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읍시다. 2024년 6월 24일 |
어마어마한 일
이봉직
사람이 사람에게
피를 나누어 준다는 것은
온몸 떨려오는 일.
서로 모르는 핏방울이
누군가의 심장으로 전해져
그 사람을 다시 따듯하게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마어마한 일.
헌혈하는 아빠 옆에서
내 심장 위에
손을 얹어보는 날.
헌혈은 피가 모자라는 환자에게 내 피를 뽑아 주는 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헌혈은 한자로 드릴 ‘헌’, 피 ‘혈’ 자를 써서 표현해요.
헌혈은 인간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면서 어느 날 예기치 않게
자신과 가족에게 닥쳐올지 모를 불행에 미리 대비하는 일이기도 해요.
생각해 보면 내 피가 다른 사람 몸에 흘러 들어가서 그 사람이 살아 숨 쉬고 웃고 움직이게 된다니
정말로 놀랍고 가슴 떨려오는 일이 아닐 수 없어요.
헌혈은 아무나 할 수 없어요, 검사를 통과한, 깨끗한 피를 가진 사람만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헌혈하는 일이 더 소중하고 값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주위를 보면 정기적으로 헌혈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요.
그런 사람들은 평소에도 건강하고 깨끗한 몸을 갖기 위해 남달리 노력하는 분들이지요.
아마 아빠도 그런 분인가 봐요.(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 이봉직 시인은 200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어요. 2022년에 동시집 ‘백제 아이’를 펴냈어요.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
다음검색