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읍시다. 2024년 5월 13일 |
은동이가 달린다
천선옥
할머니와 사는 은동이
밥 먹을 때도
느릿느릿
학교 갈 때도
느릿느릿
선생님이 부를 때도
느릿느릿
이런-
이런-
하지만, 할머니가 아프다는 소리 듣고
은동이가 달린다
타조보다 빠르게
타타타타 집으로 달린다
눈물 콧물 훔치며
타타타타 달린다
은동이는 왜 할머니랑 단 둘이 살게 되었을까요? 엄마, 아빠는 왜 안 계신 것일까요?
자세한 사연은 알 수 없지만 참 딱하고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은동이는 엄마, 아빠가 얼마나 그리울까요? 할머니는 혼자 은동이를 키우느라고 얼마나 힘들까요?
아마도 은동이를 남 못지않게 잘 키우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하고 계실 거예요.
은동이가 “밥 먹을 때도 / 느릿느릿”, “학교 갈 때도 / 느릿느릿”, “선생님이 부를 때도 / 느릿느릿” 한 것이
우리가 알지 못할 이유가 있는 부적응 행동인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 은동이가 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말을 듣고 타조보다 빠르게, 눈물 콧물 훔치며 집으로 달려가는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거예요. 은동아, 할머니를 잘 간호해 드려요. 쾌차하셔서 얼른 일어나시게요.
(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 천선옥 시인은 2008년 <아동문예>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어요. 동시집 『안개의 마술 학교』,
『블랙박스 책가방』를 펴냈어요.
*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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