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읍시다」 2024.3.4 |
개나리 꽃담
유이지
“우리 집은 벽돌담이다!”
“우리 집은 돌담인데.”
“우리 집은…, 개나리!”
봄이네도 담이 생겼다.
개나리꽃
필 때만 보이는
샛노란 꽃담.
벽돌담은 높고 단단하죠. 때로 철조망을 치기도 해요.
그래서 담 넘어 볼 수도 없고 누가 사는지도 알 수 없어요.
담길을 지나면서 보면 지붕만 조금 보여요.
마치 너와 나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인 듯 모른 척 살자고 그러는 것 같아요.
돌담은 그래도 낫죠. 까치발을 뜨면 집안을 들여다볼 수 있고요.
돌담 너머로 집주인과 인사도 나누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요.
그럼, 개나리 꽃담은 어떤가요? 평소에는 담이 있는 듯 없는 듯 개나리 가지만 자라지요.
그러다가 봄이 오면 제일 먼저 개나리꽃을 피워 봄이네 집을 둥그렇게 둘러싸지요.
일 년에 한 번 개나리 꽃담이 생겨요.
비록 집은 가난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마음 착하고 고운 아이 봄이가 사는 집이어요.
(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 유이지 시인은 2017년 『월간문학』에 동시가 당선되었고, 2024년에 동시집 ‘나를 키우는 씨씨’를 펴냈어요.
※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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