것일까?

 

할머니는

엄마의 여행길 끝에 있는

엄마 집이다

 

-《동시발전소》 (2023 봄호)

 

 

 

햇살 문자

정순오

 

 

안개는 땅이 보내는 문자

구름은 하늘이 보내는 문자

비는 바다가 보내는 문자

 

수많은 문자 가운데

지혜가

내게 보내는 문자

 

따스한 햇살

 

-『좋은 걸 어떡해』 (2023 브로콜리숲)

 

 

 

편다는 말

최춘해

 

 

등을 굽혀서

김을 매다가

허리를 펴면

몸이 편하다.

 

내 짝과 다투고

말도 안 하면

내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먼저

말을 걸고

사과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굽었던 마음이

펴진 것이다.

 

-『말 잘 듣는 아이』 (2022년 브로콜리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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