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읍시다. 2024년 4월 15일 |
이겼다
김미영
오른팔을
계단 난간에 기대고
목발 짚은
왼손에 힘을 줬다.
하나, 둘…
몇 계단 내려갔는데
발목이 욱신욱신!
-포기할까?
-안 돼
생각 씨름하다가
계단을 이겼다.
나를 이겼다.
-밖이다!
마중 나온 명지바람이
내 콧등을
자꾸만 간질인다.
오른팔을 계단 난간에 기대고 왼손은 목발 짚고 힘을 주면서 계단을 내려갔다고요?
오랜 투병 생활 끝에 마침내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되었군요.
축하해요. 고생 많이 했어요. 다시는 다치지 말기를 바라요.
발목이 욱신욱신거리지만 아픔을 이겨내고 계단을 내려갔다고 하니 재활 의지가
아주 강한 어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계단을 이겼다 / 나를 이겼다”라고 외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언제나 어느 때나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해요.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하지만 생활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다칠 수 있어요. 이때는 치료에 힘써 빨리 낫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역경을 이겨낸 어린이에게 박수를 보내요.
‘명지바람’은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을 가리키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 쓰려는 시인의 노력도 돋보여요.
(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 김미영 시인은 1996년 아동문예 문학상에 동시로 당선했으며, 2024년에 동시집 ‘웃는 발’을 펴냈어요.
※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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